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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Nov 24. 2021

키가 작았던 배구 선수 이야기

행복에 유익한 관점: 키가 작으면, 그에 맞는 연습을 하면 되지!

중학교 3학년 무렵, 다른 선수들에 비해 키가 작았던 배구 선수가 있었다.

배구 선수 치고는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뜻이다.


당시 중학교 배구 선수들의 키가 보통 170cm가 넘었고, 180cm이 되는 선수도 있었는데,

이 선수만 160cm 정도였으니 얼마나 작아 보였겠는가?


NBA 농구 경기를 상상해보라. 주변에 모두 2m에 달하는 장신 선수들이 있으면, 185cm 정도 되는 선수나 190cm 정도 되는 선수는 작아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NBA 역대 최고의 3점 슈터로 불리는 스테판 커리(Stephen Curry: 1988 ~)이다. 커리가 경기장에 들어서면 키가 좀 작아 보이는데, 사실 커리의 신장은 190cm로 굉장히 크다. 그러나 2m 가까운 신장을 가지고 있는 동료들과 상대팀 선수들과 같이 있다 보니 작아 보이는 것이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배구 선수도 딱 그런 느낌이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그냥 보통 키였지만, 선수들 사이에 있으니 굉장히 작아 보이는 것이다.


배구는 키가 굉장히 중요한 경기다. 네트를 넘어서 날아오는 상대의 공격을 막으려면, 키가 큰 것이 유리하다. 또 상대편의 블로킹을 피해 공격을 하기 위해서도 키가 큰 것이 유리하다. 서브를 넣는 것 혹은 스파이크 공격을 하는 것에 있어서도 키가 크면 좋다. 높은 타점에서 공을 내리꽂는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를 넣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선수는 이렇게 중요한 키가 작았다. 그래서일까? 주변에서는 이 선수에게 배구 선수를 그만하고, 다른 것을 알아보던지, 공부나 하라고 말했다. 응원을 하거나 격려를 해주기보다 힘 빠지는 말들만 한 것이다.


'그 키로 무엇을 할 수 있겠니?'

'포기하고 다른 것 해라! 넌 키 때문에 안 돼!'

'공부나 해라! 넌 배구 선수와 어울리지 않아!'


이런 말들을 계속 들었다.


이 선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사람들의 말처럼 진짜 포기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내가 이야기도 안 꺼냈을 것이다. 맞다. 이 선수는 주변에 평가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배구를 계속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생각했다.


"키가 작으면, 키가 작은 선수에게 맞는 연습을 하면 되지, 도대체 뭐가 문제야?"


그리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키가 작은 선수가 잘할 수 있는 수비, 리시브, 토스, 안정적인 서브를 연습했다. 그리고 작은 키를 점프력으로 보완하기 위해 하체 단련을 하면서 점프력을 키웠다. 또한 점프력에 기초한 스파이크 공격 연습도 꾸준히 했다. 다른 사람보다 10배, 20배 더 연습했고, 또 연습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선수들보다 키는 작았지만, 배구 센스나 기량 면에서는 자신보다 더 큰 선수들을 압도하기 시작했고, 청소년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선수가 되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중학교 때까지 그렇게 크지 않던 키가 고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자마자 크기 시작했다. 그것도 1년에 10cm씩 컸다. 그래서 2학년이 되었을 때는 170cm이 되었고, 3학년이 되었을 때는 180cm이 되었으며, 졸업할 때는 190cm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191cm가 조금 넘게 자랐다. 이건 그냥 내 생각인데, 작은 키를 보완하기 위해 점프력 증진 훈련을 한 것이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성장점을 자극하지 않았을까?


자! 생각해보라. 키가 작은 선수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수비, 리시브, 토스, 서브, 점프력을 연마하던 선수가 이제 키까지 커버렸다! 이미 최고의 기량을 가지고, 최고의 배구 센스를 연습을 통해 얻은 선수가 키라는 재능까지는 얻어버린 것이다. 키가 큰 데 날렵하다. 키가 큰 데 점프력도 좋다. 키가 큰 데 수비도 잘한다. 호랑이에게 날개를 단 격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이 선수는 말 그대로 비현실적인 선수가 된다. 소위 말하는 사기캐(사기 캐릭터: 뭐든지 다 잘하는 사람을 일컫는 속어)다.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블로킹이면 블로킹, 토스면 토스, 리시브면 리시브 못하는 것이 없는 멀티플레이어로 성장한다. 이제 좀 이 선수가 누군지 궁금해지지 않는가?



그렇다. 이 선수가 바로 세계 배구 선수 연봉 랭킹 1위! 대한민국이 낳은 최고의 배구 선수 김연경이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던 굽히지 않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노력했던 김연경이기에 지금의 성공도 있는 것이다.


김연경에게는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낙관성(Optimisim)'이 있다.


'키가 작으면 어때? 키가 작은 사람에게 맞는 걸 연습하면 되지!' 이게 바로 낙관성이다.

낙관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포기하지 않는다. 방법을 찾는다. 굴복하지 않는다. 끝까지 밀고 나간다. 추진력이 있다. 계속 뭔가 해보자는 동기부여가 충만하다. 그리고 실제로 뭔가 이룬다!


비관성(Pessimism)은 이것과 완전 반대다.


'키가 작으니,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이런 게 바로 비관성이다.

비관적인 생각을 하면 포기한다. 굴복한다. 방법을 찾지 않는다. 중도에 멈춘다. 추진력이 없다. 동기부여도 안 된다. 그러니 되는 일도 없다.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 김연경 같은 낙관성으로 무장하고 있다면, 좋다! 계속 전진해가자!


그러나 비관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제는 달라져보자. 내면의 관점을 바꿔서 낙관성을 길러보자. 어떤 상황에서도 방법은 있기 마련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감독님이 하던 명언이 생각난다.


"포기하지 마세요. 포기하는 순간, 시합은 끝나는 거예요."


*참고문헌

Buchanan, G. M., Seligman, M. E., & Seligman, M. (Eds.). (2013). Explanatory style. Routledge.


Gillham, J. E., Shatté, A. J., Reivich, K. J., & Seligman, M. E. P. (2001). Optimism, pessimism, and explanatory style. In E. C. Chang (Ed.), Optimism & pessimism: Implications for theory, research, and practice (pp. 53–75).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https://doi.org/10.1037/10385-003


*행복을 읽어 주는 인지심리학자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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