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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양희 Mar 09. 2023

지구를 위한 더 나은 선택

당근마켓이 아직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에..

(2020.06.21. 작성)


  당근마켓이라는 앱이 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이 올린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플랫폼 서비스인데, 요즘엔 이 어플을 통한 거래량이 중고나라를 훨씬 넘어섰고, 머지않아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어서는 유니콘 기업이 될 거라고 한다. 스타트업과 엑셀러레이터의 기업 소개 유튜브 채널인 EO에서 당근마켓 투자자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창업자였던 대학생 친구무리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 중고거래의 장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커뮤니티 조성의 이전 단계로써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주변의 중고물품 시장의 역할을 하는 중이지만 이후에는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실현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하니 그들의 이후의 계획이 궁금하다.


  당근마켓이 성행하는 데는 오늘날의 소비트렌드가 일조하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봤다. 사람들은 소비에서 점점 더 가성비와 가심비를 따지는 합리성을 중요시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쓰레기가 누군가에게 보석이 될 수 있다는 이 고귀한 발상은 예전부터 존재했다. 당근 마켓이 보여주는 실 거래량 수치와, 사용자로 내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불과 십여년 전 대학생들이 명품백을 들려고 몸부림치고, 중고딩들이 노스페이스 패딩으로 부모님의 등골을 브레이킹 했던 그 시절과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음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지표다. 자신의 소득 수준을 넘어선 과시적 소비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천박한 문화적 자산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지면서, 소비는 점점 더 가치 지향적으로 변해 가는 것 같다. 내가 소비하는 것과 그 패턴이 내가 누구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중고 거래를 통해 자원과 물자를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는 사람으로서 나 스스로를 드러내는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특히 미래사회의 우리 자신과 후손에게 온전한 삶을 선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환경에 과거보다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요즘 무언가를 살 때 ‘내가 하는 행위가 환경을 오염시키진 않는가?’ 하는 것에 나름 신경을 쓰고 있다. 빵이나 김밥을 살 때도 비닐봉지를 빼달라고 하고 손에 들고 오기도 하고, 고기보다는 채소를 먹으려고 하는 아주 자그마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동물의 생존권에 앞서 고기를 생산해 내기 위해 발생하는 일산화탄소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채식을 하고 싶지만, 나란 사람은 고기를 안 먹고는 살 수 없는 인간인 것 같다.) 물론 이미 삶 속에서 영위하고 있는 많은 편리함을 단숨에 버리기에 내 몸은 반환경적 행동을 많이 하고 있지만 결국 나의 작은 행위부터 바꾸는 시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건 가죽가방에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전자책을 보는 여행 작가가 나의 페르소나랄까. 아무튼 이런 똑똑하고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는 중심부에 당근마켓이 등장한 것이다. 청년들의 아이디어와 추진력, 기술의 발달, 사람들의 가치소비. 많은 요소들이 제때 만나 빛을 발하니 동시대인으로써 기쁘기 그지없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위협하면서 전염병과 환경 관련 이슈는 단일 국가 내 해결 범위를 넘어선 전 지구적 문제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지구상 하나의 국가에라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남아있다면, 전염병은 언제 다시 유행할지 모른다. 코로나 위기를 전 세계 인류가 공동으로 처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함께 해결하는 선례를 올해 안에 만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고 이런 공동의 힘을 우리에게 닥친 환경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다시금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류미래연구소의 토비 오드는 인류의 실존적 위험과 인류의 장기적 미래에 대한 염려를 바탕으로 연구하는 도덕철학자다. 환경파괴라는 것이 1960년대 까지는 사람에게 윤리나 도덕의 영역으로 치부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선함의 핵심적 면모가 되었다. 그가 주장하는 것처럼 미래의 나와 미래 세대를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현재의 활동들의 도덕성을 따지고 유익한 내일에 기여하는 선택이 이어졌으면 한다. 나와 내 주변부터 시작되는 이 작은 운동에 어려움을 이겨낸 전 세계가 동참한다면 오늘밤 잠들고 눈 떴을 때의 아침이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진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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