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횡단 일주일

운전면허 따러 3일 운전한 사람

by 한양희

국제운전면허증 만료일 하루를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운전면허 실기시험에서 보기 좋게 떨어진 이은진은 불가피하게 로드 트립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지나친 안전주의자 남편, 힝구가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차를 빌려준다는 친절한 친구의 호의를 거절했기에 우리 차를 가지고 시험을 쳐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텍사스에 살고 있지만 주소지가 캘리포니아로 등록되어 있어, 운전면허 역시 캘리포니아 면허를 따야만 했다. 그 말인 즉, 운전면허 시험을 치기 위해 텍사스부터 캘리포니아까지 운전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운전을 해 캘리포니아에 간다 해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곳에서 단번에 시험에 붙지 않으면 시험 일정을 잡기 위해 며칠을 더 머물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일주일이라는 긴 휴가를 낸 힝구가 더 휴가를 쓰기란 곤란했다. 나는 이번엔 반드시 붙어야만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언덕이 많고 차가 많은 복잡한 도시다. 이미 한 번 시험에 떨어진 그곳에서 다시 붙을 자신이 없었다. 지난번 내 바로 앞에서 시험을 친 중국 아저씨는 4번째 시험에서도 불합격해 축 처진 어깨를 하고 차를 몰고 운전국을 나갔던 게 기억났다. 게다가 샌프란시스코는 캘리포니아의 서북쪽 해안에 위치하고 있어 우리 집에서 더 멀었다. 우리는 캘리포니아지만 텍사스와 가장 인접해 있고 한적한 시골도시 니들스에서 시험을 치기로 결정했다. 니들스 가지는 1,381마일, 2,222킬로미터다. 20시간 꼬박 운전해야 도착하는 그곳을 향해 용용이(내 차 이름)에 몸을 실었다.


가는길에 잠시들린 페트리파이드 국립공원


미국의 길들은 대부분 광활한 대지에 일자로 뻥 뚫려 있다. 좀처럼 풍경이 바뀌지 않는 길. 이곳에선 장거리 운전이 한국처럼 그리 피곤하지 않다. 그저 길을 따라 달리기만 하면 된다. 요즘 차들에 내장되어 있는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간 간격 조절, 차선 따라가기 기능들을 사용하면 정말 눈을 감고도 운전할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렇게 지평선이 보이는 탁 트인 평지를 달릴 때면 끝이 없어 보이는 자연의 장엄함에 마음이 웅장해지다가도 머지않아 지루해진다. 우리는 지루함을 이기기 위해 노래를 부르다가, 회사 이야기를 하다가, 라디오를 듣는다. 그리곤 걱정한다. 떨어지면 어쩌지?


3일을 꼬박 달려 니들스에 도착했다. 니들스는 캘리포니아라고 하지만, 애리조나처럼 지독히 건조한 사막 기후의 시골 마을이었다. 시험 당일 아침, 주변 도로와 익숙해지기 위해 운전국 주변을 맴돌았다. 시험 합격을 위해선 교차로가 있으면 무조건 좌우좌를 살피고, 차선변경을 할 때도 어깨너머 보는 체크를 해야 한다. 정지선에선 3초간 정차. 다년간의 운전으로 자연스럽게 인지되는 주변상황 체크를 시험을 볼 땐 감독관이 확인할 수 있도록 티가 나게 해야 했기에 더 신경 쓰였다.


서류 접수 후 또다시 한 시간을 기다리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동양인 여성 감독관과 용용이에 올랐다. 운전에 앞서 내 절박함을 감독관에게 전달했다. 국제면허증이 만료되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미 한번 떨어졌으며 시험을 치기 위해 20시간을 운전해 왔다고. 나의 읍소에 “Good luck.”이란 말만을 남긴 그녀를 옆에 태운 채 긴장되는 실기 시험이 진행되었다. 너무나 한적한 시골마을 니들스는 시험만을 칠 수 있도록 설계해 놓은 듯 차가 없었다. 그럼에도 나의 긴장은 사그라들 줄 모르고, 감독관은 계속해서 옆에서 메모를 해댔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끝장인데.’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마침내 운전국으로 돌아왔다.


“교차로에서 고개를 좌우로 확실히 돌리고 주변을 살펴야겠네요. 총 11개 감점이에요. 앞으로 조심해서 운전하세요.”


그렇다! 합격했다. 15개 미만 감점은 합격이었다.

시작 전 구구 절절하게 읍소를 한 것이 통했나? 고개를 열심히 휙휙 돌렸는데도 11개나 감점이라고? 몰라. 몰라. 어쨌든 나는 합격했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2,222km를 운전했으니 운전 실력이 늘 수밖에. 힝구는 이번에도 불합격이면 어떻게 하나 하고 마음을 졸이고 있었단다.


합격하고 좋아하는 나의 모습


“미안해 여보. 나 때문에 일상이 요동치고 있어서. 하지만 매일이 반복되면 지루하지 않겠어? 자 이제 집에 가자.”

집으로 가기 위해선 또다시 3일을 꼬박 운전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또 다른 계획이 있었으니. 집으로 가는 길, 일상을 모험으로 채우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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