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안부

by 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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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겨울이 오면 혼잣말이 느는 사람.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면서 춥다, 라거나 코코아가 든 머그컵을 두 손에 머금고 따뜻하다, 라거나. 나에게 말을 하고 내가 듣는다. 나의 휴대전화 연락처에 저장된 사람은 0명. 최근 통화 목록은 비어 있다. 나는 혼자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나와 있다.


몇 년 전 성탄절에 메시지가 하나 왔다. '축성탄, 좋은 사람과 따뜻한 시간 보내세요.' 처음엔 누군가 잘못 보냈다고 생각해서 연락처를 오해하신 것 같다고 답신하려다가 업체에서 고객에게 일괄로 보낸 거려니 싶어 그만두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위해 썼다기보단 한 사람이 다수를 위해 보내는 메시지처럼 느껴졌으니까. 다음 해에 다시 받았을 땐 이번엔 정말로 정정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다 문득 보게 된 메시지를 보낸 시간 12:25분. 부러 성탄절날 성탄절 시간에 맞춰 보낸 그 정성이 나에게 닿았다는 게 반짝 기뻤다. 죄송하지만 연락처를, 이라고 썼던 메시지를 지웠다. 시치미 떼기로 했다.


그러니까 나의 최근 통화 목록은 비어 있지만 메시지 목록은 매년 1개씩 늘어난다. 12시 25분에 오는 성탄절 메시지.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성탄이라고 하는 것도, 좋은 하루 보내라는 게 아니라 좋은 사람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라는 것도 좋아서 성탄절에도 보고, 성탄절이 지나서도 생각날 때마다 눌러서 가만 읽어보곤 했다.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감각. 그 감각이 나를 성탄절까지 살게 했다. 성탄절을 기다리게 했다. 좋은 사람과 보내는 따뜻한 시간을 위해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내 주위를 따뜻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럼 그 메시지 같은 하루가 될 테니까.


언젠가 답신을 보낼 수 있을까. 개인 번호로 오는 메시지가 아니라 어디에도 닿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제게는 이 메시지가 성탄절 선물 같아요, 감사해요, 보내주시는 좋은 분이 따뜻한 시간 보내길 바랍니다. 입력창에만 적어두고 보내지 못한 메시지,

어쩌면 올해, 이 메시지를 받은 지 12년이 된 올해의 12월 25일 12시 25분에는 전송 버튼을 누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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