6살이 총 쏘는 나라

총이 자신을 지키는 무기가 된다고?

by 한양희

4일 전, 6살 어린이가 선생님을 총으로 쐈습니다. 교실에서 벌어진 이 사건으로 선생님은 중상을 입었습니다. 오랜만에 운동을 하러 간 헬스장 TV에서는 이 사건이 크게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엊그제는 휴스턴에서 식당에 들어온 권총 강도를 손님이 총으로 6발을 쏴 죽였습니다. 힝구가 깜짝 놀라며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정의로운 듯 한 손님은 마지막 한 발을 쓰러져 있는 강도의 머리를 향해 쏘고, 강도가 사람들에게 뺐어간 돈도 각자에게 모두 돌려준 후, 경찰이 오기도 전에 집으로 갔다고 합니다. 나중에 봤더니 강도는 가짜 총을 들고 사람들을 겁준 거였습니다.


나는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총으로 사람을 헤칠 수 있는 나라에 와있습니다. 힘이 세든, 약하든 상관없습니다. 먼발치에서 방아쇠를 당겨 타인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지요. 이 나라를 크게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누구나 총을 소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 미친놈이 총질할지도 모르는 곳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밖으로 나가기 두려워집니다. 신혼여행을 뉴욕으로 갔을 때나, 남편을 따라 휴스턴에 온 첫 한 달 동안 혼자 외출을 하지 않은 이유도 총기 소지의 자유와 치안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지요. 주마다 총기 사용에 대한 법률이 다르지만 나는 가장 총기 사건으로 악명 높은 텍사스 한 복판에 와있습니다.


텍사스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가 있습니다. 무법자들이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카우보이 신발을 신고서 총질을 하는 모습이죠. 마초적이고 법질서가 없는 문화 말입니다. 실제 19세기 후반 미국 남북 전쟁 이후 패배한 텍사스의 남부군들은 폭도가 되어 인종차별을 일삼고 폭력을 휘두르며 연방군을 죽이곤 했습니다. 퇴역 남부군들은 자경단(Texas rangers 텍사스 레인저스)이 되어 텍사스에 대한 애향심과 구시대적인 세계관(노예제도)을 가지고 자신들의 자유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폭력을 행사했죠.


또 텍사스 하면 척박하고 끝없이 광활한 땅덩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과거, 이 드넓은 땅은 인구밀도도 낮고 모든 지역을 감찰하고 나의 안위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경찰이나 군대가 조직된 역사가 짧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선 자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장을 했어야 했지요. 총기의 보유는 나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텍사스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이 지리적, 인구학적, 역사적 특성에 의해 발생한 것이란 걸 십분 이해해도, 나는 아직까지 왜 한 나라에 총기가 이렇게 자유롭게 소지되고 사용될 수 있어야 하는지 이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는 21세기이고 법질서가 잡힌 오늘날의 세상엔 나를 보호해 주는 경찰도, 구급대원도 있습니다. 거의 새로운 나라, 거의 새로운 사회니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희생당해야 바뀔까요? 손님은 도둑에게 부상을 입히고 총을 뺐는 것으로 부족해 누워있는 그의 머리에 마지막 한 발을 박는 즉결심판을 해야 했을까요? 6살 아이가 학교에 총을 가지고 가서 선생님을 쏜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총이 없었다면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냥 총이 없으면 돼요. 무장경쟁을 하지 않고, 무기제조에 필요한 돈을 의료제도 개혁과 환경보호에 써야 하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두려워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미국이 올 수 있을까요? 아직 알아갈 것도 많고, 이해해야 할 것도 많은 곳에서 내일의 내 안위를 생각해 봅니다.


(202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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