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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Dec 23. 2021

코로나에 걸리다

건너 건너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

젠장,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코로나에 걸렸네.


그제부터 시작된 뒷목을 타고 오는 두통은 역시 예사가 아니었다. 이틀 정도 목이 뻐근하고 가슴통이 답답해오는 기침이 시작되더니만 어제는 온몸 뼈마디가 쑤시기 시작했다. 1년에 감기도 한 번 할까 말까 한 나이기 때문에 이런 몸살 증후는 그냥 넘어갈 것이 아니었다.

근데, 아주 익숙한 이 느낌.

지난 7월, 2차 화이저 접종을 하고서 이틀 무렵 시작된 몸살 기운은 반나절만에 끝나긴 했는데 그때와 얼추 비슷한 느낌이다. 다만 골을 흔드는 두통을 동반한다는 건 조금 다르지만.


둘째를 맡아주고 계신 보모가 지난 토요일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통보를 전해왔다.

딸아이 세명도 모두 걸린 상태이고 10일은 격리를 해야 하므로 이번 주는 우리 아들을 봐주기가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새 집 이사를 앞두고서 바닥 공사도 틈틈이 보러 가야 하는데 이삿짐을 쌀 수 있는 유일한 일주일이 날아가 버린 셈이다.

월요일 아침, 둘째를 데리고 부랴부랴 약국을 찾았다.

월요일 아침 일찍부터 아기 손님을 데리고 온 남편의 얼굴을 약사가 찬찬히 훑어본다. 19개월 아기가 코로나 걸린 사람과 접촉을 했으니 검사를 해달라는 것인데, 알 수 없는 농담과 함께 실실 웃음을 흘려 말하는 그 약사의 태도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되나. 아무리 월요일 증후군이라 해도 이건 아니지 않니? 이건 지금 우리한테 아주 중대한 사안이라고!

2분 남짓 시답잖은 농담 끝에 마침내 돌아온 대답은 약국에서 구비되어 있는 kit로는 아기를 검사할 수 없단다.

이런 망할.

한국이었으면 이런 시스템 자체가 말이 안되는 얘기였겠지만 여긴 감염자가 하루 만명 넘게 나오는 프랑스니까 놀랍지도 않다.

남편 결과는 다행이 -  음성.


둘째가 검사를 못 받았기에, 원천적인 물음은 풀리지 않은 채로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둘째가 걸렸을까, 아닐까.

열성경련을 자주 겪던 아이라 잦은 기침이나 감기라도 할라치면 온 가족이 긴장을 하기 때문에 하루에 두 번씩 열체크를 둘째를 포함한 전원이 돌아가면서 하는데, 이상하게 첫째가 열이 좀 높고 나머지는 정상 수치였다. 그러던 중에 나의 몹쓸 두통이 시작되었던 것.


Positive.

그래. 내가 나를 잘 알지.

결과지를 여러 번 눈을 씻고 바라볼 필요 없이 내 몸에서 일어나는 게 예사 증후가 아니었기 때문에 난 이미 체감을 하고 약국을 갔었다.

놀랍지도 않은 저 글자.

내 이름 밑에 굵게 새겨진 "양성"이란 글자를 보니 한숨만 난다.

나의 몸살 기운은 그렇다 치고서라도 보모 격리 때문에 집에 남은 둘째 그리고, 겨울 방학으로 하루 종일 집에 있을 아들들과 이 기나긴 격리를 어찌 보낸다? 그리고 이삿짐은 어느 세월에 싸야 되나?


착한 어린이한테만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가져다주시지.

 

며칠을 곰탕마냥 우려먹던 산타할아버지 효과도 이젠 빛을 못 발하게 되었다. 시동생네에서 연말 크리스마스 파티를 할 예정이었던 우리 가족은 선물을 다 시동생네로 배송시켰기 때문. 당장에 이번 주 크리스마스 선물을 산타할아버지가 잊어버렸다고 해야 될까? 무어라 설명하면 아들이 납득을 할까.  

젠장 젠장 젠장.

꼬이고 꼬여도 이렇게 꼬일 수 있을까.

뉴스에서만 듣던 코로나에 내가 걸리다니.

앞동 누구 부모님이 코로나에 걸렸다던, 건너 건너의 누가 걸렸다던, 학부형 중에 누가 걸렸다 하던 -  아직은 나와 동떨어진 얘기라 치부했던 코로나에 내가 걸리다니. 흔히 5번째 변이라 불리는 오미크론이 아이들까지 감염시킨다는 흉흉한 소문이 학교에 돌았는데, 실제로도 아들 반에 한 명이 걸려 이틀을 휴교를 하는 등 난리도 아니었지만 내가 걸리다니.

해야 할 일도 너무 많은데 몸은 잘 움직이질 않고 헛웃음만 난다.


이런 때일수록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나가면 된다.

일단 안티젠 검사는 양성으로 나왔다지만 다음 주 초에 좀 더 정밀한 검사 PCR 검사를 예약해두었다. 그리고 아이들 선물을 부랴부랴 빠른 배송으로 주문을 했다. 어째 어째 몸살 기운만 좀 가라앉으면 그래도 일상생활하는데 무리는 없으므로 당장에 목폴라 있는 티를 꺼내서 잠 잘 때 땀을 쫙 내보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 사두었던 토실토실한 닭도 백숙 고우기에 돌입했다. 

With corona.

이젠 코로나는 뉴스에서 떠들던 무서운 질병만이 아닌 감기처럼 쉽게 걸릴 수 있는 병이 되었다. 피할 수 없다면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나보다도 아이들만 괜찮으면 나야 아무래도 상관없다.

코로나 걸렸던 사람으로 한동안 낙인이 찍히겠지만 주변에 걸리고도 잘 이겨낸 사람도 더러 있는 걸 보면 정말 그냥 with corona 해야 되는 건가 보다.


주말에 잠깐 공사 때문에 방문했던 시아버님이 나의 양성 소식을 듣고 내일 검사하신다는데,

제발 음성이 나오길.

나만 양성으로 판정받고 끝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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