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떨어지면 4,000km 운전해야 합니다
미국생활의 필수품은 바로 차다. 차가 없으면 아무 데도 못 간다. 걸어서 집 앞 3분 거리의 커피숍을 가려해도 차가 필요하다. 인도도 없거니와 이 더운 텍사스 햇빛을 받고 걸어 다니는 사람도 없다. 도로가에 서 있는 사람들은 대게 노숙자나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같은 대도시는 예외지만 말이다.
이런 와중에 나의 국제 운전면허증 유효기간 만료가 한 달 남게 되자, 나는 미국에서 집 밖으로 나갈 자유를 잃을 수 없어 캘리포니아 운전면허증을 따기로 했다. 머무는 곳은 텍사스지만, 주소지는 캘리포니아로 등록되어 있어 나는 운전면허를 따러 샌프란시스코에 가야 했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주소지를 증명해야 그곳의 면허를 딸 수 있고, 주소지 증명은 자신 앞으로 온 연방 정부의 편지나, 세금 고지서 등이다.
운전하는 것은 어디든 비슷하지만, 미국의 운전법규 중 몇몇은 한국과 다르다. 좌회전은 대부분 비보호이며, 도로 가운데 회전을 위한 전용선이 그어진 경우가 많고, 우회전시 녹색 불이라도 보행자가 있으면 정지해야 한다. 다만 법규는 아니지만 실제 미국에서 운전할 때 한국과 것들이 있다면 이곳에선 상대방을 조금 더 배려해 주는 느낌을 받는다. 일례로
1. 차량 합류 지점에서는 한 차를 끼워주고 기존 선에 있는 한 차가 가는 번갈아가며 간다.
2. 비상등은 정말 비상시 (타이어 펑크나 자동차 고장 등) 켠다.
3. 양보의 의미로 상향등을 두 번 깜빡인다.
4. 수신호를 많이 쓰고, 운전자끼리 눈 맞춤을 한다.
면허를 딴지는 15년, 내 차를 몬 지 7년이 되어 나름 운전을 잘하고 즐기지만 운전면허를 따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면허 취득을 위해서는 필기와 실기시험을 치러야 하고, 그 시험에 통과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필기시험의 경우 60점 이상을 받으면 통과할 수 있지만 시험에서 한 문제라도 틀리면 스스로를 견뎌하지 못하는 이상한 성미의 나는 문제 은행에 나오는 질문지와 답지를 달달 외웠다. 그중엔 번역이 잘 못 된 이상한 문제들도 많았는데, 이해 대신 암기를 해야 했기에 고생을 좀 했다. 필기시험을 치르는 날, 샌프란시스코 까지 날아가 운전국에 도달했다. 여느 미국 관공서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안내도 없고, 느려터진 그곳에서 가까스로 시험 치는 컴퓨터를 찾아 20분 만에 시험을 통과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시험장의 분위기는 내가 뭣 하러 이렇게 열공했나 할 정도로 허무했다.
그리고 2 주 뒤, 실기시험을 위해 나와 힝구는 또 한 번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다. 미국에서는 시험을 치기 위해 자기가 차를 가져와야 했다. 그 차는 보험이 들어져 있어야 했고, 우리는 시험을 위해 차를 렌트했다. 그다음 날이면 나의 국제 운전면허증이 만료되었기에, 나는 첫 번 째 시도에서 시험에 붙어야 하는 엄청난 중압감에 사로 잡혔다. 국제 운전면허증이 만료된다는 말은 내 보험이 보장되는 렌트를 한 후 다시 시험을 치는 것 역시 어렵다는 것을 의미했다.
시험 등록을 한 후, 한 시간이 흐르고, 검정색 가죽 코트를 입은 감독관이 내 옆에 앉았다. 그녀가 시키는 대로 자동차를 작동해 보였고, 우리는 출발했다. 그녀는 옆에서 무언가를 계속해서 적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차를 돌려 운전국으로 가자고 했다. 치명적 실수를 한 모양이다. 치명적 실수를 범한 수험자는 바로 운전국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녀는 내가 빨간불에 우회전을 하면 안 된다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우회전을 했다고 했다. 무론 나는 그 표지판을 본 적이 없었기에 우회전을 했는데, 감독관이 거짓말을 할 리 없을 테니 그녀의 말에 수긍하는 수밖에. 그리고 나는 그렇게 불합격했다.
시험을 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2주 걸러 한 번씩 오고, 렌터카를 빌리는데 300불이 넘는 비용을 치렀는데, 그 결과가 불합격이라니.
"설마.. 농담이지?"
힝구는 내가 불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믿지 못했다. 불쌍한 힝구.. 믿기 힘들었겠지...
그리고 나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텍사스의 우리 차를 캘리포니아로 끌고 가서 운전면허 시험을 치는 것이다. 힝구의 친구 야저가 자신의 차를 빌려 줄 테니 그 차로 시험을 치라했지만 힝구는 한사코 거절했다. 사고라도 나게 된다면 큰일이라고. 남에게 신세를 지기 싫어하고 극도로 위험 회피적인 힝구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 4,000km를 차를 몰아 캘리포니아에 가서 시험을 치기로. 나는 또 한 번 손톱을 물어뜯으며 다리를 달달 떨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한 번에 붙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나를 짓눌렀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