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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Mar 23. 2021

코로나, 그리고 복귀

일상으로의 회귀 그리고 그리움

복귀를 했다.

다시금 기억들이 날까 했던 손기술들은 전혀 별 쓸데없는 걱정인 것처럼, 2주 만에 다시 완벽하게 돌아왔다. 출산을 하고서 기억 감퇴가 좀 있어서 일에 차질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역시나 그런 걱정들은 아예 고이 접어두는 게 낫다. 엄마로 산 세월보다 직장인으로 산 세월이 훨씬 기니 해오던 버릇은, 머리가 아니라 손이 기억하는 컨트롤 키 기술은 여전히 잘 작동한다.


출산 전에 락다운이 시작되어 재택근무를 하다가 현실은 여전히 그 연장선상에 있지만 오랜만에 사무실에 혼자 덩그러니 있으니 뭔가 적막하다. 출산 전에 사무실 인테리어를 바꿨는데 그 이후에 어떤 손때도 타지 않고 모든 게 그대로 있는 걸 보니 이것을 감사하다 해야 하나 아쉽다고 해야 하나.

오랫동안 아무도 내려 마시지 않은 커피 맛이 많이 쓰다.  

햇살 창가에 있는 나무들이 가는 입사귀를 드리우고 마치 내게 인사하는 거 같다.


복귀를 하기 전, 이제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오면 주식도 시작하고 아이들 적금 계좌도 하나씩 더 트고 주택 융자도 알아보고 무엇보다 복귀를 잘 마친 나에게 큰맘 먹고 백이나 하나 선물할까 했더니 - 모든 게 그저 흐지부지가 되었다.

아침에 눈뜨고 아이들 챙겨 보내고 모니터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일을 하고 점심 대충 때우고 오후 늦게 아이들 데려와서 저녁 차리고 치우고...

다시 심심한 일상이 시작되었다.




코로나가 끝나면 다 같이 모여 커피 한잔씩 같이 하자.
노천카페에 앉아서..



하나, 둘 사무실에 자산 정리 때문에 찾아오는 (전)직원들에게 의무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을 건넨다.

사무실은 정리를 할 테고 우린 또 이사를 하고 다시 바쁜 나날이 계속될지 어쩔지 그건 지금은 알 수가 없다.

지금은 그저 주어진 일만 하는 것.  


언제쯤이면 가능해질까.

마스크 벗고 반가워서 얼싸 앉고 함께 노닥거릴 날이 언제나 올까.

둘째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우리 부모님께 아기 얼굴을 못 보여드렸는데, 비행기가 뜨는 날은 언제가 될까.


마스크 쓴 어른들의 모습을 자란 우리 아이들이

표정 하나 얼굴 속에서 읽지 못하고

산책은 늘 사람들 없는 적막한 곳에서, 복작거리는 도시 거리의 소음조차 지금은 없다.  

지하철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창밖을 응시한 채로 저마다 눈동자가 빛을 잃었다.

예쁜 옷이며 구두며, 흔한 데일리 화장조차 - 왠지 이제는 무의미하다.


너무 당연했던 것이, 평범했던 일상이, 언제 끝날지 모를 이 기약 없는 상황에서

아쉽고 그립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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