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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Mar 04. 2021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

응급실 병원에서의 하루

얼마 전 복귀를 앞두고 싱숭생숭한 마음을 담아 올린 글에 독자분 중 한 분이 보내주신 댓글에서,

"모든 엄마들이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한다. 적당히 좋은 엄마가 바람직한 거 같다."라는 글귀를 보고

내가 마음을 많이 놓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앞으로 아기가 겪을 무수한 성장통이며 그리고 스스로가 배워나가야 할 경험과 그 사이사이에 생기는 고민들을 엄마인 내가 바람막이랍시고 모든 걸 대신해준다는 것은 아이가 하나의 인격체로서 커가는데 걸림돌이 되겠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것이, 때론 그냥 멀찍이 바라봐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스스로 느끼고 체득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에 동감하는 바이다.


나는 워낙에 헬리콥터 엄마였기 때문에 놀이터에 가서도 아이 등에 바짝 붙어서 끌어주고 일일이 엉덩이 받쳐 올려주고 - 아들보다 덩치가 훨씬 작은아이가 넙죽넙죽 사다리를 잘도 타고 올라가는 것을 보고 내가 놀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잔걱정이 많다 보니 어느새 우리 남편도 나와 같이 헬리콥터 과로 전향을 했는지 덩치 큰 아들 뒤에서 밀착 코칭을 하는 일은 이상한 것이 아닌 게 됐다.

그러다 보니 첫째는 키도 크고 몸도 아주 튼튼한데 놀이터에서 기구를 타는 것은 또래에 비해 아주 젬병이다.

활동적이고 운동도 곧잘 하는 내가 그런 아들을 보고 있자니 속이 터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둘째는 좀 느긋하게 마음을 비우고 "사내답게" 키워보자 마음을 먹었다.


내 타고난 성격이 어디야 가겠냐만 그럼에도 첫째처럼 옆에서 24시간 함께 봐주고 놀아주는 것에서 둘째는 어느 도 혼자 두는 버릇하다 보니 첫째보다 역시나 행동 발달이 빨랐다.

앉는 것도, 기는 것도 그리고 서는 것도... 기특한 녀석.

형제라 해서 발달이 같을 수 없겠지만 엄마가 옆에서 사사건건 개입하지 않고 혼자 두다 보니 둘째는 혼자 곧잘 해냈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내가 참으로 뿌듯했다.




복귀를 하고서 엄청난 이메일 양에 각종 화상회의에, 아기 엄마 모드에서 회사원 모드가 전환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어안이 벙벙 한때, 보모에게 급박하게 전화가 왔다.

둘째가 소파에서 떨어졌다는 것.

아이들 낙상 사고야 흔한 일이라고 하지만 한동안 정신을 잃고 사지를 파르르르 떨었다고 하니 덜컥 겁이 났다.


'아기가 채 10개월이 안됐는데 내가 너무 빨리 서둘러 복귀를 했나 봐.' 


펑펑 우는 아기를 남편이 데리고 급하게 병원으로 떠나는 차를 바라보며 나는 그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잠시 생각 회로가 작동을 안 하는 것만 같다.

첫째를 데리러 학교를 가는 길에서 머릿속이 깜깜했다.

응급실로 간데도 유럽병원 응급이 한국 같지가 않아서 대기가 엄청 길 텐데 의사를 빨리 만날 수나 있으려나, 오늘 보모가 잠도 많이 안 잤다고 하던데 가뜩이나 컨디션이 안 좋은데 어쩌나, 병원에서 먹을 게 없으면 어쩌나..

어쩌나... 어쩌나..

질문은 만 가지인데 발을 동동 구르는 일 밖에 없다.

첫째한테 오자마자 티브이를 틀어주고는 낙상 사고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했다.

MRI 나 CT 촬영은 아기가 어린 관계로 보통은 잘 권하는 일이 없다고 하는데, 혹여나 외상은 없더라도 떨어지면서 뇌에 손상이 가서 뒤늦게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고 - 온통 무서운 말 뿐이다.


8시간 동안 응급실에서 여러 번 피를 뽑고 잠도 못 잔 상태에서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아들의 모습을 보니 찹찹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8시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아무 원인을 못 밝힌 채 하얗게 뜬얼굴로 돌아온 아기는 '엄마 어디 있었어'라고 하는 거 같다.

온 팔과 발에 퍼런 주사자국이다.


48시간 아이의 상태를 지켜보자는 의사 선생님 지령만 받고 나는 이틀 회사원이었다가 다시 휴가를 내었다. 열이 펄펄 끓는 아들을 조금이라도 더 재워보겠다고 침대에 함께 누워서 토닥이고 있는데 아들이 좀 이상하다.

초점 흐린 눈동자,

흔들어도 깨워지지 않고

들어 올렸더니 사지가 푹 늘어진다.

그러더니 입술색이 죽어가고 얼굴색이 하얗다.


아기를 들고 떨리는 손으로 남편한테 전화했다.

여보, 애가 이상해 빨리 와 지금 당장


'아이를 갖고 임신 당뇨여서 매일을 부른 배를 잡고 배속 아기를 기다리며 걸었는데, 첫째 때처럼 수술하지 않고 잘 태어나준 너를 내가 얼마나 대견해했는데, 곧잘 웃고 순둥한 우리 둘째인데'


수만 가지 생각에 아들 뺨을 흔들다가 찬물로 목을 적시니 정신을 차린 눈치다. 입술색이 돌아왔다.

3분 정도 지났나.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할 수 없이 다시 결정된 응급실행.

큰 병원으로 옮겨서 검사해본다고 다시 시작된 피 뽑기.

저녁 6시에 남편과 교대를 하고 나는 병원에서 하루 자는 것으로 - 교대 후 얼마 안 되어서 낮에 겪었던 초점 흐린 눈동자에 경련이 또 시작되어 간호사를 급하게 불렀다. 아기 몸에 이것저것 달아둔 기계에서 삑삑삑 경고음이 시끄럽다.

의사들이 응급처치를 하고 나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얼마 전까지 온 집안을 손잡고 걸어 다녔는데'

두 번이나 아들의 그런 모습을 내가 목격하고 나니 눈을 감아도 꿈에 나올 것만 같다.


응급실에서의 밤은 머리가 무겁다.

홀딱 벗은 아들 몸에 이것저것 패치가 붙여져 있고

아파서 안아달라는 아들은 몸이 불덩이다.

이럴 땐 정말 대신 아파줄 수 있으면 좋겠다.


다시 헬리콥터 엄마 해야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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