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양희 Mar 18. 2024

금문교 예찬

크리시 필드(Crissy Field)를 아시나요?

샌프란시스코의 숨겨진 여행지를 소개하기 위해 P작가와 협업하여 야심 차게 준비한 매거진이지만, 이곳을 빼놓고는 도저히 샌프란시스코를 논할 수 없기에 나의 첫 글감으로 이곳을 살포시 적어본다.


금문교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는 여행자뿐만 아니라 현지인에게도 사랑받는 건축물이자, 공원, 도로다. 금문교를 조망할 수 있는 여러 장소가 있기에 이번 글에서는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금문교의 모습과 내가 가장 사랑하는 크리시 필드에 대한 소개를 하려 한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려 땅에 발을 디디면 가장 먼저 이 생각이 든다.

‘공기가 너무 상쾌한 걸?’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은 공기에는 딜과 로즈마리의 향이 섞여 날아온다. 마치 숲에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샌프란시스코는 여느 도시와는 다르게 깨끗한 공기로 여행객을 맞이한다.

그 공기를 따라 샌프란시스코 만의 가장 끝을 향해 나아가면 붉은색을 띤 세계 최초의 현수교를 만날 수 있다. Golden Gate Bridge. 그렇게 밝지도, 그렇게 어둡지도 않은 고급스러운 붉은빛의 다리는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받게 된다.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는 많은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하지만 이곳 주민인 나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최애 장소다.


동생의 샌프란 여행 속 금문교
아현의 샌프란 여행 속 금문교
밤의 금문교와 나와 남편 연애시절 스냅사진 속 금문교


붉은 다리가 연결하는 녹색 언덕의 굴곡진 선율과 푸른빛이 도는 잔잔한 바다,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과 여행객들의 행복한 얼굴은 이 도시의 여유로움을 전달하는 엽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그림처럼 보인다.



금문교를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들은 샌프란시스코 곳곳에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크리시 필드다. 태평양이 전해주는 깨끗한 바람을 맞으며 아무 일 없이 그저 걷기만 해도 마음이 뻥 뚫리곤 한다. 내가 크리시 필드를 발견한 건 친구가 나를 만나러 샌프란시스코까지 여행을 왔을 때였다. 그전까진 금문교가 잘 보이는 장소까지 차를 타고 간 뒤 그곳을 조망하고 그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크리시 필드에서는 산책할수록 점점 가까워지는 금문교를 보며 내가 온몸으로 캘리포니아의 태양을 흡수하며 역사적 건축물에 다가서는 느낌에 여행이 더욱 실감 난다. 멀리서만 보았던 그곳에 다 달았을 때, 나는 단지 걸은 것 밖에 없지만 큰 성취감을 느낀다.


크리시필드와 해변에서 바라본 금문교
크리시필드 산책로 윗쪽 언덕에서



샌프란시스코에 살지만 여행 온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에도 언제나 크리시필드로 향한다. 크리시필드는 주차장도 넓어서 주차공간에 대한 걱정 없이 차를 세워 놓을 수 있다. 다만 캘리포니아에서는 차 안에 물건을 남겨두는 일은 금물이다. 좀도둑들이 유리창을 깰 우려가 있기에 차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어야 한다.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는 산책로를 걸으면 그곳엔 자전거를 빌려 금문교를 넘으려는 사람들과, 해변을 산책하는 사람, 금문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커플들, 바비큐를 구워 먹는 현지인들,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삶을 즐기며 풍경을 메우고 있다. 이곳에선 걱정이 사라진다. 모두에게 똑같이 내리쬐는 햇볕이 사람들을 평등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
금문교 아래 서퍼들, 나와 남편은 서퍼들을 물개들이라 부른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고충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다. 공부도 해야 하고, 취업도 해야 하고, 승진도 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아이도 낳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지겠지.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 많이 주어진 사회에서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돌아보려면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타인들과 현재의 위치를 비교하며 발걸음을 맞춰가야만 하는 줄 알았지만 적어도 이곳에선 그런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된다. 세상의 시류에 휩쓸려 자신을 들여다보며 내가 걸어가고 싶은 방향이 무엇인지 잃어버릴 때가 많은 우리에게 크리시필드에서 바라보는 금문교는 이곳을 수놓는 다양한 사람들처럼 행복하게 하루를 살아가라고, 1937년 완공된 이래 거친 물살과 바람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지키고 있었듯 자신만의 색을 빛내며 한 방향으로 나아가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크리시필드 연못과 금문교의 모습

그래서인지 나는 크리시필드를 걸으며 점점 내 앞으로 다가오는 금문교가 너무 좋다. 이 사랑스러운 장소를

당신에게도 소개하고프다.


언제 크리시필드 산책가지 않을래요?




매거진의 이전글 현지인도 처음 멈추어 보는 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