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된 후 나는 솔로 시청하기

미국에서 보는 한국 프로그램의 재미 ㅋ

by 한양희

요즘에 새로 생긴 루틴이 있습니다. 힝구(남편)가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달다구리한 모스카토를 한잔씩 마시고 [나는 솔로]를 함께 봅니다. [나는 솔로]는 일반인 남녀 총 12명이 출연하여 4박 5일 동안 한 장소에서 지내면서 이성적 매력을 어필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가운데 커플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TV 프로그램입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누가 누구랑 이어질지 예측하는 맛이 있고, 방송에 까지 출연하여 자신의 짝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사회에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발현될 감정의 변화들이 연애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솔로나라 안에서는 시시때때 일어나서 꽤나 자극적인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진다고나 할까요. 서로의 마음을 찾아나서는 남녀들을 보며 힝구와 나는 그 감정의 사냥터에서 빠져나왔다는 안도감과 서로를 찾은 것에 대한 기쁨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만나서 참 다행이야. 우리는 서로를 이해해주고 사랑하잖아.” (웃기지만 이런 말을 실제 육성으로 한답니다. ㅋㅋㅋ)


솔로들의 세상에서는 사랑과 사람이 쟁취해야 하는 대상이자 목표물입니다. 이십대 초반의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는지 운명적 사랑이 ‘뿅’ 하고 나타나길 기대했습니다. 사람의 면모를 잘 살피지 못했고,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죠. 어렵게 만난 사람임에도 더 배려하지 못하고 못된 말을 많이 했던 지난 연애들을 반성하게 됩니다. 그렇게 나와 인연이 닿지 않은 사람들과의 이별 덕분에 지금의 소중한 힝구를 만날 수 있었지만요. 생각해 보면 태어 날 때부터 지금까지 나와 인사하고 눈 마주치고 시간을 보낸 모든 사람들과의 인연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아니겠어요? 내 생각, 내 행동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과의 만남이 내 삶에 색을 입히고 나를 빚어내듯 나 또한 누군가를 빚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지요.


[나는 솔로]에서는 마음 쓰이는 출연자들이 종종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공부와 커리어 개발에 몰두하느라 연애 경험이 거의 없는 나이 많은 언니들의 서툰 모습을 볼 때 그렇죠. 연애라는 것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이라 본능을 꺾고 착실하게 공부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이들에게는 불리한 게임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들에게 연애란 그저 환상 속에 존재하는 것이기에 답답해 보이지만 악의 없고 순수한 사람들인데 알아봐주는 이가 너무 적은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지요. 하지만 솔로나라에서 뒤늦게나마 무언가를 배우고 얻어간다는 그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사회에서 다시 자신들의 짝을 찾아나갈 그들에게 무기가 생긴 것 같아 반갑습니다.


힝구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도 [나는 솔로]에 출연했을지 알게 뭐예요? 연애 정글 속에서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고 또 다시 힝구를 찾는 여정을 시작할지도 모르죠. 마음 깊고 착한 내 힝구가 일찍 출근한 날. 힝구가 보고 싶어서 주절주절 써봅니다.



추가.

연애를 하지 못하던 솔로 시절, 나는 솔로 같은 관찰 연애 예능을 봤더라면 이성을 대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나는 관심있는 이성에게 다가가는 걸 어려워 하던 ‘연애고자’였거든요. 여중 여고 여대를 나왔단걸 핑계 댔지만, 같은 대학을 다니는 애들도 잘만 연애 했으니 말이죠. 이성적 매력 어필은 일반적 사회생활의 영역과 조금은 다르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조금 더 일찍 연애 프로그램을 봤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왜 생기는 걸까요?

힝구가 이 글을 보면 오해하겠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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