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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우 Oct 07. 2024

달과 6펜스 감상     [서머싯 몸]

중심에서 주변으로

민음사에서 발행된 책 뒷편의 해설을 빌리자면, 

6펜스는 유럽에서 사용되는 동전이고 얼핏보면 달과 비슷하게 생겼다. 

전통적으로 달은 인간에게 닿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의미해왔고 6펜스는 인간의 탐욕을 의미한다.

이때, 하늘에 떠있는 달은 정신적 이상세계이며 바닥에 떨어진 6펜스는 세속세계이다.

나의 표현으로,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중심세계에서 벗어나 주변세계로 기꺼이 가고자 했던 인물이다.

땅에 떨어진 6펜스를 가볍게 무시하고 달을 올려다 볼 수 있는 인물인 것이다. 


[줄거리]

그의 기묘한 행적을 묘사하자면 이렇다.

증권 중개업자로써 남들보다 부유한 삶을 살았던 스트릭랜드. 

그는 40년의 세월을 사회 중심부에 속하며 안락한 가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는 누구나 꿈꾸고 바라보게되는 삶에서 돌연 벗어나 파리로 떠난다. 외간 여자와 떠났다는 소문과 함께.

사교계 사람들이 추측하는 무성한 소문과 달리 오직 그림만을 위해 살아가기로 작정한 그는 주변인들로부터 이해받을 수 없는 기이한 행위를 계속한다. 

친구의 아내와 같이 살기도 하고 심지어 그 아내의 죽음을 외면하기도 한다. 외부의 시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는 오직 본인의 이상만을 쫒는다. 더이상 물질의 세계에 관심이 없으니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는 태도이다. 오로지 본인 내면의 정신세계를 건설해내기 위해 그림에만 몰두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런던에서 파리로, 파리에서 타히티로. 스트릭랜드는 다시 거처를 옮기고 나서야 만족한듯 그곳에 머무른다. 그제서야 본인의 이상을 달성하곤 죽음에 이르지만 말이다.




[감상]

이렇게 보니 어딘가 익숙하다. 데미안이라든가 개츠비라든가 성장소설로 분류되는 것들의 무언가와 닮아있다. 그것은 아마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로 떠나고자 하는 것. 자신을 둘러싼 알을 깨기위해 온 생을 바치는 것이지 않을까.


스트릭랜드는 영국의 주류사회에 속해있었다. 부를 누리고 사교계에 참여하며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어봤을 안락한 삶을 살았었다.

그러나 스트릭랜드가 바랐던 것과는 달랐을 거라 생각한다. 그에겐 본인속에 갇혀있는 것들을 표현하고자하는 욕구가 본질적으로 가장 컸을 터이다. 또한 그는 세상을 단순 수직적 관계로 바라보지 않았다. 

계급의 위 아래가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 단지 주류사회와 주변세계로 분류되는 것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기꺼이 자신의 이상을 위해 움직일 수 있었던 것아닐까.


조금은 신화적이기도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혐오감을 품으면서도 계속 읽게 된것은 나 또한 나만의 이상을 꿈꾸고 있음을 방증하리라. 심지어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어느새 그에게 공감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기존 사회의 시선을 가볍게 무시하는 그를 부러워했다.

당연하게도 유토피아는 세상 속에서 이미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삶을 통해 자신의 유토피아를 만들어 내야 한다. 본인만이 꿈꾸는 이상을 삶속에 주체적으로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다.


스트릭랜드처럼 그림을 수단으로 유토피아를 건설해나가는 것이 아닌 생활자체로 나의 이상세계를 만들어냄을 나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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