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국희 Sep 15. 2021

손실이 전혀 없어야 행복이다?

작은 손실을 감수할 줄 아는 사람들이 행복하다!

심리학 퀴즈로 시작해보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니 편하게 자신만의 답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두 가지 게임 중 하나를 고르는 퀴즈이다. 도박장에서 게임을 고른다고 생각해보시라.


[게임 1]

이 게임에 참여할 경우 당신은 ‘100% 확률로 3만 원을 얻게’ 된다.


[게임 2]

이 게임에 참여할 경우 당신은 ‘95% 확률로 3만 5천 원을 얻게’ 된다.


여러분은 어떤 게임에 참여하시겠는가? 1번? 아니면, 2번?


여러분이 만약 위험을 회피하는 분이라면, 1번 게임에 참여했을 것이다.

위험 회피적 선택, 영어로는 리스크 어버전(risk aversion)이라고 부른다.

이런 성향의 사람은 얻는 이익이 적더라도, 100% 가능한 일을 선택한다.


여러분이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는 분이라면, 2번 게임에 참여했을 것이다.

5% 정도의 위험은 감수하고, 더 큰 이익을 얻는 것에 도전하는 것이다.

위험 감수적 선택, 영어로는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게임은 1번일까? 아니면 2번일까?

나라에 따라서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60% 이상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게임이 있다.

바로 1번! 위험 회피적 선택이다.

많은 사람들이 단 5%의 위험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좀 더 현실적으로 이야기해볼까? 우리 주변에 보면 1원 한 장 손해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다 똑같이 월급 받는데, 자기만 일을 조금 더하게 되는 상황을 극도로 회피하고, 짜증내고, 화내고, 표정에서 왜 자신이 그런 손해를 봐야 하느냐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런 사람 말이다. 꼭 이런 사람들이 처음에는 어떤 일에 참여 안 하고 방관하고 있다가 그 일을 누가 잘 마무리할 것 같으면, 중간에 끼어들면서 숟가락 딱! 얹으려고 한다. 정말 얄밉다.


그리고 말씀드린 대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 즉 10명 중 6명은 바로 이렇게 단 5%의 손해조차 감수하지 않으려는 성향, 1원 한 장 손해 보지 않으려는 성향을 가진다. 얄미운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뜻이다. 물론 자신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위험을 회피하지 않는 사람을 바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또한 호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기 자신의 위험회피 성향, 단 5%의 위험도 감수하지 않으려는 성향을 굉장히 똑똑한 선택이라고 보면서 말이다.


심지어 이런 사람들은 이렇게 극도로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자신의 행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마이너스 요소가 없어야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기 삶에 마이너스적인 요소가 끼어드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피한다. 세상이 온통 적들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고, 음모론을 좋아하며, 범죄 수사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좋아할 가능성도 높다. 그런 것을 보면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합리화하고, 정당화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이렇게 마이너스 요소가 전혀 없어야 성공하고, 더 나아가 이렇게 마이너스 요소가 전혀 없어야 행복할까? 마이너스 요소를 극도로 피하는 이런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 그리고 행동이 진정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다행히 이런 질문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이 있었다.

코언과 나카가와 그리고 동료들이 2021년에 출판한 연구로

제목은 ‘위험 회피 성향과 심리적 웰빙은 부적인 관계에 있다’이다.

연구 제목만 봐도 연구의 내용과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연구는 일본에 있는 야마구치 대학 학생 26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참가자들은 건강 상태가 양호했고, 인지 능력이 정상이었으며, 실험 당일 특별한 건강상의 문제나 약물 복용 (알코올 포함)같은 것이 없었다. 한 마디로 평온하고 정상적인 상태로 실험에 참여한 것이다. 더하여 부모님의 교육 수준, 가계 소득 수준에서도 차이가 없는 학생들이었다.


