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첫눈

by 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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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첫눈을 가장 먼저 발견하는 사람. 첫눈 예보가 올라오기 전부터 바깥에서 첫눈이 내리길 기다린다. 어느 해엔 곧 눈이 온다고 해서 단단히 껴입고 나갔다가 비를 쫄딱 맞은 적도 있고, 내리쬐는 햇볕만 한가득 맞은 적도 있다. 첫눈은 예보에 맞춰 오기도 하지만 예보에 맞지 않게 오기도 한다. 중요한 건 눈이 아니라 첫눈이라는 것.


언제 처음 첫눈을 보았나. 아주 어릴 때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창문 보기였다. 어린 나를 위한 블록과 인형과 팽이와 로봇과 책 같은 장난거리들이 내 방에 가득했지만 나는 도통 관심이 없었다. 그것들은 한 시간이 지나도 하루가 지나도 한 달이 지나도 그대로. 바뀌는 게 없으니까. 창문은 1분만 지나도, 아니 조금만 집중해서 보면 1초만 지나도 달라진다. 구름이 흐르기도 하고, 새가 순식간에 날아가기도 하고, 아까까지만 해도 붙어 있던 나뭇잎이 슬몃 떨어지기도 한다. 나는 자꾸자꾸 바뀌는 창문이 재밌어 하루 종일 창문만 보곤 했다. 열어볼 생각조차 않고 닫힌 창문 너머를 골똘히.


어느 날은 하늘에 페인트칠을 한 것마냥 온통 하얀색이었다. 어제는 쨍할 만큼 파랬는데. 어제는 파란색, 오늘은 흰색. 그런 생각을 하며 창문을 내다보는데 순식간에 주위가 고요해졌다. 근처 놀이터에서 놀던 또래들의 웃음소리도,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도, 새가 우는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세상 사람 모두가 사라진 것 같아 바깥을 내다보려고 꼭 닫혀 있던 창문을 열어 고개를 내미는 순간,

순간 이마에 무언가 닿았다.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눈을 꾹 감았다 떴다. 그러자 눈앞에 하얀 눈들이 고요히 떨어지고 있는 게 보였다. 방금까지 아무것도 없었는데.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았는데. 눈은 조용하게, 그러나 성실하게 떨어졌고 바닥에 차곡차곡 쌓였다. 나는 창밖으로 손바닥을 내밀었다. 내 손바닥 위에도 눈이 송이송이 닿았다 사라지고,


그날부터 나는 첫눈을 가장 처음 맞이하는 사람. 기상 관측상의 첫눈보다도 내가 만난 그 해의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 첫눈을 만나면 나는 어릴 적 그날로 돌아가 창문 안이 아니라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온몸으로 첫눈을 맞이한다. 다가온 겨울을 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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