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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Jan 05. 2021

프랑스 아파트도 층간소음이 있다.

제발 좀 이사 가자

층간 소음은 프랑스에도 있다.

물론 신축된 건물들은 그런 문제가 덜하지만 우리 집 아파트처럼 70년대 지어진 건물이라면 옆집 아저씨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도 가끔 들릴 정도니 (가끔은 내 귀가 소머즈인가 싶다). 아이들이 두 명, 그것도 아들 두 명인 우리 집으로서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가 첫째를 임신한 7개월에 우리는 이 아파트로 부랴부랴 이사를 왔다. 좁은 스튜디오에서 살던 우리 부부는 내가 생각지도 않게 임신이 빨리 되어 급매물을 알아보고 은행 대출 상담을 받고 이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됐다. 우리 집은 2층이었는데 샷시이며 바닥도 깔끔하게 다 리모델링된 채로 나온 아파트는 가히 신이 우리 아이를 잘 키우라고 덥석 안겨준 것인 줄 알았다.

어떤 큰 복병이 존재하리라곤... 상상도 못 한 채.


만삭 몸으로 아기를 낳기 몇 주전, 새벽에 다리에 쥐가 나서 잠에서 깼다.

'끼익~ 끼익~끼익' 침대의 삐걱대는 소리에 나는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일정하게 반복되는 침대의 소리와 어느 여자의 나른한 듯 자지러지는 소리. 그 소리는 한참 계속되다가 새벽 5시 즈음이 돼서야 잦아들었다.

'에이씨. 이러다가 윗집 언니의 사생활마저 속속들이 알게 되겠구먼.'

잠귀가 밝은 나에 비해 어디서도 무던히 잘 주무시는 남편님에게 지난밤 얘기를 했다.

흥미롭게 듣던 남편은,

윗집 여자는 혼자 사는데? 검은 고양이랑 혼자 살아.


그리고 며칠 뒤, 또다시 시작된 새벽 두 남녀 소리.

남편을 급하게 깨웠다. 우리 둘은 한참 그 소리에 집중하며 '끝났나.''안 끝났네'를 여러 번 반복하다가 3시간 가까이 잠을 들지 못하고 쾡한 눈으로 아침을 맞이해야 했다. 소리의 근원지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갖 이사한 티를 좀 내며 아파트 관한 이런저런 질문을 들고 남편이 윗집으로 올라갔다. 윗집 여자는 맷집이 좀 있는 아랍계 여자인데 흡사 퉁퉁한 스타일의 킴 카다시안을 연상시켰다. 윗집 여자 왈, 본인은 지난 새벽에 그런 소음을 들어보지 못했고 자기 침대는 물침대라 그런 삐걱대는 소리 따위 안 나다며 혹 못 믿겠다면 자기 침대를 직접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단다. 단지 우리는 소리의 근원지가 궁금하여 혹시 그분도 뭔가 들은 게 있으신가 물어보았을 뿐 추궁을 하자거나 그런 다른 의도는 없었다. 

그 이후에 이상하게도 더 이상 그런 남녀 간의 찐한 몸의 대화가 오가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생각보다 이 아파트 층간 소음이 좀 심하구나.'

그땐 몰랐다.

미래에 우리 아기가 낼 수 있는 소음도 만만치 않은 것임을.




둘째 오후 낮잠 시간.  

둘째 두두(doudou : 애착 인형)와 공갈젖꼭지를 물리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장가 음악을 조용히 틀어준다.

간혹 낮잠 재우기가 까다로운 날들이 있다. 가령 접종하고 나서 나른한 날, 이앓이가 있는 날, 등등

하아..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벌써 낮잠 재우기 시도가 3번째다.

잠은 오는데 쉬이 잠이 들지 못해 짜증이 극에 달해 있을 때 등을 손으로 쓸어주니 시원한 모양이다. 그리고는 조금 있으니 눈꺼풀이 감실감실 감겨온다. 그리고 잠든 둘째를 확인하고 방을 나서려는 찰나,

"우루루루 쿵쿵 쿵쿵"

윗집 여자분이 이사를 나가고 그리고 오래 비워져 있던 윗집 공사를 시작하나 보다.

"우앙~"

둘째가 다시 운다. 하아.... 뒷목이 싸늘하다.



첫째를 혼자 키울 무렵, 늦게 기기 시작한 아들이 두 팔로 마루 바닥을 팡팡 찍으면서 기는 통에 놀이 매트 대형을 집에 깔아야 하나 어쩌나 고민하던 찰나였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남편을 붙잡고 밑집 할머니가 소음이 잦다고 경고를 주었단다. 그때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에 두 번은 꼭 산책을 데려갔다. 그리고 놀이 매트를 사서 집안 곳곳에 깔아 두었다.

