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게 하는 것에 대하여

에세이

by 이건우

나는 가끔 세상이 무서워 불행한 생각들에 빠져든다. 흉흉한 세상이 나를 잡아먹으려 들고 있다는 감각에 휩싸이면 모두 관두고 훌쩍 떠나버리고 싶다.

SNS와 광고, 선전물은 나의 눈을 지배하고 또다시 빌딩을 짓는 공사장 소리와 시끄러운 말 소리는 나의 귀를 멀게 한다. 그것뿐이랴, 회사는 ‘돈’이라는 목표 아래 조직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를 기대하고 나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본다. 감시당하고, 지배당한다. 부자유스러운 감각이 자유를 갈망하게 하고, 그렇게 충족되지 못한 욕망은 또 다시 나를 괴롭히는 굴레에 빠뜨린다.

그럼에도 세월은 지나고 하루하루 늙어가며 앞으로의 미래들에는 좌절과 고통이 만연하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빠져 나왔다. 오랜만에 아무 생각없이 산책을 하던 와중에 세상엔 고통이 만연한 만큼 기쁨도 만연하다는 생각이 번뜩 뇌를 스치었다. 세상은 나를 죽이게 하는 것들로 가득한 것이 아니라 살리게 하는 것들도 가득하다고. 단지 최근의 부정적인 기운때문에 한쪽 면을 보지 못했다고 말이다.

야생의 사슴을 떠올려보자. 사슴의 눈에, 숲속은 위험하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육식동물을 피하려 바삐 움직여야하고, 계절의 더위와 추위가 몰려오면 피할 곳을 찾아야 하며, 몇년의 한번씩 꼭 일어나는 천재지변은 나의 가족과 동족들을 쉽게 잃게 한다.

그러나 사슴은 그 반대편 또한 바라본다. 영양이 풍부한 과일과 먹이들이, 네 발을 딛고서 있는 이 땅이, 달려 나갈 수 있게하는 저 넒은 들판이 자신을 분명 살아있게 한다고 감각한다.

이것이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을 왜 나는 또다시 잊고 있었나. 오늘의 커피가, 책 속의 글귀가, 즐거운 대화들이 여전히 있는데도 나는 왜 반대편만을 바라보았는가.

삶은 살만하다.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이치.

솟아나는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재밌지 않아도 기쁠 수 있다. 화가 나도 화를 내지 않을 수 있다. 감정대로, 욕구를 채우는 방향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다.

학습된 패턴. 숙제와 보상. 욕망과 충족의 굴레에서 벗어나자.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 기쁨이 차오르는 것은 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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