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과 날씨와 기분의 상관관계

급변하는 텍사스 날씨는 좀 잡을 수 없다

by 한양희

텍사스는 겨울이 우기인가 보다. 운전하는 동안 비가 오면 와이퍼를 최대치로 가동해도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거세게 퍼붓는다. 밖에 나가기가 두려워지는 빗줄기 때문에 식료품을 살 때 빼곤 외출을 자제했었다. 4일간 엄청난 비가 땅을 축축하게 적시고 힝구(남편)까지 한국으로 간 요 며칠간은 해가 떠서 기분이 들떴다. 날씨가 좋아져 나는 밖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렸다.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호르몬 세르토닌은 몸속 비타민 D에 비례하여 분비되기 때문에 나는 일어나자마자 날씨가 좋다 싶으면 얼굴 타는 줄도 모르고 볕에 고개를 쳐들고 테라스에 선다. 햇볕으로 비타민 D를 합성하다 보면 광합성하는 식물이 된 것 같아 무해한 존재가 되는 느낌이다.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눈을 감고 있으면 따뜻한 온기가 얼굴부터 데우며 온몸에 퍼져 흐르는데 눈꺼풀을 뚫고 오는 해가 빨갛다.


힝구가 한국에 가고 없는 동안 날씨가 좋아 아침에는 산책을 가고, 오전에는 해가 잘 드는 카페 창가에 가서 글을 쓰고, 오후에는 풀장 옆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린다. 생산성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겨울 텍사스는 날씨도 변덕스러워서 하루에도 기온이 섭씨 0도에서 24도까지 오르내리기에, 좋은 날씨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산책을 하다가 마주친 사람들은 늘 인사를 한다. ‘Hi, how are you?’, ‘It’s beautiful wether, isnt’ it?’, ‘You have a good day.’가 주요 인사다. 낯선 이들과의 따뜻한 인사는 기분 좋다. 인류애 란걸 느끼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람이나 소속된 그룹이 없는 나는 인사만 능숙해진다.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건 아무래도 정신건강에 해롭다.


좋은 날씨와 사회적 고립에 대한 자각으로 정신건강의 상태가 좋았다 나빴다 하는 이은진의 상태는 텍사스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럽다. 괜찮은 모습으로 수면에 떠 있기 위해 물속에서 열심히 물장구치는 수중발레 선수처럼 계속해서 뭔가를 써내고, 그려내고, 읽어대는 것이 정말 괜찮은 건지 조금은 의심이 된다. 나도 나를 잘 모르지만 나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기에 진단은 나의 몫이다. 멜랑꼴리 해지려는 걸 보니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나고 있나 보다. 어느새 구름이 꼈다. 나는 아직 어쩔 수 없는 호르몬의 노예. 날씨의 노예다. 힝구가 빨리 와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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