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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Sep 22. 2021

돈 많다고 행복한 건 아니라고? 진짜? 정말? 확실해?

소득이 증가할수록 긍정적 경험 빈도 높아지고, 부정적 경험 빈도 낮아진다

우리 주변에는 어디서 들은 말을 그대로 옮기는 사람들이 많다.

'-라 하더라'(소위 '카더라')는 식이다.


출처에 대한 신뢰가 높을 때 이런 '카더라'의 효과는 점점 강해진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출처 신뢰도가 진짜 신뢰도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한 사람이 어떤 정보의 출처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다고 느끼는지를 말한다.

주관적 출처 신뢰도라는 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그 사람이 믿기에 옆집 아저씨가 믿을 만한 소식통이라면, 옆집 아저씨가 한 말이 곧 진실이고,

그 말을 여기저기 퍼뜨리고 다닐 가능성도 높아진다.


행복에 있어서도 그런 것 같다.

행복을 연구해보신 분은 아니지만, 과학자는 아니지만, 학문적 깊이가 깊진 않지만,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는 분들이 행복에 대해 한 마디 하면 그것이 일파만파 퍼져나간다.


행복 과학자들은 매일매일 행하는 생산적인 습관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잘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계획과 전략이 그 사람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대중들은 이런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무시한다.


오히려 유명하신 분들이 목표가 없어도 된다. 즐거움을 쫓아라, 인생 뭐 있냐 신나게 살아라고 하면 신뢰하고 열광하고, 멋있다고 하며, 띵언(머리를 띵하게 하는 좋은 말)이라고 칭송한다.


돈과 행복에 대한 진실 게임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진다.

행복 과학자들은 돈이 행복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곤 말할 수 없어도,

어느 정도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한다.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즉 객관적 삶의 질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행복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말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생각이 많이 다르다.

어떤 유명한 분이(특히 종교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분들이)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고 한 마디 하거나,

돈이 많아도 자살한다고 한 마디 하거나,

돈이 근심거리라고 하거나, 오히려 다 버려야 한다고, 무소유여야 한다고 말하면, 그것에 열광한다.


그런데 여러분 그 사실을 아는가?

그렇게 돈이 행복에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시는 유명한 분들이 사실 굉장히 부자다.

그분들은 이미 돈이 많아서 행복하기에 어느 정도 살림살이를 줄여도 삶에 별 영향이 없다.


그런데 기초생활수급자가 그나마도 다 버려야 한다고? 돈이 없어야 한다고?

나라에서 주는 기본 생활비가 없으면, 당장 오늘 굶어 죽을지 모르는 사람이

겨울에는 꽁꽁 언 방에서 목숨 걸고 잠을 자고,

여름에는 찜통 같은 방에서(용광로 같은 방에서) 목숨 걸고 잠을 자는데,

돈이 없어야 한다고? 그런 사람이 과연 행복해 보이던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래서 나는 인기에 편승하지 않고, 인기 없는 이야기를 좀 하겠다.

항상 바른 소리 하는 사람은 별로 인기가 없다.

명세기 과학자인데 과학적 연구결과를 믿어야지 무엇을 믿겠는가!


Sacks, Stevenson, & Wolfers (2013, October)


세계은행에서 연구한 보고서의 결과를 요약한 그림을 보자. X축은 연소득이다. 5백만 원, 1천만 원, 2천만 원, 4천만 원, 8천만 원, 1억 6천만 원, 3억 2천만 원 이렇게 로그 단위로 기록되어 있다. Y축은 어제 긍정적 혹은 부정적 경험을 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자. 좌측 상단부터 보시라. 돈이 많을수록 어제 즐거운 일이 많았다고 응답한다. 돈이 많을수록 어제 신체적 고통이 없었다고 응답한다. 걱정이나 슬픔에 있어서는 돈이 많고 적음에 거의 관계가 없다.


이제 좌측 하단으로 내려오자. 돈이 많을수록 지루하지 않다. 돈이 많을수록 우울하지 않다. 돈이 많을수록 화가 나지 않는다. 심지어 돈이 많을수록 사랑을 많이 한다. 이래도 돈이 행복에 영향이 없는가?


Sacks, Stevenson, & Wolfers (2013, October)


더 살펴보자. 새로운 그래프의 좌측 상단부터 보면, 돈이 많을수록 모든 날이 어제 같으면 좋겠다고 여긴다. 돈이 많을수록 어제 평온했다고 느낀다. 돈이 많을수록 어제 사람들에게 존중받았다고 느낀다. 돈이 많을수록 삶에서 자율성이 보장되었다고 느낀다.


좌측 하단으로 내려오자. 돈이 많을수록 웃거나 미소 지을 일이 많았다고 느낀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자부심을 더 느끼거나 새롭게 배우는 일이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돈이 많으면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다.


돈과 행복이 관련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라.

진실을 숨기고, 당신을 성공하지 못하게 하려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내 삶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


*참고문헌

Sacks, D. W., Stevenson, B., & Wolfers, J. (2013, October). Subjective Well-Being, Income, Economic Development, and Growth. In Annual World Bank Conference on Development Economics 2011: Development Challenges in a Post-crisis World (p. 283). World Bank Publications.


*관련 홈페이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http://happyfinder.co.kr/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Pablo Merchán Montes on Unsplash


*행복을 읽어 주는 인지심리학자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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