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국희 Nov 10. 2021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고?

좋은 일은 시간이 해결하나, 나쁜 일은 시간이 해결하지 못한다!

인간관계를 지속하다 보면, 누군가를 위로해 주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곤 한다.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여러분도 그랬을 것이다.

고난에 직면한 친구, 실패에 직면한 친구, 이별을 맞이한 친구들의 소식을 듣게 되면,

위로하기 위해 뭔가 한 마디 해주었을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위로의 말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말 중에 하나가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라는 말일 것이다.


보통 이런 식이다.

'나도 예전에 비슷한 일을 경험해봤는데, 이제 와서 보니 별거 아니더라. 시간이 다 해결해줄 거야.'


그런데 말이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아야 하는 순간에

그 누군가가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줄 거야'라고 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가?


과연 그 말이 위로가 되었는가?

또한 그 말처럼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주었는가?


미안하지만, 수많은 과학적 연구들은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는 대중적인 격언이 그렇게 잘 들어맞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


한 연구에서 복권에 당첨된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사고로 인해 하반신 마비 혹은 사지 마비가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이 복권에 당첨된지는 보통 6개월에서 2년이 지났으며, 사고로 마비가 온 사람들이 사고를 경험한 지도 보통 6개월에서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연구 참가자들은 세 가지 질문에 응답하게 되는데, 과거의 행복, 현재의 행복, 미래의 행복이었다.


먼저 참가자들은 참가자들은 현재 얼마나 행복한지, 0점부터 5점 사이로 응답했다. '0점은 매우 불행했다'이고, '5점은 매우 행복했다'이다. 이것이 현재의 행복이다.


복권에 당첨되기 전 혹은 사고를 당하기 전에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0점에서 5점 사이로 응답하였다. 이것은 과거의 행복이다.


끝으로 참가자들은 몇 년이 지난 후에 얼마나 행복할 것 같은지 0-5점 사이로 응답하였다. 이것이 미래의 행복이다.


과연 참가자들은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의 행복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먼저 복권 당첨자들부터 살펴보자. 이들은 과거의 행복을 3.77점, 현재의 행복을 4.00점, 미래의 행복은 4.20점으로 평가하면서 통계적으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즉 이들은 복권에 당첨되기 전이나 복권에 당첨된 후인 현재나 행복에 별 차이가 없었다.


이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엄청나게 행복해지진 않는다. 둘째, 복권에 당첨된 당시에는 어마어마하게 기쁠지라도 그 기쁨에 계속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한 마디로 줄이면, 쾌락에는 적응된다(hedonic adaptation).


참고로 복권에 당첨된 지 6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사람이나, 2년 정도 지난 사람이나 적응되는 정도는 비슷했다. 이는 복권 당첨 같은 엄청난 일도 순식간에 적응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Photo by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다음으로 사고 희생자들의 결과를 살펴보자. 이들은 과거의 행복을 4.41점, 현재의 행복을 2.96점으로 평가하면서 과거에는 엄청나게 행복했으나, 현재는 매우 불행하다고 평가했다.


물론 미래에는 4.32점의 행복을 가질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이것에 대한 해석은 주의해야 한다. 현재가 매우 불행하기 때문에 미래에 제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반영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사고 희생자들이 과거에 비해 현재 매우 불행한 상태라는 점이다. 즉 이들은 사고의 후유증에서 적응하지 못했다. 6개월이 지난 사람도 적응하지 못했고, 2년이 지난 사람도 적응하지 못했다. 이들은 사고로 인해 불행해졌고, 여전히 불행했다.


이것이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인간은 쾌락에 빨리 적응하지만, 불행, 부정적 사건, 부정적 사고, 고통에는 잘 적응하지 못한다. 아무리 큰 부정적 경험이라도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미안하지만 아니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은 긍정적 경험이지, 부정적 경험이 아니다. 부정적 경험은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부정적 경험을 한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행복해지기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

물론 사지마비처럼 극단적으로 나쁜 일을 경험한 사람들은 개인적 노력을 하는 것조차 힘들 것이기에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지 마비 정도로 극심한 상황은 아니지만, 심적으로 큰 고통을 받은 경우의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상당히 많다.


운동을 할 수 있고, 전문적인 상담가에게 상담을 받을 수도 있으며, 감사일기 같은 것을 쓰는 것도 가능하고, 공동체를 위해 봉사할 수도 있으며, 단기적인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실천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도 있고, 산책을 하거나, 명상을 할 수도 있으며, 책을 읽고 공부하거나 기술을 익히면서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부정적인 일을 경험했을 때는 이러한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스스로 불행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가만히 있는다고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으니 말이다.


불행을 경험한 사람이 있다면,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말하기보다.

그 사람의 기분을 개선해줄 수 있는 실질적인 일을 해주는 것이 어떨까?

아니면, 차라리 아무 말 없이 손을 꽉 잡아준다거나,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성경에도 말하지 않았는가,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더웁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이익이 있으리요.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

-신약성경 야보고서 2장 16-17절


*참고문헌

Brickman, P., Coates, D., & Janoff-Bulman, R. (1978). Lottery winners and accident victims: Is happiness relativ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6(8), 917–927. https://doi.org/10.1037/0022-3514.36.8.917


*관련 사이트

http://happyfinder.co.kr/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Joseph Pearson on Unsplash


*행복을 읽어 주는 남자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작가의 이전글 결혼과 행복: 행복은 돌아오는 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