이렇게 참여한 26명은 먼저 84개 문항으로 된 심리적 웰빙 설문지에 응답하면서 행복을 측정한다. 심리적 웰빙 설문지는 리프(Riff)라는 사회심리학자가 개발한 행복 측정 설문지로 행복에서 중요한 여섯 가지 요소에 주목하고 있다. 자율성이 보장된 삶인지(자율성),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성장하고 있는지(개인적 성장), 환경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지(환경 통제), 삶의 목적이 뚜렷하고 매일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지(삶의 목적),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긍정적 관계), 나 자신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자신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지(자기 수용)이 핵심이다.


참가자들은 이런 여섯 가지 요인에 관련된 문항들에 1점에서 6점 사이로 응답했다.

'1점이 전혀 그렇지 않다. 6점이 매우 그렇다'이다.


참가자의 행복은 이 여섯 가지 영역 전체에서 평균 점수가 높은지 낮은지로 구분된다.

6점에 가까울수록 행복한 사람들이고요. 1점에 가까울수록 불행한 사람들이다.


이쯤에서 심리학 실험치고 참가자 수가 좀 적지 않냐고 물어보실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왜냐고? 일단 행복을 측정한 도구의 문항수를 보라. 비슷한 개념에 대한 문항을 84회나 반복한다. 이렇게 한 사람이 여러 번 반복 측정을 하는 연구의 경우에는 실험 참가자 수가 적어도 큰 관계가 없다. 수 없이 많은 반복 측정을 통해 오차가 줄어들기에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 측정 이후에 이루어진 손실 회피 성향 측정도 마찬가지다.

26명의 사람들이 같은 성격의 과제를 여러 번 반복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참가자들은 동전 던지기 게임을 64번 수행하게 된다. 64회 반복 측정이라고 바꿔 부를 수 있다. 게임에 따라 앞면과 뒷면에 걸린 금액이 달랐고, 앞면이 이득인 경우엔 뒷면이 손실이고, 뒷면이 손실인 경우엔 앞면이 이익이었다.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정확하게 50% 였고, 이기고 질 확률도 정확하게 50% 였다. 그러나 언제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언제 앞면이 이길지 뒷면이 이길지는 무작위여서 참가자들이 예측하기 힘들었다.


참가자들이 해야 하는 일은 주어진 게임을 받아들일지, 패스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면에 걸린 금액이 3200원으로 플러스 방향이라면,

뒷면에 걸린 금액은 –2000원으로 마이너스 방향으로 제시되었다.


이런 게임을 받아들일 것인지, 패스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게임을 받아들이게 되면, 실제로 동전 뒤집기에 진행되었고,

해당 게임에서 앞면과 뒷면에 걸린 금액에 따라 금액이 더해지기도 하고,

빼지기도 했다. 


이렇게 참가자들은 64번 동일한 과제를 수행하면서 돈을 어느 정도 따게 된다.

딱 그만큼만 실험 참가자비로 받도록 약속되어 있었다.

즉 게임 머니가 실제 돈이 되는 그런 과제였다.


자.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하나 등장한다.

만약 참가자들이 손실의 위험이 적은 게임만 선택하면 이는 어떤 성향의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 앞면이 나오면 4000원을 따지만,

뒷면이 나오면 –3500원을 잃는 다소 위험한 게임은 패스하고,

앞면이 나오면 1000원을 따지만,

뒷면이 나오면 –500원을 잃는 안전한 게임만 선택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이는 손실 회피 성향이 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손실의 위험이 낮은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실이 다소 큰 게임도 간혹 받아들인다면 손실 회피 성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행복한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반대로 불행한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먼저 참가자들 전체 평균부터 확인해보면, 참가자들은 평균 57회의 게임을 받아들였다. 7회 정도를 패스한 것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이익이 낮은 게임, 즉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게임을 5회 정도 패스했다. 졌을 때 손실이 어마어마한 위험도가 높은 게임을 평균 2개 정도 패스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행복점수가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사이에 패스한 게임의 횟수와

고위험 게임 패스 수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먼저 행복 점수가 상위 30%에 속하는 사람들은 평균 5개를 패스했다.

