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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ind Craft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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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Apr 22. 2020

몰입: 삶의 질을 높이는 마법

양도 많고, 질도 좋다

어떤 과업이던 10분 이상 초집중(하이퍼포커스, hyperfocus)하다 보면 그 과업의 흐름에 내 몸을 맡기는 것과 같은 현상, 즉 몰입(Flow)을 경험할 수 있다. 영화에 초집중하다보면, 영화에 몰입하게 되고, 독서에 초집중하다보면, 독서에 몰입하게 되고, 보고서 쓰기에 초집중하다보면, 보고서 쓰기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한 가지 과업에 푹 빠져서 그 과업의 흐름이 내가 되고, 내가 곧 그 과업이 된다. 무협지에 나오는 신검합일을 떠올렸다면, 정확하다. 무협지에 나오는 신검합일의 경지, 혹은 그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들은 따지고 보면 모두 몰입니다.


몰입한 사람에게는 세 가지 특성이 나타난다. 첫째, 몰입한 사람에게는 시간 왜곡이 나타난다. 보통은 시간이 굉장히 빨리 갔다고 느낀다. 발표 준비에 몰입하다보니, 30분 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2-3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글쓰기에 몰입하다보니, 30분 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2-3시간이 지나서 깜짝 놀랐다. 미술가가 작품 제작에 몰입하다보니, 아침에 작업실에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이미 해가 졌다. 이처럼 몰입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시간의 왜곡을 경험한다. 사실 시간에 대한 의식이 잠깐 사라졌다가 돌아온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그러나 시간 왜곡이 항상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흐르는 방향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아까 이야기한 무협지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방향으로도 몰입이 일어남을 보여준다. 주인공에게만 시간이 흐르고, 주변 시간은 멈춘다. 사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주인공에게는 최소 몇 분에서 몇 시간에 이르는 긴 시간이 펼쳐진다. 몰입하면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경험을 하는 것을 시간 압축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반대로 몰입하면서 몇 초의 시간이 극도로 길어지는 현상은 시간 팽창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 시간 팽창이후에는 엄청난 깨달음이 온다. 그리고 이 깨달음을 통해 위대한 창의성 혹은 어마어마한 영감이 발휘된다.


둘째, 몰입한 사람에게는 공간 왜곡이 나타난다. 몰입한 사람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혹은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식이 잠시 사라진다. 전철에서 책을 읽다가 몰입을 한 나머지, 내려야 할 정류장을 놓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공간 왜곡을 몸소 경험한 것이다. 산책을 하면서 어떤 문제의 해법을 고민하다가, 그 고민에 몰입한 나머지, 길을 잃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공간에 대한 인식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몰입의 특성의 체험한 것이다.


셋째, 몰입한 사람은 과도한 자의식이 사라진다. 몰입하지 않을 때, 인간의 자의식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내 주변에 있는 부정적인 요소들, 나에게 있었던 안 좋은 일들, 앞으로 있을 잠재적인 위험 등 온통 부정적인 요소들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지 십상이다. 부정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불리는 인간의 기본 성향 때문이다. 그러나 몰입을 하면 이러한 부정적 자의식이 줄어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몰입을 통해 좀 더 행복해진다.



이처럼 몰입은 시간, 공간,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을 잠시 잊어 버리게 만든다. 그럼 이러한 특성을 가진 몰입은 어떤 결실을 맺을까? 한 가지 과업에 몰입하는 것과 몰입하지 못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먼저 몰입은 높은 생산성이라는 열매를 맺는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공부에 몰입한 사람과 몰입하지 못한 사람은 공부량이 다르고, 업무에 몰입한 사람과 몰입하지 못한 사람은 처리한 업무 양이 다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몰입한 사람은 과업의 질도 좋아진다. 과업의 창의성이 증가하고, 과업에서 얻는 깨달음과 영감이 증가하며, 이러한 깨달음을 과업에 반영하면서 더 우수한 결과물을 생산해낸다.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양이 많으면, 질이 떨어지고, 양이 적어야 질이 좋아지는 것 아니던가? 아쉽게도 당신의 이러한 생각은 우리 뇌가 작동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 인간이 정보처리를 하는 세계에서는 과업의 질과 과업의 양이 같이 증가하고 같이 감소한다.


무슨 말이냐고? 과업에 몰입한 사람은 생산성도 증가하지만, 과업의 질도 향상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과업에 몰입하지 못한 사람은 생산성이 감소하는데, 심지어 과업의 질도 낮아진다. 공부에 몰입한 사람은 공부량이 증가하는데, 공부의 질, 즉 기억의 정확도까지 향상된다. 업무에 몰입한 사람은 업무량이 증가하는데, 심지어 업무의 질, 창의성, 아이디어의 질, 아이디어의 가치와 참신성도 좋다.


몰입한 사람의 높은 생산성과 양질의 과업 결과물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준다. 그래서 공동체는 이렇게 몰입하여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새로운 일을 계속 맡기고, 그 대가를 지불한다. 과업의 양과 질이 모두 높은 수준인 몰입하는 사람은 이렇게 동료들의 신뢰를 얻고, 경제적 자원을 구축한다. 더 좋은 음식도 먹고, 더 나은 의료 서비스도 받는다. 짧은 시간을 일해도 더 일을 많이하고, 질도 좋기에 자연스럽게 삶에 여유가 생긴다. 남들보다 일을 빨리 끝내고, 운동도 하고, 여가도 즐기면서 워크-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를 자연스럽게 맞춘다.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와 삶의 질이 높다.


어떤가? 일과 삶, 일과 여가가 균형을 이루는 멋있는 삶을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의 과업에 몰입하자. 몰입이라는 주문이 외워질 때마다, 삶의 질이 향상되는 마법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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