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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Nov 22. 2020

대화가 필요해

다시 심장이 콩닥콩닥하고 싶덴다.

남편과 결혼을 한지도 내년이면 5년이 된다. 5년 동안에 나는 두 번의 출산을 했고 가족 구성원이 2명에서 4명으로 늘었으며 둘이서 꽁냥 거리며 살던 작은 아파트에서 좀 더 큰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첫째 출산 이후 우여곡절 끝에 취직도 하고 그야말로 정신없는 5년을 보냈다.


나이가 어린 들이 둘이다 보니 식사 위 대화는 늘 짧게 끝난다. 막 운을 떼려고 했는데 결론 없이 대화가 급하게 마무리되는 일이 잦다. "왜?"를 달고 사는 첫째에게 혹여나라도 밥상 앞 대화가 아는 주제라 치면 그날은 ''에 대한 답변만 해주느라 끝난다. 그리고 온순한 둘째도 대화가 10분이 넘어가면 안아달라고 등을 들썩거리기 일쑤이기에  대화는 허공에서 마무리될 때가 많다.


학교를 다니기 싫다고 울면서 가던 첫째 아들에게 친한 친구가 생겼다.

친구 J와 점심밥을 먹고 학교에서 칼싸움 놀이를 했다는 게 하루 주된 내용의 전부이지만 아들의 초롱초롱한 두 눈에 그 친구가 자기 제일 친구라 하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하다. 학기 초, 소위 "방과 후 놀이터"라고 불리는 공원에서 자주 J엄마를 보다 보니 우리 부부도 자연스레 그 엄마와 친분을 갖게 됐다.

클래식 음악을 하는 그 엄마는 코로나 때문에 공연 횟수가 줄다 보니 경제적인 이유 그리고 개인적인 이유 등으로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가야 될 거 같다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했다.


J가 왜 이사를 가야 된데?


아휴. 넌 지금 몰라도 돼.

으른들 얘기야!


아직은 자기 아이에게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다는 J 엄마의 입장을 고려해서 우리 아들이 혹여나 학교에서 J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건넬까 봐 손짓 발짓으로 묵음처리 얘기를 하다 보니 오늘도 역시나 마무리는 삼천포로 빠진다.


8시 반쯤 둘째를 재우고 나도 같은 방에서 비슷한 시간에 취침을 하다 보니 사실상 우리 부부에게 못다 한 대화의 명맥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요즘 둘째의 이앓이로 새벽에도 곧잘 깨는 신생아 모드로 나는 다시 체력의 한계를 체험 중이다. 그러다 보니 늘 머릿속은 몽개몽개 피어나는 안갯속을 거니는 느낌으로.

아. 피곤하구먼.




코로나 19가 우리 부부에게 가져다준 것은,


24시간 매일 함께 붙어있기.

징그럽게 같이 붙어있기.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니 사실상 둘이서 대화를 하는 것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너무 같이 붙어 지내다 보니 자잘한 것으로도 서로가 눈을 흘기는 일 또한 잦아졌기에 온전한 대화는 되려 요원해진 것 같다. 맘 잡고 엉덩이 붙이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나 해볼까 해도 하루는 정말 후딱 간다. 아침에 커피 한잔에 피곤기 서린 눈으로 바라본 해돋이는 이제 좀 몸이 풀렸다 싶을 때 내일을 기약하며 해가 건물 너머로 진다.


그리고 징그럽게 붙어 지내는 같이 사는 남자는 요즘 때아닌 오춘기인지 툭하면 짜증이다. 피곤한 건 저뿐만이 아닐 텐데 세상 저만 피곤한 사람인 듯 말을 툭툭 뱉는 것이 가끔은 아주 재수가 없다. 제발 코로나가 끝나서 각자 제갈길 가서  8시간 일 잘하고 돌아와서 퇴근 후에 보면 서로가 아주 반갑겠다. 하루 종일 부스스한 얼굴에 무릎 나온 조깅 바지 입고 돌아다니는 나 또한 남편에게 마찬가지일 테지만.


달콤한 말로 레스토랑에 마주 앉아 수줍은 미소로 두 손 꼭 잡고 밥 먹던 그 커플은 어디로 갔나. 우리가 서로 설레어하며 마음이 콩닥거리던 그 커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지금은 마치 20년은 넘게 한 전우 같다.

그렇다고 20년 함께한 전우처럼 이심전심 마음이 통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눈빛 하나 탁 보면 쫙 읽히는 그런 사이가 되려면 아직은 더 뭉개고 살아봐야 되나 보다.



시시콜콜한 농담 따먹기든

세상 돌아가는 진지한 이야기든

아이들 커가는 평범한 일상이든

둘이 식탁에 앉아 와인 한잔 기울이며 대화나 좀 진득이 해봤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다시 오면 핸드폰도 잠시 꺼두고 둘이에게만 집중하던 그때 그 시간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두 손 꼭 붙잡고 밥을 먹어보자 물어봐야겠다.

 

10년 이후에나 가능할까.

그때도 연애 때에나 뛰던 심장이, 콩닥콩닥 설레던 마음이 여전할까. 너무 서로가 익숙해서 가끔은 서로가 그냥 낯선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다.

대화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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