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에피소드

손잡고 걷는 건 참 즐겁다

by 한양희

우리 부부는 매일 오전 9시 30분 ~ 11시 사이 집 근처에 있는 주립 산림공원에서 산책을 합니다. 넓게 우거진 숲 속에 일직선으로 시원하게 뚫린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산책하는 다른 사람들 뿐 아니라 숲 속 동물들도 만나지요. 오늘은 이 산책길에서 생긴 에피소드 3개를 풀어보려 합니다.


1. 아시다시피 힝구와 나는 알콩달콩 신혼입니다. 같이 손잡고 산책을 하며 같이 노래도 부르고 뽀뽀도 하지요. 언제나 그렇듯 그날도 서로 사랑고백을 하며 숲을 걸었습니다. “자기 사랑해야.” “나도 사랑해.” 우리는 사랑고백을 할 때 각자의 왼손과 오른손을 합해 작은 하트를 만들고 뿅 날개를 다는 의식을 치르는데, 그날따라 사랑이 넘쳤는지 커다란 하트를 그리고 싶더군요. 나는 힝구의 왼쪽에 서서 왼팔을 크게 들었고, 힝구는 나의 오른쪽에 서서 오른팔을 크게 들었습니다. 우리는 완벽한 하트를 그림자로 확인하고 뿌듯해했지요.

그러던 힝구가 갑자기 휙 뒤를 돌아봅니다. 뭔가 소리를 들었나 보지요. 우리의 시선이 머문 곳엔 바로 뒤 자전거를 탄 아저씨였습니다. 나는 너무 부끄러워 ‘하하하’ 크게 웃었습니다. 아저씨는 우리가 민망할까 봐 슝 하고 지나갔습니다. 손으로 까딱 인사를 하며 말이죠.

“그러게 이런 거 안 한다니깐.” 힝구는 땡깡을 부렸습니다. 아마 그것이 야외에서 하는 우리의 마지막 커다란 하트가 될 것 같네요.


2. 이곳이 텍사스라 그런지(?) 말을 타고 산책을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산책을 갈 때마다 말을 탄 사람들을 만나죠. 대부분 여성들인데(30-60대로 분포) 천천히 말을 몰며 걸어가는 사람들을 향해 여유롭게 인사를 하곤 하죠.(Good morning.이나 How are you doing?) 그럴 때면 꼭 조선시대 양반들에게 길을 비켜주는 평민들처럼 고개를 쑥이고 ‘어서 지나갑쇼.’를 외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오늘 마주한 말과 아줌마는 달랐습니다. 나와 힝구가 손을 잡고 산책을 하는데 갑자기 큰 외침이 뒤에서 들려옵니다. 하얀 말을 탄 아줌마였습니다. 흙이 폭신해서 말발굽 소리를 듣지 못한 상황에서 아줌마가 빠른 속도로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후다닥 하며 길을 비켜주자. “땡큐” 하며 아줌마가 지나갔습니다. 시원하게 달리는 말과 아줌마를 보니 말이 타고 싶어 졌지요.

“나는 말을 못 탈 것 같아.” 힝구가 말했습니다.

“왜? 무서워?”

“말을 타면 생각보다 높아. 그리고 자율주행을 하니깐 내가 잘 조종할 수가 없을 것 같아. 말을 믿을 수가 없어.”

말에게 자율주행 기능이 있다고 표현하는 힝구가 너무 귀여워서 궁뎅이를 팡팡 두드려 줬습니다. 귀여운 말을 하는 힝구와 함께 걸으니 말을 타지 않아도 좋습니다.



3. 똑같은 산책 코스가 지겨워 연못을 돌아보았습니다. 숲에는 연못이 여러 개 있는데 그중 가운데 있는 연못을 돌면서 처음으로 그곳에 살고 있는 거북이를 발견했습니다. 노란배 거북으로 추정되는 거북이 세 마리가 연못을 건너 길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더군요. 그렇게 큰 자연산(?) 거북을 처음 본 우리는 얘들이 어디 가는지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다 장난기가 발동한 힝구는 중간 크기의 거북이(청소년 거북이)를 들어 큰 거북이(아저씨 거북이) 위에 올렸습니다. 중간 거북이의 목과 팔다리가 쏙 들어갔습니다. 작은 거북이(아기 거북이)도 들어 올려 쌓으려고 합니다. “거북이 못살게 하지 마! 떨어져서 깨지면 어떻게 해.” 나는 힝구를 나무랐습니다. 힝구는 ‘알겠어’ 하며 거북이를 내려다 줍니다.

“여기 있다 말들한테 밟히면 어떻게 하지?”

말들이 자주 다니는 길 한가운데 거북이들이 있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저씨 거북이 등껍질이 강해도 청소년 거북이와 아기 거북이는 찌부가 될 것 같았죠.

마침 저쪽에서 말을 탄 4명의 아줌마들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거북이를 구하러 다시 돌아가려 할 때, 엄마와 아기가 거북이를 발견하고 그들을 관찰하러 오고 있었습니다.

“다행이다. 가도 되겠어.”

거북이들을 홀로 두지 않아 발걸음이 가벼워졌어요. 다음엔 숲에서 어떤 동물들을 만나게 될까 기대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엄마보다 9살 많은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