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드를 쓰는 사람. 결제할 때 쓰는 카드가 아니라 기념일이나 축하하고 싶은 날이나 또는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은 날 주고받는 카드. 나는 카드를 써서 당신의 우편함에 몰래 넣는 사람이다.
오늘의 카드는 눈 오는 풍경이 담긴 카드. 진한 파란색 배경에 흰 점 같은 눈들이 내리고 있다. 색색의 전구로 꾸민 작은 트리 꼭대기엔 노란별이 달렸다. 빨간 니트 초록 니트를 입은 트리만큼 작은 사람들이 트리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각자 춤을 춘다. 모두들 웃고 있다. 귓가에 꼭 캐롤이 들려올 것만 같고. 어느새 떠오른 어느 음을 따라 음음, 속으로 노랫말을 부르다,
당신은 춤을 춰본 적 있나요? 나는 카드에 첫 문장을 적는다. 당신을 향해 묻는다. 거창한 춤이 아니어도 음악을 틀어놓고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여본 적이 있는지가 궁금하다. 부끄러운 마음에 불을 끄고 춘 춤도 좋고 여러 사람 틈에서 눈에 띄지 않은 채로 춘 춤도 좋고 무대 위에서 홀로 주목받는 춤도 좋고. 어떤 춤이든 음악이 당신에게 몸의 자유를 건네준 적이 있는지 묻는다.
당신은 나의 카드를 받고 춤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내가 춤을 춰본 적이 있나. 아니 없다. 어쩌면 있을지도. 춤이란 건 나와 영 멀어서. 그렇지만 살면서 한 번도 춰보지 않진 않았겠지. 그렇다면 언제쯤이었으려나. 그래, 그날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것도 춤이라고 할 수 있나. 그보단 살랑살랑, 아니 뚝딱뚝딱, 아니다, 그럼 다른 날 저녁 그때라면 춤이라고 할 수 있겠지. 낮은 조도의 조명을 켜놓고 느린 음악에 맞춰 손을 맞잡고 발을 맞추던 그때. 그때 나는 참 좋았지, 따뜻했지, 풍경도 손도 마음도, 하고 어떤 순간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나는 당신에게 카드를 건네는 사람. 또는 기억을 꺼내는 사람. 기억은 당신에게 숨겨져 있던 선물처럼 불쑥 찾아온다. 당신을 통해 발견된다.
올해 크리스마스에 우편함을 열어볼 것. 카드를 꺼내 나의 물음을 선물처럼 열어볼 것. 카드는 당신과 나의, 당신과 자신의 긴 대화의 시작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