그중 4.5개는 수익이 너무 낮은 의미 없는 게임이었고,

위험도가 높은 게임을 0.5개 정도 패스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고위험 게임을 거의 패스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행복 점수 하위 30%, 즉 다소 불행한 사람들은 평균 9개를 패스했다.

일단 패스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그리고 이중 5.5개는 수익이 너무 낮은 의미 없는 게임이었고,

위험도가 높은 게임을 평균 3.5개나 패스하는 경향을 보였다.

고위험 게임 패스 횟수 전체 평균보다도 1.5개에서 2개나 많은 패스 경향을 보인 것이다.


또한 이렇게 손실 회피 경향이 강한 불행한 사람들은 실험 참가자비를 보다 적게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500엔 우리 돈으로 하면 5000원밖에 챙겨가지 못했다.


그런데 손실 회피 성향이 다소 약한 행복한 사람들은 평균 1200엔 우리 돈으로 하면

12000원을 가져갔다. 7000원이나 차이가 난다. 거의 2.5배 차이다.


이 연구의 시사점은 명확하다. 인간은 누구나 손실 회피 성향이 어느 정도 있다. 이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단 5%의 손실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단 500원의 손해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어떨까? 내가 활용해야 하는 시간 중 단 30분도 손해 보지 않으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연구의 결과처럼 될 것이다. 불행해지고, 사실상 얻는 이익도 더 적다.


행복은 손실은 무작정 피하기만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다른 사람을 돕고, 때로는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 시간을 낭비하고, 때로는 자기 돈을 써서 타인을 돕고, 지금 당장은 손해가 되는 것 같더라도 나중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해 놓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절대 손해 보지 않으려 할수록, 절대 피해보지 않으려 할수록 나에게 당장 피해가 되는 일은 절대 피하려고 할수록 행복에서는 멀어질 수 있다.


조직문화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직의 자원을 100% 성공이 보장된 것에만 투자한다면, 발전하기 어렵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에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구글X가 그렇게 하듯이 90% 정도 가능하다면, 때로는 85% 정도 가능하다면, 실패를 용인하면서 도전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실패했다고 해서 처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멋진 실험을 진행한 것에 대해 보상을 주어야 할 것이다.


혹시나 오해하실 까 봐 다시 이야기한다. 높은 위험을 무릅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작은 손실, 작은 손해, 작은 시간 낭비는 다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행복하고, 장기적으로 볼 때, 더 큰 이익과 보상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자기 일도 다 끝내지 않았는데, 감당하지도 못할 일을 떠안는 것은 정말 호구일 것이다. 조직 전체에도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런데 할 수 있는 힘이 충분히 있는데, 어떻게 할 줄도 아는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데 손해 보지 않으려고 피하기만 하면 장기적으로 기회가 사라질 있고, 손해가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 교수이자 조직심리학자인 애덤 그렌트도 그의 책 <기브 앤 테이크>에서 이런 연구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는가. 성공 사다리에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들도 타인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소비하는 기버이지만, 성공 사다리의 가장 위에 있는 사람들도 동일한 기버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런 말도 했다. 성공 사다리의 가장 아래에 있는 기버는 호구이지만, 성공 사다리의 가장 위에 있는 기버는 지혜자라고 말이다. 우리는 호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지혜자가 되어야겠다. 지혜자는 큰 손실을 감수하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지혜자는 타인을 위해서라면, 또 자기 할 일을 다 했다면, 작은 손해, 작은 시간 낭비를 수용할 줄 아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 아닐까?


*참고문헌

Koan, I., Nakagawa, T., Chen, C., Matsubara, T., Lei, H., Hagiwara, K., ... & Nakagawa, S. (2021). The negative association between positive psychological wellbeing and loss aversion. Frontiers in Psychology12, 742.


*관련 홈페이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http://happyfinder.co.kr/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Nick Fewings on Unsplash


*행복을 읽어 주는 인지심리학자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작가의 이전글 부정적 경험을 피해야 행복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