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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Nov 03. 2021

결혼과 행복: 행복은 돌아오는 거야

사랑은 좀 식힐 필요가 있다

인간의 삶은 단조로운 일상과 특별한 이벤트가 적절히 섞여 있다.


특별한 이벤트는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이벤트다.

매일 벌어지는 특별한 이벤트는 그 자체로 식상해지고, 지루해지며,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놀이동산도 가끔 가야 재미있는 것이지, 매일 가면 그 자체로 일상이 되고,

한강 유람선도 가끔 타야 재미있는 것이지, 매일 타면 그 자체로 평범한 일상이 된다.

해외도 가끔 가야 재미있는 여행이지, 매일 가면 그건 아마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거나 고된 노동일 것이다.


이렇게 처음에는 희소성이 있었기에 재미있었던 것이 반복되면서 재미없어지는 것을

심리학자들은 습관화(habituation) 혹은 둔감화(desensitization)이라고 부른다.

처음 이루어졌을 때, 즉 습관적이지 않을 때는 그렇게 재미있고, 신나고 좋았는데,

습관이 되면, 재미에 둔해지고, 그래서 재미가 없고, 더 이상 신나지도 않고, 짜릿하지 않다.


결혼과 같은 빅 이벤트(big event)도 이러한 습관화와 둔감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출처: Lucas & Clark (2006)


*출처: Lucas & Clark (2006)


결혼 하기 7년 전부터(그래프 X축의 -7) 결혼 7년 후까지(그래프 X축의 7) 결혼한 사람들의 생활 만족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한 연구에 따르면, 결혼하는 커플은 결혼하는 그 해까지(X축의 0점) 생활 만족도가 꾸준히 증가한다. 그러나 결혼을 한 후에는 천천히 생활 만족도가 감소하기 시작하여 결혼 7년 후가 되면 결혼하기 전의 행복 수준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렇게 되돌아온 행복이 이 사람의 행복 설정점(set point)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것을 가리켜 커플들은 '사랑이 식었다'라고 하면서 괴로워한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괴로워할 일일까? 습관화되고, 둔감화되는 것이 그렇게 괴로워할 정도로 나쁜 일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만약 습관화와 둔감화가 인간에게 정말 나쁜 일이었다면,

인간은 그런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이런 능력이 진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 인간이(호모 사피엔스가) 이러한 습관화 능력을 탑재하게 되었다는 것은 이것이 뭔가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지, 손실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물론 손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둔감화의 이익이 손실을 월등하게 초과했기 때문에 이러한 능력을 발전시켰고, 여전히 남겨두었다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 둔감화의 이득은 무엇일까? 조금 더 큰 맥락에서 보자면, 이러한 적응 기제(adaptation mechanism)를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특별한 이벤트에서 경험하는 강렬한 행복이 지속되어서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늘 열정적인 사랑이 가득해서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없다. 늘 열정적인 사랑이 가득해서는 건설적인 일을 할 수 없고, 창의성도 발휘할 수 없다. 늘 한 사람에게 콩깍지가 씌여 있어서는 다른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만들 수 없다.


매일 콘서트장과 같은 흥분된 상태를 경험해서는 정상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매일 놀이기구를 타는 것과 같은 스릴을 경험해서는 정상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극도의 긍정적 정서 상태는 인간을 몹시 힘들게 하고 지치게 만들다.

경험할 때는 잘 모를 수 있지만, 극단적은 긍정 정서를 경험하는 동안

인간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며, 피로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피로한 상태가 되면, 인간은 자신이 했어야 하는 다른 루틴들,

집안일과 같이 해도 티는 안 나지만, 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기는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적응해야 한다. 둔감화되어야 한다. 습관화되어야 한다.


행복의 설정점으로 돌아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행복의 설정점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 나쁜 것이다.


*참고문헌

Lucas, R. E., & Clark, A. E. (2006). Do people really adapt to marriage? Journal of Happiness Studies7(4), 405-426.


*관련 사이트

http://happyfinder.co.kr/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lucas Favr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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