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인 나는 월요일이 더 좋더라.
가뜩이나 어제 일요일 서머타임이 시작되어 시간이 1시간이나 줄었는데
전쟁 같은 월요일 아침,
아이들 둘을 서둘러 보내고
먹다 만 빵 부스러기가 밥상 위에, 아침에 갖고 놀던 자동차가 현관 앞에,
벗어놓고 간 파자마가 신발장 근처에, 아직까지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개켜진 이불이 고스란히 형체 그대로 침대에 남아있다.
아이가 둘이면 육아가 2배가 아니라 갑절로 4배나 힘들다고 하던데
요즘 그 말을 실감하는 중이다.
격변하는 둘째는 일찍부터 발달 상황이 형보다 빠르더니만 거기다 새로운 것들을 겁 없이 잘도 한다.
첫째는 서랍을 열 때나 처음 걸음마를 하기 전 엉덩방아를 '어이쿠' 찧을 때나 그래도 조심하는 면이 있었는데 둘째는 손이 다치든 이마가 까이든 눈도 깜짝하지 않고 - 그야말로 막무가내다.
그러다 보니 안 그래도 헬리콥터 맘인 내가 아이가 눈뜨고 다시 잠을 자기 전 시간까지는 옆에서 밀착으로 있다 보니 흔한 인터넷 뉴스 한번 볼 시간이 안 난다.
주말에는 시장도 봐야 하고,
주중에 먹일 퓌레를 다량으로 만들어 놓고,
오랜만에 이불 빨래며 큰 일거리를 해야 하는데 되려 더 시간이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내게 월요병은 아예 없다. 아니 되려 월요일이 때론 더 기다려질 때가 많다. 주말은 그야말로 모니터에 앞에서 일을 안 한다 그뿐이지, 체력전 & 무수한 인내력을 동반하는 육아 주말이기 때문에 커피를 연거푸 내려 마신다 해도 방전된 체력을 끌어올릴 방법이 없다.
둘째를 낳아서 내게 남은 것은 첫째 독박 육아 때부터 육아 스킬이란 것만 좀 업그레이드되었을 뿐, 이미 3년 전 그나마 체력이 되던 나는 시간이 간만큼 더 늙었고,
애들은, 그것도 남자애들에 두 명에다
둘째는 엄청난 에너지를 뿜뿜 뿜어내며 온 집안을 활기치고 다니다 보니
낮잠은 고사하고라도 한 30분만 변기통 위에 가만히 앉아 있고 싶다.
일요일 저녁,
아이들을 다 재우고 오롯이 내게 주어지는 두여 시간의 달콤한 휴식은 혹여나 밤에 일어날 둘째를 다시 재워야 하는 체력으로 비축하기 위해 얼른 나도 잠자리에 들기 바쁘다.
프랑스어도 더 해야 되고, 시사 뉴스도 좀 봐야 되고 주식 공부도 차츰 해두려고 했는데 - 이건 뭐 짬이 나야 말이지. 밥도 5분 순삭, 커피는 무조건 원샷 기본적인 욕구조차 이러한데 말해 무엇하리.
첫째는 재택근무를 개념을 알아서 매일 아침 엄마 아빠가 집에서 일하는지 회사에 나가는지 체크한다. 남편은 80%는 재택이고 나도 거의 대부분 재택이지만 월요일은 웬만하면 재택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주말 육아로 지친 몸에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코로나 이전 시대에는 어떻게 그렇게 잘 다녔나 싶지만 - 월요일은 재택근무가 좋더라.
첫째에게 친구들 만나러 학교 가자고 하면 엄마랑 아빠랑 더 있고 싶다며 애교 어린 눈웃음 연발한다. 아들에게는 "엄마도 그래. 우리 아들이랑 매일매일 같이 붙어 있고 싶네~" 이러지만 마음속 실상은
'제발 좀 가라. 엄마도 좀 쉬자.'
웃픈 현실이다.
길어봐야 10년일까,
나중에는 쥐도 새도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자기 방 문 꽝 닫고 친구들과 핸드폰 채팅 삼매경에, 게임에 빠져서 나랑 말도 안 하는 나이가 오겠지. 변성기도 오고 무시무시하게 다리에 털도 나고 첫사랑도 생길 것이고, 이렇게 "엄마 엄마"하며 병아리처럼 뒤꽁무니 쫓아다닐 시간이 한정되어있다는 게 조금 서운하긴 하다.
그때 즈음이면 10대들 팽팽 돌아가는 머리에 체력에 눌려서 안 그래도 슬로우 어답터인 내가 요즘 트렌드도 모르고 눈 뜬 장님마냥 밥상 앞에서 눈알만 굴리면 어쩌나 싶다.
가끔은 시간아 빨리 가라 싶다가도,
그럴 때를 생각하면 천천히 컸으면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