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메신저를 한국으로

나 대신 남편을 친정으로 보냅니다

by 한양희

2월 3일. 힝구가 한국 땅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여행허가서를 받지 못한 나는 힝구를 사랑의 메신저로 임명하여 우리 가족에게 보냈습니다.

휴스턴에서 인천으로 가는 길을 아주 멀고도 험합니다. 샌프란시스코로 4시간 반, 한국으로 11시간 동안 비행기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힝구는 나에게 엄마 김치와 반찬, 미국에서 구하기 힘든 생필품과 실물 책들을 공수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났습니다.

직접 가지 못하는 나는 힝구를 떠나보내기 직전 또 한 번 눈물을 흘리며 힝구를 안아봅니다.

“사랑의 메신저야. 대전에 도착하면 내 사랑을 엄빠에게 전해줘. 동생들도 꼭 끌어안아줘.”

힝구는 내가 울면 마음이 아프다며 혼자서도 잘 있으라고 합니다.


순탄하게 한국에 도착하길 바랐지만, 내 사랑의 메신저는 이곳저곳에서 위기를 맞이합니다.

샌프란으로 가는 비행기에는 수화물 무게가 초과되어 공항 바닥에 캐리어를 벌려놓고 백팩에다 짐들을 옮겨 담았어야 했어요.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는 앞서 탄 손님이 힝구 좌석 뒷자리에 토를 해서 청소하느라 이륙이 지연되었구요. 원래는 어머님을 뵙기 위해 천안으로 가려했지만 어머님은 연락이 두절되고 KTX도 모두 매진이라 몇 남지 않은 공항버스표를 겨우 사서 대전에 도착했지요. 하이라이트는 가장 먼저 서는 정거장에 내리는 힝구가 화물칸 제일 깊숙하게 캐리어를 넣어두어서 휴게소에서 미리 빼놨다는 점이에요.


집을 떠난 지 꼬박 30시간 만에 힝구는 마중 나온 동생들과 함께 전민동에 들어섰고, 막내 처제가 구워준 생선과 예비 동서가 사 온 양념 통닭을 먹고선 잠이 들었습니다. 긴 여정에 지쳐 힘들었을 텐데 그래도 자기 전 전화해서 메신저로써 임무를 보고 합니다. “그냥 여기 오면 편해. 진매가 생선구이도 해줬어. 수빤이는 더 예뻐졌고, 진매는 정말 귀여워.” 처제들이 잘해줬다고 하니 참 고맙네요.


힝구를 한국에 보냈지만 왠지 나는 나를 보낸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내가 안 가도 마음이 든든하고 따뜻합니다. 힝구가 성심당 빵도 먹고, 맛있는 소바공방의 돈까스와 캠핑장 삼겹살을 먹고 올 생각을 하니 흐뭇합니다. 내일이면 대전으로 올라올 엄마, 아빠가 김서방을 안아줄 때 나도 가족들 품 안에 있는 느낌이 들 것만 같습니다.


사랑의 메신저는 주말 이후, 천안에서 어머님을 뵙고 화요일에 다시 미국에 옵니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내 친구들도 다 만나고 오라고 하고 싶은데, 이건 정말 나와 힝구를 동일시하는 심리인가요?) 빡빡한 일정에 힘들겠지만 임무를 충실히 잘 수행해 주는 힝구가 너무 고맙습니다. 많이 보고 싶지만 지금은 한국의 가족들에게 양보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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