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음식을 할 때 감정에 따라 메뉴가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같은 김치찌개라도 주재료에 곁들여지는 재료 중 어떤 날은 참치, 어떤 날은 고기, 어떤 날은 그냥 김치만 할 때도 있듯 김밥도 예외는 아니다.
'김밥'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초록과 검은색이 어우러져 있는 김 한 장 위에 갖지은 연기가 솔솔 올라오는 밥알을 김 위에 툭 올려놓으니 삶이 그려졌다. 뜨거운 밥 알을 호호 불며 펼치는데 내 인생에서 뜨거웠던 적은 언제였을까? 행복함에 뜨거웠던 기억, 슬픔에 가슴이 타 들어가듯 뜨거웠던 기억, 간절함에 애타게 뜨거웠던 기억들.. 뜨거움이 점점 식어지면 밥 알들이 뭉쳐져 그것을 펴느라 애를 먹기도 한다.
'나'라는 존재도 내 감정이 시키는 재료들을 넣어 돌돌 말아진 김밥 상태와 같다.
아무 재료를 갖다 넣고 대충 돌돌 말아 옆구리 다 터진 채로 입 안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으면 그것도 내 인생.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재료를 정성스레 준비하여 혹여나 옆구리 터지지 않을까? 간은 제대로 배였을까?를 걱정하는 것도.
돌돌 말아진 김밥을 예쁘게 썰어 제일 좋아하는 도자기 그릇에 정성스레 담는다. 젓가락으로 하나씩 입 안으로 쏙 넣고 질감, 맛, 향을 느끼며 즐기면 그것 또한 내 인생일 것이다.
변덕을 부리는 날씨처럼 항상 좋을 수는 없다. 하루에도 열두 번도 더 변하는 게 감정 아닌가.
해가 쨍! 하는 날에는 도전하고 싶고 생동감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내가 왜 이러지? 하며 시궁창에 들어가고 싶은 날도 있고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에는 울고 싶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뼛속까지 시리게 하여 석고상이 되고 싶은 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