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 사는 사람

급변 속 적응력과 과학발전 덕분에 오늘도 잘 살고 있습니다

by 한양희

미국 정착 4개월 차를 맞이한 나는 안정적이고 익숙한 생활에 접어들었습니다. 초기에 들었던 일을 안 한다는 불안감, 보고 싶은 가족들, 산책로와 동네카페의 부재로 인한 불만족들이 건조하고 익숙한 생활 속에서 점점 무뎌져 가며 새로운 일상을 찾은 것이죠. 코로나 19로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는 사전 연습을 했던 터라 간소화된 버전의 이민이란 이번 변화도 별문제 없이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호모사피엔스가 이토록 변화에 잘 적응하도록 진화되었다니. 새삼스레 우리의 능력에 놀라게 됩니다.


오늘날 내 삶에서 가장 고마운 과학기술은 IT입니다.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과 얼굴을 보고 실시간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가 현실화된 오늘에 살며, 세상의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의 업적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픽셀로 전해지는 엄마의 얼굴, 디지털 신호로 변했다 다시 파동이 되어 귓바퀴에 들어오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생생하고 진짜 같아서 더 이상 떨어져 있는 것 같지 않달 까요? 전화 한 통의 거리로 좁혀진 우리의 세상이 나는 어쩐지 여전히 신기하기만 합니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보고 자랄 세상은 내가 유년기를 겪은 세상과 그야말로 딴 세상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이 서로 얼마나 다를지 궁금하고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아마 우리 엄빠 세대와 우리 보다 더 큰 차이가 존재하겠지요?


힝구가 사랑의 메신저로 한국에 가있는 동안, 계속 영상통화를 하며 엄빠와 동생들을 보니, 정말로 내가 그곳에 있는 듯 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에도 있고 그곳에도 있는 나는 디지털 세계에서 산산이 흩어져 거대한 나를 만들어 냅니다. 스스로를 바쁘게 만들려 시작한 브런치와 유튜브 채널(혼자 영어공부 한 거 올리는 거라 안알랴줌)은 내 존재의 일부를 디지털화해서 나를 이 세상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사람으로 만듭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렇겠지요. 우리는 함께 세상을 이루는 존재가 되어 오늘 하루를 살고 있겠군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서로를 볼 수 있는 때에 살아서, 이때가 내가 사는 생에 와 줘서, 그리고 이런 세상이 오기 전에도 살아봐서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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