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 형수, 기린 시동생

시동생이 귀여운 건

by 한양희

미국살이에 빠질 수 없는 건 새로 생긴 식구들입니다.

결혼을 하고 미국에 오니 나에겐 어머님, 아버님뿐만 아니라 시동생도 두 명 생겼습니다. 결혼은 단순한 두 사람의 만남을 넘어서 가족의 결합이란 말이 다시 한번 생각나는군요.

이번 이야기는 시동생과 함께 떠난 2022년 크리스마스 하와이여행기입니다.


25살의 창남이는 스노클링을 한 번도 한 적 없습니다. 188cm의 키를 가진 그는 Science지에 논문을 1 저자로 3번이나 실었지만 한 여름에도 골덴 바지를 입는 전형적인 nerd입니다.ㅋㅋㅋ (심지어 최근 Science 지에 논문을 한편 더 썼다고 자랑하더군요. 과학기술계 대학원이 직장이었던 터라 그의 성과는 가히 놀랍습니다.) 선입견이 없고, 순수하며 본인이 똑똑한 것을 알기에 자존감이 높지만 그 길다란 몸을 어떻게 쓰는지는 모르는 어리바리한 내 시동생이죠.


나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바다도 좋아합니다. 바닷속에 지구 생명의 80%가 넘게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땄고 바다가 있는 여행지에 갈 때마다 스노클링도 열성적으로 해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번 3박 4일 일정의 하와이 여행의 주목적은 스노클링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신비로운 물속 세계에 몸을 담궈 바다와 지구를 만끽 하고 싶었지요.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리 시동생이 수영은 커녕 스노클링도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죠. 처음 스노클을 낀 창남이는 코로 숨을 쉬는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잠시 물에 얼굴을 넣었다가 벌떡 일어나 거친 숨을 쉬었습니다. 힝구는 공부밖에 못하는 놈이라며 창남이를 스파르타로 훈련시켰습니다. 여동생들만 있는 집에서 자란 나는 남동생들만 있는 집에서 자란 힝구의 동생 훈련법이 크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요. 그렇게 계속 자존심을 깎다가는 창남이가 하기 싫다고 가버릴 것 같았죠. 나는 창남이의 높은 ego를 지켜주면서 그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물속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방법으로 숨을 쉬는 건 어려운 일이야. 게다가 숨을 쉬지도 못하면서 물속에 있음 엄청 무서워. 나도 서른 살에 처음으로 수영을 배워서 2달 동안 물을 먹고 고생했는데, 하루 만에 숨쉬기를 터득한다면 진짜로 천재일걸? 우리 먼저, 물 밖에서 장비를 끼고 숨 쉬는 연습을 해보자.” 새로운 훈련자인 내가 어린이를 대하듯 차근히 창남이의 손을 잡고 이야기 했습니다.

스노클을 끼고 얕은 물밖에 앉아 천천히 숨 쉬는 연습을 마친 우리는, 조금 자신감이 생겨 허리까지 오는 물에 들어갔습니다. 나는 창남이의 손을 잡고 물 위를 둥둥 떠다녔습니다. 창남이도 조금 떠 있다 이따금씩 물이 들어가면 수면을 비집고 나와 우뚝 섰지요.


약간의 진전을 맛본 우리는 휴식을 위해 해변에 나왔습니다.

모래사장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힝구는 껄껄 웃으며 말했습니다.

“자기, 완전 하마 같아. 이 귀여운 히포야.”

힝구는 통통하게 두둥실 떠다니는 나는 하마, 허우적거리다 벌떡 일어나는 창남이는 기린 같다고 놀렸습니다. 힝구의 눈에 나는 기린을 쫓아다니는 하마였습니다. 나는 원래 크고 신기하게 생긴 동물을 좋아해서 하마라는 별명이 맘에 들었습니다. 하마는 수영을 잘하는 동물이거든요.


하마와 기린은 그다음 날 다른 해변에서 또다시 스노클링 했습니다. 그 해변을 찾고 탐색하느라 거의 한 시간을 알렸지요. 조금 얕지만 산호가 많은 라군을 발견한 우리는 물속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여러 물고기들과 성게, 산호들을 만났습니다. 기린이 드디어 바닷속 세상을 만나게 된 거죠. 나는 그렇게 두둥실 떠서 창남이와 물고기를 쫓아다녔습니다. 우리는 손을 잡고 헤엄쳤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 창남이는 내가 지치자 혼자서도 할 수 있다며 물속 탐험을 계속했지요.


성인이지만 10살 어린 시동생은 여전히 아기처럼 보입니다. 내 동생은 아니지만 힝구 동생이 내 눈에도 귀여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아기 기린이 물속에서 새로운 성장을 맞이해서 형수 하마는 뿌듯합니다. 나중엔 스노클링을 안 해 본 우리 엄마와 아빠, 내 동생들도 데리고 와서 친절한 하마 선생님이 되어주고 싶네요. 새로운 바닷속 세상은 우주 같아서 내 사랑들에게도 선물해주고 싶거든요.


ps. 하와이에 다녀온 후 얼마지 않아 힝구와 아바타를 봤습니다. 물속 세상이 계속 펼쳐지는 이번 아바타는 하와이의 풍경과 오버랩되면서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답니다. 폴리네시아 문화와 그 풍경을 구현해 낸 아바타 팀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지요. 해양스포츠, 그중에서도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기 전에 보신 분들에 더 많겠지요? ㅎㅎ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