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 외로움에 대하여 [이창동]

영화리뷰

by 이건우

외롭다.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이 하나없고 모두가 나를 이용하려 드는 세상.

시 배움터. 시 낭송 커뮤니티. 가해자 모임. 가정.

어느 곳에서도 삶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계산적인 교환경제만이 작동한다.

나의 쓸모가 있어야만 나의 존재가 인정되는 세상. 그토록 외롭고 우울한 세상.


movie_image.jpg?type=w640_2


양미자(할머니)는 소녀의 사진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단순히 미안함만은 아닐 것 같다. 우울한 세상의 동반자로써 동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자신의 쓸모가 오직 성(sex)뿐이라고 생각했던 소녀의 세계는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가해자들은 그녀와의 일을 없는 셈치고 여전히 살아 숨쉬며 앞날을 도모하려 하니. 치가 떨릴 수 밖에.

시를 배우기 위해 그 모임들을 찾아가도 여전히 순수함을 가진 이 하나 없다. 시는 모임의 존속을 위한 도구였을뿐이니까.

가정에서도 역시 양미자의 딸은 집을 나가 그녀의 아들을 양미자에게 부담시키고 손자 또한 속죄하긴 커녕 그일을 잊은 듯 당당히 생활한다. 이곳에도 역시 자신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이는 없다.


그녀가 회장님의 봉사를 자처한 것은 그 때문이지 않을까. 외로움이 우울을 작동시키고 그것이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쓸모를 축소시킨다. 자신 존재의 이유를 오직 성(sex)뿐이라고 착각하게 한다. 이런 세상은 과연 살만한 가치가 있을까.

그러니 그녀는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다.

자신의 외로운 삶으로부터 벗어나려 몸부림이라도치듯, 순수와 연대의 시를 남겨놓으면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소유냐 존재냐 감상    [에리히 프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