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이고 사상이고, 인심만 안 잃으면 난세에도 목심을 부지허는 것이여"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아온 고상욱씨. 민중을 위해 온 생애를 바치던 나의 아버지.
이 책은 빨치산의 딸로 자라온 정지아씨가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인간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이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너무 쉬운 말이면서 어렵다. 도대체 인간이 뭐길래.
한 사람의 장례식장엔 정말 갖은 사람이 모여든다.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나타내듯 그간 스쳐갔던 수 많은 인연들이 한 자리로 모여든다. 그러니 그 사람의 죽음으로써 우리는 그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인연으로 존재하니까.
아버지도 그랬다. 평생을 빨갱이로 살아온 그이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한 뼛속까지 빨갱이지만 결국 인간이다.
사회주의의 실패가 개인의 실패는 아니다. 그 사람의 믿음이 틀렸다고 그의 인생까지 잘못된 것은 아닐테이다.
인간을 나타내는 것. 성별, 지위, 국가, 사상. 민족 등등...
우리는 이런것들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획일적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은가.
인간은 저마다 여러 페르소나가 있다.
고상욱씨도 빨갱이 이전에 남성이며 아버지이며 남편이고 한국인이며 인류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깊다. 고상욱은 나의 아버지. 그것이 내게는 가장 중요하다. 아버지를 아버지로 순순히 인정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딸조차도 그를 빨갱이로 분류했던. 지난 날의 후회를 담아 써내려간 글같다.
사실 처음엔 인간의 본질은 인간성이다라는 이야기를 할 것 같았으나 책 끝에 가서 결국 남는 것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였다. 그것이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일테이고 그러니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