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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Nov 08. 2020

잔걱정 많은 나 그리고 느긋한 남편

남편의 게육아 편

얼마 전 둘째 아이의 사두증* 치료 때문에 5개월간의 물리치료를 마치고 선생님께 여러 번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프랑스 사람은 그냥 'Merci beaucoup (정말 감사해요)' 한마디만 심플하게 할걸 내가 너무 고개를 연신 숙였던지 선생님이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저 보다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노력해서 이루어낸 결과죠.
짧은 시간에 결과가 좋아져서 다행이에요.
고생하셨어요.


*사두증은 흔히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뉘는데 선천성은 태어나면서부터 머리가 한쪽으로 눌려 나오는 경우로 보통 두개골이나 뇌 발달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다. 반면에 후천성 사두증은 보통 누워 있을 때 자세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계속 두게 되면 안면 비대칭까지 이어질 수 있다.


자칫 그냥 두면 안면 비대칭 또는 뇌가 바르게 자라지도 않을 여러 가능성을 두고 그간 얼마나 알게 모르게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잠결에도 아이 얼굴을 돌려 눕히느라 곤히 자는 아이를 깨우기를 여러 번 그리고 한 달도 안된 아기를 무한반복으로 엎드려 두는 스파르타 훈련으로 어떻게든 뒤통수를 바로 잡아야 되는 게 사실 내 임무라면 임무였다.


태어나자마자 병원에 있을 때부터 한쪽으로만 자는 것이 은근 신경이 쓰이던 차, 2개월 소아과 정기검진에서 선생님이 아기 뒤통수를 보더니 물리치료사하루빨리 찾아가라고 했다. 그리고 찾아간 물리치료사 선생님은 아기들만 전문으로 맡으시는 분이었는데 젊은 총각으로 보이는데도 아기를 다루는 재주가 아주 범상치 않았다. 그분 이야기로는 조기에 치료할수록 아기 두상이 말랑말랑해서 훨씬 치료가 쉽고 간단한데 아기라도 2개월 아기 치료와 6개월 아기 치료가 방법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알려주었다.

처음에 오른쪽 왼쪽 대각선 길이가 11mm 나 차이를 보이던 두상이 마지막 진료에 2mm로 줄어서 나의 출산 때 산부인과 선생님에게서도 보이지 않던 번쩍번쩍한 후광이 물리치료사님 머리에서 빛나는 것을 보았다.

'오... 저분이야말로..... 신이 나에게 보내신 분일세!'



그리고 두상이 점점 괜찮아지자 나타난 피부 습진.

4개월부터 나타난 피부가 접힌 부분(목, 겨드랑이 등)에서 흔히 발견되는 습진이 온몸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4개월 때에는 손을 쓰는 기술이 아직은 부족해서 다행히 피부를 긁지는 않았는데 5개월부터 능숙하게 눈앞에 있는 것을 잡기 시작하더니 목에 피가 나도록 긁고는 아픈지 순한 놈이 엄청 울어댔다.

소아과 선생님이 처방해주신 스테로이드 연고를 얇게 도포해서 바르곤 하는데 한 번에 '짠'하고 말끔하게 낫긴 했어도 장기간 사용할수록 내성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방법을 아예 바꾸기로 했다. 연고 사용을 하지 않고 매일 목욕을 시키는 대신 잘 말리고 보습 로션을 듬뿍 발라주는 것으로 대체키로 했다.

그러나 덩치가 크신 아드님을 매일 통목욕시키는 게 결코 쉽지 않다. 8킬로에 육박하는 아기를 들었다 놨다 - 그리고 일주일이 돼서야 다행히도 피부가 서서히 나아지는 듯했다. 반대급부로 잠자리에 누우면 허리가 뻐근해오는 것은 덤으로 함께 얻는 것인가 보다.

 

남편은 육아에 있어 좀 느긋한 반면에 나는 잔걱정이 많은 편이라 이런 각종 정보 검색 및 행동 대장격은 내가 맡아해야 했다. 둘째라 엄마로서 키우기에는 기술적으로 수월한 것은 있어도 알 수 없는 이런 증상 앞에서는 어차피 나는 또 초짜다. 아기가 낮잠을 타는 틈을 타 한국/프랑스 사이트를 번갈아 가며 정보 검색에 여념이 없다. 한국 사이트에서는 주로 증상을 위주로 찾고 프랑스 사이트에서는 매달 진료 때 소아과 선생님께 여쭤볼 질문에 관련된 것들 그리고 기타 치료방법들을 검색했다.


그냥 두면 낫겠지. 애들은 아프면서 크는 거야 원래.
스트레스받으면 너만 손해야.

 

남편이 하는 말 족족 맞는 말이라 하더라도 어쩜 저렇게 얄미울까. 고오맙다, 아주.


이러다가 정말 육아 논문이라도 낼 판이다.


엄마들 간에 육아 깨알 팁 공유는 한 지붕 아래 같이 사는 남편님 말보다 때론 더 소중할 때가 많다. 어차피 고민을 사서 하는 사람인 내가 그냥 알아보는 것이 편하지 남편에게 같이 알아보자고 했다간 내가 속이 시커멓게 탈 때까지 '나무아미타불'하고 진득이 기다리지 않는 이상 그놈의 대답이란 것은 함흥차사일 때가 많으니.

흔히들 똑게육아라고 했던가. (똑똑하고 게으르게 - 여기서 게으르다는 의미는 단어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라 좀 더 느긋하게 육아를 하자는 뜻임)  우리 남편은 내게 그냥 게육아(게으르기만 한 육아)인거 같다.





여자의 인생은 '엄마가 되기 전에 나와 엄마가 되고 난 후의 나'로 나뉜다고 하면 너무 극단적일까.

모든 부모들이 아마 그럴 테지만 나 또한 내 인생에서 가장 공을 들여하는 일은 지금까지는 단연 아이를 키우는 일이다.

때론 아이한테 너무 절절맨다고 우리 엄마가 한 소리하시기도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엄마 DNA를 탑재하고 있다 보니 엄마가 우리에게 절절매었듯이 나도 그러고 있나 보다.


가끔 나도 남편의 게육아한수 배우고 싶다.

남편은 소파에 앉아서 나에게

어, 아기 침 흘리는데?
목 밑에 피부가 밝게 졌네?
팔 위에 뾰루지 왜 생겼지?

이러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나를 보며 '아차차차. 나를 마치 리모컨 채널 돌리듯이 잘도 부리는 구만' - 남편이 참으로 고단수라고 느낄 때가 많다.


이런 업은 타고나는 거라 이를 바꾸려면 불교에서는 기도하며 부지런히 백팔배를 하여 자기 수양을 거듭하면 겨우 바꿀 수 있다는데, 나는  그럴 자신은 없고 그냥 리모컨 인생으로 사는 수밖에 없나 보다. 다만 그래도 좀 여유롭게 차분하게 육아를 하려고 생각은 늘 한다. 애들이 크면 언제 가는 뭐 리모컨 인생도 자연스레 없어지길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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