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사용하고 있는 유리 냄비입니다.
아침 설거지를 하는데 계란 국이 담긴 냄비를 깨끗이 닦고 보니 오늘따라 특별히 여겨졌습니다.
추억 때문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엄마 모유를 먹게 되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자라면서 익숙해진 모유가 아닌 낯선 음식을 먹어야 할 때 구입했습니다. 유리가 가장 깨끗하고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유리 냄비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유리 특성상 약한 불에서 계속 저어주어야 하는데 잠시라도 한눈팔면 시커멓게 타버립니다.
아기가 잠을 자는 사이 또는 틈날 때 미리 불려 둔 찹쌀로 미음을 만들었습니다. 아기는 낯선 것이 입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이상했던 모양입니다. 오만 인상을 다 쓰고 혀로 그대로 다 뱉어내고 뱉어내고 먹지 않겠다며 고개를 돌리고 했습니다. 힘들게 만들었는데... 고스란히 버려야 했습니다. "맘마" "맘마" 하며 입안으로 넣고 꿀꺽 삼킬 때까지 시도했고 마침내 '쌀'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쌀을 먹었으니 다음에는 소고기로 넘어갔고 브로콜리, 당근, 애호박 등의 재료를 사용하여 골고루 다 맛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냠냠냠 꿀떡꿀떡 잘 받아먹으면서부터 이유식 식단을 짜기도 했습니다.
내 뱃속에 밥이 들어가는 것보다 아기 뱃속에 들어갈 밥이 중요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행복하기도 했지만 모든 게 처음이었던 엄마는 고되고 힘들었습니다. 빨리 지나갔으면 했던 시간은 어느새 10년이 되었습니다.
최선을 다했던 그때를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