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에서 LA갈비를
직장 선배님들의 초대를 받아 애리조나에서 1월 1일을 보냈습니다. 팀장님과 용샘네 식구들을 만나 오랜만에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냈지요. 두 분은 나보다 1년 먼저 미국에 와서 유학을 하고 있는 직장 선배로, 서로 같은 지역에 살고 계셔서 나와 힝구가 두 분이 있는 애리조나로 향했습니다. 같은 사막이라 가까울 줄 알았던 애리조나는 텍사스에서 차로 17시간, 비행기로 3시간 30분이었습니다. 먼 길을 날아가 언니들(선배님들의 아내분들)이 준비한 성대한 한국 음식을 먹으며 살이 도동실 더 오르는 새해 첫날이었습니다.
점심은 용샘네서, 저녁은 팀장님네서. 쉴 새 없이 먹고 난 후 호텔에 도착했을 땐 벌써 밤 11시였습니다. 힝구는 부른 배를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나는 자기가 요리 제일 잘하는 줄 알았는데, 역시 경험은 무시 못하나 봐. 형수님들 음식에선 연륜이 느껴진달까?”
나는 단박에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지만 톡 쏘아 말했지요.
“내가 만든 게 싫단 말이냐?”
“아니지. 자기가 만든 게 최고기도. 난 자기 요리를 참 좋아해.”
말은 그렇게 했어도 나 역시 그 차이를 알고 있었지요. 국적이 불분명한 나의 창작요리는 한국의 맛이 듬뿍 담긴 언니들의 음식과 비교 불가능 하단 것을요. 수육과, 낙지볶음, 떡국과 각종 김치들을 마련해 준 언니들의 솜씨를 따라가려면 아마도 아이들과 식구들을 위해 요리에 사랑을 담아 보내온 그녀들의 시간과 같은 세월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언니들의 음식에 자극을 받은 앙순은 코스트코에서 싸게 팔고 있는 LA 갈비를 집어 들었습니다. 갈비 2kg의 핏물을 빼준 뒤 흐르는 물에 깨끗이 헹구고 양파와 사과를 갈아 간장 양념을 만들었습니다. 달짝지근한 맛을 내기 위해 애플망고도 갈아 넣었지요. 힝구는 레시피와 다르게 할 거면 뭣 하러 백종원의 유튜브를 보았냐 했지만 째려보는 나의 눈빛에 시선을 피하며 말했습니다.
“자기가 장모님의 딸이라면 고기요리는 일품이겠지.”
종갓집 맏며느리인 우리 엄만 기가 막히게 고기양념을 하거든요.
하루를 꼬박 재운 갈비를 굽는 날 아침. 시간 맞춰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도 준비했습니다. 집안엔 양념이 지글지글 타는 맛있는 냄새가 퍼졌지요. 코스트코 종갓집 김치(미국식으로 변형된 김치)와 밥, LA갈비가 식탁 위에 올라왔습니다.
“먹어봐. 어때?”
우물우물 씹기만 하는 힝구에게 어떠냐고 세 번을 더 물었습니다.
“자기가 먹어봐.” 힝구는 인정의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갈비 하나를 집어 입에 넣는 순간 힝구의 눈빛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거 진짜 맛있네. 달지도 않고 짜지도 않은 완벽한 맛의 조화가 내 손에서 이루어지다니!’
정말 캡숑 짱 킹 맛있었습니다. 힝구도 연신 팔아도 될 맛이라며 칭찬했죠. 마음속 요리사 자아가 턱을 치켜들며 우쭐해하고 있었습니다.
어려운 음식이라고 생각한 LA 갈비가 환상의 맛으로 구현된 후, 나의 손님 접대 가능 메뉴판에는 한 가지 음식이 더 추가되었습니다. 힝구는 그날 도시락으로도 갈비를 싸갔습니다. 맛있는 음식으로 하루가 완벽해지는 날이었지요. 아직도 한 번 더해 먹을 갈비가 냉장고에 자고 있어 마음까지 든든해집니다.
여러분 텍사스로 놀러 오세요. 텍사스 바베큐는 못하지만 앙순표 LA갈비를 무한리필로 대접하겠습니다. 김치는 미안합니다. 미국식 종갓집 김치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