어느 하루는, 새벽부터 열이 나기 시작한 아들을 얼르고 달래다가 아침에 기저귀를 갈고 있는데 쾅! 쾅! 쾅! 우리 집 문을 부술 듯이 아랫집 (할머니) 딸인 여자가 올라와서

우리 동생이 새벽에 일 마치고 들어와서 이 집 아들 우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겠데요. 그리고 저희 엄마는 소음 때문에 신경안정제를 먹어요.
애 안 달래고 뭐 하는 거예요! 대체!



한 5분은 속사포로 씩씩거리며 아들을 안고 있는 내 얼굴에다 따발총을 쏘고 갔다. 나는 연신 미안하다 말만 하고서 아무 다른 대꾸도 못했다.

남편이 외국으로 일주일 정도 출장을 간 날이면 나는 아기가 자기 전까지 힙시트에서 아기를 내려놓지 않았다. 혹여나 혼자 있을 때 밑에 집에서 또 올라와서 우리 문을 쿵쾅거리며 두드리는 날에는 내가 흡사 노이로제가 걸릴 거 같았다. 그 이후로도 아랫집 사람들을 만나면 굽신굽신 여러 번 사과도 하고 케이크며 제철과일에 각종 뇌물 공세를 펼쳤다. 그리고도 아기가 조금이라도 쿵쿵거릴 시에는 아랫집에서 무슨 작대기인지 모를 방망이로 천장을 사정없이 쾅쾅 쳤댔다.


'아. 이 죽일 놈의 층간소음! 내가 취직을 해서 이 집 사서 나가든지 해야지. 곧 걸음마도 하고 하면 그리고 뛰고 다니면 아랫집에서 더 지랄할 텐데.'


우리는 밑집에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이것이 비단 우리 집에서 만의 문제가 아닌 것을 알게 됐다. 남편이 아파트 조합원 그리고 보험 쪽으로 알아보니 조합원에서 소음측정기로 이 소음이 일반 생활소음 수준을 넘어서 사람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는 정도로 판단되면 아파트 바닥 수리를 하고 그 비용을 보험 쪽에서 처리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만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아랫집에서 민원을 넣어야 그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편은 즉시 아랫집으로 가서 그 말을 전달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랫집에서는 더 이상의 액션이 없고 이런 소음문제를 가지고 우리를 걸고넘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멀쩡하게 수리된 집을 넘긴 전 주인도 아랫집과 죽이네 마네 실랑이를 벌이다가 어쩔 수 없이 이사를 나갔다고 들었다.


그래. 이 집 전 주인도 나 때문에 이사했어! 
3년도 안 살았지 아마.
너네도 얼마나 갈지 두고 볼 거야!

기세 등등하게 열이 올라있는 밑집 딸과 우리 남편이 한판 붙을 때 그 딸이 기갈이 올라 우리에게 욕을 하며 뱉은 말이다. 

우리 집 말고도 우리 밑집은 새로 이사 온 아랫집 앞집과도 사이가 안 좋았는데, 그 새로 이사 온 부부도 2살이 채 안된 아기가 있어 종종 복도에서 언성을 높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부부는 8월이면 한 달 정도 바캉스를 다녀오곤 했는데 그동안 빈집을 Airbnb로 돌리곤 했다. 가끔 흥이 많은 커플이 숙소에 들어올 때면 밤낮으로 음악을 틀어대는 탓에 밑집 여자가 복도에서 아파트가 꺼져라 욕을 해대는 것을 종종 듣곤 했다. 




우리 집 둘째는 둘째라 그런지 발달이 빨라 8개월도 채 안됐는데 벌써 자꾸만 벽을 잡고 일어서며 자기를 세워달란다. 이러다가 3월 복귀 전에 걸음마를 보고 복귀를 하게 되지 싶다.

첫째는 "뛰지 마라", "조용히 걸어라"를 너무 반복적으로 들어서 가끔 시댁에서 방방 뛰놀다가 우리 집으로 돌아오면 바로 <우리 집 모드>로 전환이 되는데 가끔 까치발 들고 다니는 모습이 짠하다.  

언제나 끝날까 이 층간소음은. 우리가 이사를 가야 해결될 문제겠다.

층간소음에 있어서 우리 집도 때론 피해자이기도 하고 가해자이기도 할 것이며 70년대 지어진 이 낡은 아파트에 계속 사는 이상은 당분간은 아래위로 계속 시끄러울 거 같다. 둘째가 곧 걷기 시작하고 그리고 이제 뛰기 시작하면 두 형제가 아파트에서 뛰고 굴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테니까. 

가뜩이나 파리 외 지역 집값이 올랐는데, 머리가 더 복잡하다. 

내일부터 복권이나 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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