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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Nov 26. 2020

꿈속에서 만난 사람

부부의 의리

'아. 꿈이었지.'

반은 당황스럽고 반은 아쉬움이 남는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내가 꿈을 꾸는 와중에도 '내가 꿈을 꾸고 있구나.'라고 인지를 하며 크게 동요되지 않은 채로 꿈을 감상할 때가 많다. 행복한 꿈이든 무서운 꿈이든 그저 관객의 입장으로만 한 편의 짧은 영화를 보듯이 몇십여분인지 몇 시간인지를 잠깐 딴 세계를 여행하다 돌아오면 그만이었다. 


그제 꾼 꿈은, 평소 꾸던 데로 관찰시점이더라도 구름 위에 폭삭하게 안긴 듯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 못할 꿈이었다.

연애하는 꿈을 꿔서 그러나.


꿈에서 만난 사람은 전혀 모르는 뜻밖의  인물이 아니라 내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 평소에  '그 사람 참 괜찮네' 생각하던 남자여서 꿈을 꾸면서도 내 무의식이 그 인물을  연인 상대로 불러들인 데에는 나름 이해가 갈 법했다. 


꿈속 상황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꿈에서 나는 지금 현실에서처럼 아들 둘을 가진 유부녀였는지는  수가 없었지만 꿈을 꾸면서도 어딘가가 뒤가 켕기는 것이 우리 관계가 아마 짐작컨데 불륜이었는가 보다. 

한참 이 감당 못할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끝에, 둘째 아들 뒤척이는 소리 때문에 불현듯 꿈에서 깼다. 나머지 결말을 보지 못해 애통해하던 순간, 곤히 자고 있는 남편 모습을 눈 앞에 마주하니 그때서야 묘한 감정이 들었다.

내가 꿈을 맘대로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더라도 여하튼 내 무의식 중에 내심 다시 분홍빛 사랑인지 가슴 벅찬 사랑을 그리워했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잠깐이지만.

그래. 설레긴 했다.


남편을 사랑했고 지금도 여전히 내가 그를 사랑함에는 변함이 없다. 꿈에서 그 누군가를 소환한다 한들 현실에서 나는 여전히 그의 아내이고 아이들의 엄마이다. 잠시 몇 분 동안 꿈속에서 다른 사람을 생각했다 하여도 그것이 지금 우리 사이에 권태기니 사랑이 식었니 하는 말들로 바꿔질 수는 없다. 그냥 잔잔한 잔영만 기억 속에 남아있고 그것이 전부이다.


남편과 내가 향후 50년이 흘러 서로가 각자의 지팡이를 짚고 집 근처 공원을 손 마주 잡고 같이 산책을 하며 생을 마감하는 그 날까지 내 곁에 있어줄 이도 다름 아닌 남편이란 믿음이 있다. 

아마도 지금 우리의 사랑은 그런 연애초 분홍빛 설레는 감정을 지나 부부의 의리로 다져지고 있는 중이 아닐까. 우리의 아이를 함께 키우고 갖은 인생의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며 평생 내 편으로 남아줄 수 있는 사람.


어렸을 때 열렬히 사랑해봤고 이별 때마다 가슴 구구절절이 아파했고 마치 사랑하는 동안은 그것이 전부인양 살았다. 감정의 파도타기이며 고도의 밀당 전략이며 뜨거운 가슴으로도 사랑했고 차가운 머리로도 그를 내 사람으로 만들려고 그리고 내가 마음 다치며 헤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해봤다.

이젠 결혼을 하고 그런 전략 싸움인지 가슴 벅찬 사랑인지가 가물가물하지만, 글쎄. 그게 그냥 흘러가는 인생인 거만 같다.

'부부는 (情)으로 산다'는 것이 너무 구태의연한 말인 것만 같아 나는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오' 하고 반문하고 싶지만 가슴 뛰는 것만이 사랑이라 할 수는 없기에 옆에 계속 두고 싶고 없으면 허전한 그것이 정이라면 우린 정으로 사는 게 맞나 보다.



<사랑은 뻔하다>

지은이 : 마담 조셉

 

만약 누군갈 다시 사랑하는 기회가 온다 해도

불꽃같은 사랑의 결말이야

뻔하디 뻔한,

무수한 감정의 소모전을 거쳐

그저 모든 것일 것 같던 그 사랑도

결국은

과거의 기억 저편으로 넘어가게 되면

쓰라린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것처럼

그냥 흘러가는 인생이려니 

또 깨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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