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산책은 즐겁다

에세이와 시

by 이건우

밤을 나서는 길은 가볍다

어떠한 목적도 없이 걷는 길이라

단 한 톨의 조급함 없이

타인의 시선은 무시하듯

나만을 따르는 길


단지 이어폰 속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고개를 끄덕이며 리듬을 맞추기만 하면 되는

자유의 시간





자유 시간 신이 만든 시간

어릴 적부터 노래를 부를 정도로

소망했던 바로 그 자유가

지금 이 순간에 도래해 있다


밤은 어두워서 외롭기도

밤은 혼자라서 두렵기도

그러나


밤은 그런 나를 재촉하지 않는다

너무 빨리 쫓겨가는 시간에

너무 많은 정보들이 쏟아지는 어지러움에

낮 동안의 나는 불안에 떤다


밤은 그런 나를 품는다

사람들은 어두움이 삼켜버렸고

상점가와 대로변은 고요하다

나는 이제야 해방된다


쓸데 없지만

나만큼은 좋은

그걸로 충분한

즐거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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