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것은

by 이은주

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자갈 비탈에서도 돌 틈에서도

어떤 눈길 닿지 않아도


라이너 쿤체


마음 챙김의 시 - 류시화 엮음

시작 페이지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바람처럼 슝~ 지나갈 수 없는 언어들이 나를 붙잡았고 메말라 있던 영혼에 물을 빨아들인 스펀지가 스며들었다.

예전에 써 놓았던 글을 다시 꺼내어 읽어보며 이곳에 옮겨 보려 한다.

살기 위한 투쟁이었다.



나는 누구일까?

왜 나여야만 했을까?

나의 존재에 대해 늘 물음표였다.

물음표를 가진 채 살아가던 어느 날, 터벅터벅 길을 따라 걸어가던 중 나의 시선은 한 곳을 향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 틈새로 노란 옷을 입고 서 있는 작은 꽃이었다.

줄기를 보니 힘이 없어 보이고 약해 보이는데 어떻게 꽃을 피울 수 있었을까?

사람들 발걸음에 밟히고 찢어지고 짓눌릴 텐데 소박해 보이지만 그 꽃의 생명력에 감탄했다.

훨훨 날아온 홀씨가 어딘가에 살포시 내려앉아 피어나는 꽃

이 꽃의 이름은 바로 ‘민들레’

초록이 무성한 풀밭에서도, 나무 밑동 아주 작은 틈새에서도,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도 노란 옷을 입고 피어난다. 민들레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꽃이고 희망을 품게 한다.


나도 민들레처럼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다.

어떤 상황과 환경 속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는 믿음과 희망을 얻게 되었다.

민들레의 뿌리가 깊게 내려 흔들림이 없듯. 나도 어려운 경험 속에서도 중심이 바로 서 있기를 믿고 싶었다. 해서, 힘을 내어 살아가기로 한다.


마음에 힘을 내어. ‘나는 존재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주문을 걸듯 속으로 외치며 열심히 살아간다. 따스한 봄 햇살에 방긋 미소를 짓기도 하고 맑은 하늘을 보며 기분 좋은 상상을 하는 날. 높고 거친 파도가 덮쳐 와 내 몸과 마음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는다.

정신을 차리고 애를 쓰면 쓸수록 나를 알아주는 이가 있겠지? 기대하며 살아가는 어느 날

여전히 내가 있는지도 모른 채 힘껏 밟아 버린다.

나는 아! 하는 소리와 윽~하는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답답하고 아픈 가슴의 통증을 느끼며 숨죽여 울어야 한다.

숨이 막힐 듯한 통증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수도꼭지 물을 세게 틀어 놓은 것처럼 두 눈에서 짜고 쓴 눈물이 쏟아진다. 그 눈물은 쉽게 그치지 않는다.

생명력이란 질기고도 질기다. 어쩜 그렇게도 질길까? 고심 끝에 결심한다.

살아 보겠다고. 짓밟히고 꺾이고 짓눌려도 꿋꿋하게 안간힘을 쓴다.

생명력을 유지하며 해야 할 말을 당당하게 하고 생각과 신념을 눈치 보지 않고 표현한다.

이렇게 나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다.

살아있는 존재만으로도 귀하디 귀한 존재라는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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