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일상의 반복에 지친 남자. 어느 날 그는 실종을 가장하여 휴가를 떠나기에 이른다. 그의 평소 취미 생활인 곤충채집을 위해 모래가 있는 곳으로. 다름 아닌 죽음을 권고하는 사막에서도 끈질기게 적응하여 살아남은 특이종을 잡아 역사에 이름 남기기 위해서.
사막에 도착하고 나서는 바람을 타고 자유로이 흘러가는 모래를 동경한다. 학교에 교사로 재직 중인 그의 고정된 운명과 달리 모래는 끊임없이 변하고, 흐르고, 날아가며 자유로워 보인다.
그러나 너무 모래와 곤충에 매료된 탓일까. 그는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모래에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덫에 빠진다. 노동력이 필요했던 모래마을 사람들은 그를 잡아두고 가둔다. 같이 살아가게 될 여자와 함께.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채집된 것이다!
모래 마을에 갇히게 된 남자는 모래 밖의 자유를 꿈꾸며 망상과 탈출을 일삼지만, 그의 꿈은 금방 좌절되어 모래에 적응하며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
자유를 향한 갈망은 끝이 없고 꿈은 여전히 꿈이다.
많은 인간들이 원하는 자유란 지금 본인이 서 있는 이곳을 벗어나기,
더 넓은 세계, 더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으로 흘러가기.
그러나 미래는 언제나 미래이듯, 자유의 꿈은 항상 꿈이다.
주인공이 학교에 재직 중 자유를 위해 사막 기행을 떠난 것처럼,
모래마을에 갇혀 다시 본래의 생활을 돌아가고자 모래 밖 삶을 자유라 착각했던 것처럼.
생각해 보면 인간은 반드시 어딘가에 정착할 수밖에 없으니 정착은 곧 자유의 반대가 된다.
그러니 인간은 계속해서 자유라는 꿈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 아닌가.
참으로 부조리한 인생이다.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꿈을 좇기만 하다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인간의 삶이란 예외 없이 모두에게 우울한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계속해서 살아가기로 하는 행위에는 무언가 고결함이 있다. 어느 곳이든 다 똑같으며 분명히 부자유스러울 것임을 앎에도 자유를 향한 여정은 멈출 수가 없다. 내 안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이 욕구를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런 희망으로 다시 또 무언가에 몰두하며 살아가기로 다짐하는 삶이란, 그것 자체로 고결한 의미를 가지며 부조리는 힘을 잃고 사그라든다. 다시 지금, 여기에 돌아와 온갖 것들을 피부로 겪으며 자유란 다름 아닌 '나'자체임을 깨닫고 불굴의 의지로 나아간다.
'나'가 존재하는 지금, 여기서 '나' 스스로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이 삶의 행위 자체가 자유이며, 꿈꾸던 현실이었던 것이다!
생을 앗아가는 모래로 둘러쌓인 사막속에서도 생의 의지는 이렇게 되살아난다.
무의미한 죽음에 저항하여 스스로가 특이종이 되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