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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Aug 28. 2020

둘째의 100일 맞이

둘째는 대강 키워보기로 했다.

둘째가 100일을 맞았다. 하루하루 지나다 보니 어느덧 두 아들의 엄마가 된 지 100일이 됐다.

첫째 때에는 지금과는 다르게 어서어서 컸으면 했다. 시간은 왜 그리 안 가는지.. 첫째가 첫 돌이 되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기다리던 돌을 맞고서도 이제 육아가 할만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건 그래도 훨씬 시간이 지나 서다. 친구들은 아기가 너무 예뻐서 좀 천천히 컸으면 한다는데 나는 그때만큼은 정 반대였다. 시간이 날개를 달고 우리 아들이 짜짠하고 얼른 세 살이 되길 바랬다.  

생각에 여유가 많은 남편과는 다르게 나는 좀  꼼꼼하다랄까 아님 유도리가 없달까. 여하튼 아기가 먹는 시간 자는 시간에 아주 민감했다. 시댁에서 혹여라도 늦은 식사로 내가 생각했던 스케줄이 어긋날라치면 등에서 땀부터 났다. 


'아기를 빨리 재워야 되는데'

'쟤가 배가 고플 텐데'


첫째가 거의 2살이 가까워 지기까지 나는 그 철칙을 지켰다. 그게 철칙이었는지 개똥철학이었든지 간에.

남편의 아주 친한 친구 50살의 거나한 생축 파티에 초대받은 날도 나는 아기가 제시간에 자야 한다는 이유로 한두 시간 만에 자리에서 나왔다. 그때 여러 커플이 아기를 데리고 왔는데 디스코 한마당이 벌어진 옆 방에서 두 달된 아기를 밤 그냥 재우는 모습을 보고  내가 너무 꼼꼼한가 아님 저들의 비정상인가 생각했다. 그 친구의 아쉬워하는 말 한마디를 뒤로하고 우리는 차를 돌려 집으로 갔다. 그 때고 그게 맞다고 믿었다.


그러다 보니 첫째는 안 그래도 예민한데 내가 더 그런 아이의 기질을 거 키운 게 아닌가 싶다. 먹는 시간 자는 시간도 꼬박꼬박 앱으로 기록하고 분석하고 - 참으로 열혈이었던지 나중에는 내가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


지금에서 드는 생각은 원시 시대에도 아이들은 그냥 컸을 텐데, 전쟁 통에도 아이들은 어딘가 잠을 자고 했을 텐데 내가 너무 많은 육아 정보에 휩쓸려 그래야 한다고 개똥 철칙을 믿고 있었던지도 모른다.


둘째를 갖은 순간부터 그 모든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이젠 아기를 따라다니며 앱으로 기록할 여력도 없거니와 시간이 가면 아기는 그냥 큰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이제는 둘 다 대충 키우련다.

너무 힘을 들이지 않아도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랄 거다. 우리 남편이 나에게 하는 것을 보면 가끔 시어머님이 서운하시겠다 생각이 들만큼 사랑 표현이 많은 남자다. 나 또한 아들 둘을 둔 엄마로서 이리 애지중지 키웠다가 나중에 여우 같은 여자애를 만나서 "엄마 안녕~" 할 때를 생각하면 차라리 지금부터 힘을 빼는게 낫다.

그래... 나는 누군가에게 아들을 20년 양육을 그냥 맡은 거다 생각 할란다.


사랑둥이의 100일을 기념하며 - 모든 육아맘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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