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담 조셉 May 04. 2021

곧 돌을 맞는 둘째에게

너에게 적는 편지

엄마가 너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적어보네.


사랑하는 둘째야!

먼저, 첫 돌을 맞이한 것을 축하한다.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이렇게 찾아와 주어서 다시 한번 고맙다.

우리 사고뭉치 귀염둥이.

 

엄마가 처음으로 너를 만날 때에 오랜 진통 끝에 결국에는 또 수술로 아기를 품에 안는 게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었어. 근데 선생님께서 아기가 배속에서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힘내 보자고 하더구나. 그래서 엄마가 네가 태어나기 30분 전 포기할까 하는 마음을 백번 고쳐먹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어.

산고 끝에 마침내 너를 품에 안았을 때는 '우리는 끈끈한 운명 끈으로 이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탯줄로 연결되어있던 우리 아기가 힘들게 세상에 나와 이제는 엄마와 아들이라는 운명의 줄로 단단히 연결이 되었구나 라는 걸 느꼈어. 너는 엄마에게 새로운 경험과 벅찬 감동을 안겨주었지.


순하고 토닥토닥하면 잠도 쌔근쌔근 잘 자고 너는 그야말로 사랑둥이다.

무엇보다도 엄마가 너를 낳고 형 때와는 다르게 우울증이란 게 없어서 너를 바라보며 '아이구 내 새끼네.' 하며 온전히 한껏 웃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너희 둘을 열심히 키워내라고 하늘이 내게 그런 힘을 주었나 보다.

이제 제법 고집도 생기고 작은 다리로 뒤뚱거리며 걷기도 하고 작은 박스에 올라서기도 하고 많이 컸다. 우리 아가.


10개월이 되고서

갑자기 정신을 잃고 발작을 일으켜서 엄마가 병원에 검사하러 가는 동안 마음이 이루말할 수 없이 찹찹했지. 너를 보모 아줌마께 맡기고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 엄마 혼자, 마음에 주홍글씨를 새겨두고 혹여나 엄마 때문인가 하고 시린 마음한구석이 텅비어버린 느낌이었지.


다시는 아프지 말자, 우리 아기

향후 몇년 아플거 한번에 액댐한거라고 믿어.

무럭무럭 자라주어서 그냥 감사하다.

그냥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엄마가 이 마음 정말 오래오래 간직할게.


사랑한다 우리 아가 ♡

Bon anniversaire mon amour.


작가의 이전글 내겐 없는 월요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