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국희 Nov 17. 2021

복과 화가 같이 온다고? 아닌데!

행복은 더 큰 행복을 부르고, 불행은 더 큰 불행을 부른다.

살아가다 보면, 가족, 친척, 친구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가 있다.


이혼, 사별, 실직, 사고로 인한 신체적 손상 등을 경험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울적해진다.


이렇게 좋지 않은 소식을 들은 사람의 마음이 울적할 정도라면,

소식을 전한 사람 혹은 당사자의 마음은 오죽할까.


그러나 이런 안타까운 소식의 당사자들을 위로한답시고,

'시간이 해결해줄 거다'라는 식의 말은 입에 담지 않길 바란다.

왜냐고?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으니까!


실제로 이것과 관련하여 사회과학자들의 진행한 연구의 제목이

'시간이 모든 상처를 치료해주는 건 아니다(Time does not heal all wounds)'이다.


증거를 보여달라고? 보여주겠다.


Lucas(2007)


한 연구자가 15년 이상의 기간 동안 1만 명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 1회 행복을 측정하였고, 동시에 그 해에 경험한 중요한 사건들도 조사하였다. 행복은 0-10 사이로 응답하였고, 중요한 사건은 결혼(Marriage), 이혼(Divorce), 사별(Widowhood), 실직(Unemployment), 사고로 인한 장애 획득(Disability), 사고로 인한 중증 장애 획득(Severe Disability) 중 하나에 체크하게 하였다. 아무것도 경험하지 않았다면, 비워두면 된다.


사건 목록을 보면, 알겠지만 결혼 빼고는 모두 불행이라고 볼 수 있는 사건들임을 알 수 있다.


이런 꾸준한 데이터 수집의 끝에 연구자는 한 가지 분석을 진행하였다. 바로 어떤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기 전과 후에 그 사람들의 행복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해당 사건이 일어난 당해를 '0'으로 설정하였고, 그 사건이 일어나기 5년 전을 '-5', 4년 전을 '-4' 등으로 표기하였으며, 그 사건이 일어난 1년 후는 '1', 2년 후는 '2'라고 표기하였다.


일단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결혼을 보자. 결혼 5년 전부터 매년 행복이 조금씩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리다가 결혼하는 당해에 행복이 정점을 찍는다. 그리고 그 후에는 조금씩 조금씩 5년 전의 행복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이는 두 가지 과학적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하나는 쾌락적 행복은 언젠가 원상태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쾌락에 적응한다.


두 번째는 최고의 행복을 경험하기 전에 이미 지속적으로 행복이 증가하는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최고의 행복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행복한 일들이 겹쳐지고, 더 행복한 일이 생기고, 거기서 더 행복한 일이 또 생기고, 이렇게 계속 계속 행복해지다가 최고의 행복을 맞이한다.


사람들 중에는 행복과 불행이 같이 일어난다는 신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행복한 순간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행복한 일이 벌어지면, 그만큼의 불행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적 연구의 결과는 이런 신념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준다. 행복은 또 다른 행복을 불러오지, 불행을 불러오지 않는다.


다음으로 이혼, 사별, 실직, 장애 획득, 중증 장애 획득이라는 불행한 사건 전후의 행복 변화를 살펴보자.

예상했겠지만, 결혼과 같은 행복한 사건 전후와 완전히 반대 모양의 결과가 도출된다.


불행의 정점을 찍기 전(불행의 최저점을 찍기 전)에 이미 조금씩 조금씩 불행해지는 경향을 보이다가, 마침내 강력한 불행이 내 삶에 침투한다. 불행이 쌓이다가 사별을 하고, 불행이 쌓이다가 이혼을 하고, 불행이 쌓이다가 실직을 하고, 불행이 쌓이다가 사고를 겪어서 장애 혹은 중증 장애를 얻게 된다.


또 살펴봐야 하는 것은 이런 불행한 사건이 이루어진 후의 행복 변화이다. 정말 아쉽게도 이는 결혼과 같은 좋은 일처럼 적응되지 않는다. 이혼과 사별을 경험한 지 7년이 지나도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는다. 실직을 경험한 지 7년이 지나도 원상태로 회복하지 못한다. 장애와 중증 장애를 얻으면, 그 즉시 엄청 불행해지는데, 7년이 지나도록 한 1점도 회복하지 못하고, 불행한 상태가 유지된다.


이는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첫째, 불행은 적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행은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불행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특별한 활동이나 치료들을 병행해야 회복되지 가만있는다고 회복되지 않는다.


둘째, 불행은 되도록 경험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다. 불행을 어떻게 경험하지 않냐고? 여기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엄청난 불행을 경험하기 전에 이미 불행해지고 있다는 것에 답이 있다. 무슨 뜻이냐고? 큰 불행이 있기 전에 이미 조짐이 있다는 의미다. 강력한 불행한 사건이 터지기 전에 반드시 조짐이 있다.


큰 불행이 닥치기 전에 뭔가 조금씩 조금씩 불행한 일들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에게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면, 내 생활에 뭔가 변화가 필요한 때임을 직감해야 하고, 적극적인 행복 관리가 필요한 때임을 직감하고 자신의 행복을 증진하기 위한 일들을 미리미리 진행해야 한다.


작은 불행을 경험하면, 액땜했다고 생각하는가? 작은 불행을 경험했기 때문에 더 큰 불행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가? 그야말로 미신이다. 과학적 연구 결과는 이런 미신과 완전히 반대로 나타난다.


작은 불행이 겹치고 있는 것은 액땜이 아니라, 더 큰 불행이 오고 있다는 신호다.


마치 기계의 작은 고장을 수리하지 않고 있다가 큰 고장이나 사고를 맞이하게 되고,

미리미리 안전점검을 하지 않고 작은 안전 이상 신호를 무시하다가 큰 인명 사고를 맞이하게 되는 것과 동일하다.


복과 화는 같이 오거나, 새옹지마(塞翁之馬) 혹은 전화위복(轉禍爲福) 식으로 되지 않는다.


복은 복을 부르고,

화는 화를 부른다.


좋은 일과 나쁜 일에는 모두 조짐이 있다.


여러분들은 어떤 조짐을 만들어가야 할까?


당연히 행복한 일들의 조짐을 많이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Lucas, R. E. (2005). Time does not heal all wounds: A longitudinal study of reaction and adaptation to divorce. Psychological Science, 16(12), 945-950.


Lucas, R. E. (2007). Adaptation and the set-point model of subjective well-being: Does happiness change after major life events?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6(2), 75-79.


*관련 홈페이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http://happyfinder.co.kr/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Caleb Jones on Unsplash


*행복을 읽어 주는 남자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작가의 이전글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