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외롭다.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이 하나없고 모두가 나를 이용하려 드는 세상.
시 배움터. 시 낭송 커뮤니티. 가해자 모임. 가정.
어느 곳에서도 삶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계산적인 교환경제만이 작동한다.
나의 쓸모가 있어야만 나의 존재가 인정되는 세상. 그토록 외롭고 우울한 세상.
양미자(할머니)는 소녀의 사진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단순히 미안함만은 아닐 것 같다. 우울한 세상의 동반자로써 동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자신의 쓸모가 오직 성(sex)뿐이라고 생각했던 소녀의 세계는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가해자들은 그녀와의 일을 없는 셈치고 여전히 살아 숨쉬며 앞날을 도모하려 하니. 치가 떨릴 수 밖에.
시를 배우기 위해 그 모임들을 찾아가도 여전히 순수함을 가진 이 하나 없다. 시는 모임의 존속을 위한 도구였을뿐이니까.
가정에서도 역시 양미자의 딸은 집을 나가 그녀의 아들을 양미자에게 부담시키고 손자 또한 속죄하긴 커녕 그일을 잊은 듯 당당히 생활한다. 이곳에도 역시 자신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이는 없다.
그녀가 회장님의 봉사를 자처한 것은 그 때문이지 않을까. 외로움이 우울을 작동시키고 그것이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쓸모를 축소시킨다. 자신 존재의 이유를 오직 성(sex)뿐이라고 착각하게 한다. 이런 세상은 과연 살만한 가치가 있을까.
그러니 그녀는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다.
자신의 외로운 삶으로부터 벗어나려 몸부림이라도치듯, 순수와 연대의 시를 남겨놓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