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국희 Oct 06. 2021

국민소득 증가! 국민행복 감소? 왜?

소득 불평등과 국민행복의 다이내믹

경제학. 어마어마한 학문이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 전공과 상관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국가의 일을 돌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뜻 이리라.


동양에서는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풍요롭게 한다'는 개념을 경세제민(經世濟民)에서

유래한 말이 경제학이고,


서양에서는

'한 집안의 살림살이'라는 개념을 가진 오이코노모스(οἰκονόμος)에서

유래한 말이 경제학이다.


즉 경제학은 동양에서는 백성을 살림살이를 풍요롭게 하는 것에 대한 학문이고,

서양에서도 한 집안의 살림살이를 풍요롭게 하는 것에 대한 학문인 것이다.

동서양의 개념이 이렇게 잘 통하는 말이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정치는 경제와 분리할 수가 없다.

정치라는 것은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풍요롭게 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계 경제에 가장 유익한 시스템을 선택하는 과정, 그것이 정치고,

현대의 민주주의 제도는 선거를 통해 이런 시스템을 선택하게 만들어 둔 것으로

소위 시스템을 위한 시스템이다. 즉 민주주의라는 것은 일종의 메타 시스템인 것이다.


그럼 메타 시스템을 통해 국민 다수가 선택한 시스템은 결국 뭘 하자는 시스템일까?

어떻게 해서 가정의 살림살이를 풍요롭게 하겠다는 것일까?

여기에서 다양한 경제학적 이론들이 탄생한다.


그리고 이런 경제학적 이론들을 관통하는 한 가지 개념을 뽑자면,

바로 '균형(balance)'이다.


제품 서비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춰야 가계 살림살이가 좋아진다.

원화 가치와 달러 가치의 균형을 맞춰야 가계 살림살이가 좋아진다.

노동시장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춰야 가계 살림살이가 좋아진다.

자본자의 이익과 노동자의 이익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가계 살림살이가 좋아진다.

시장의 자유와 공정한 이익의 분배에 균형을 맞춰야 가계 살림살이가 좋아진다.

자유로운 경쟁과 공정하고 평등한 기회의 제공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가계 살림살이가 좋아진다.


이쯤 되면, 모두 느끼셨겠지만, 말은 참 쉽다.

균형. 이렇게 간단할 수가! 단 두 글자다! 영어로도 밸런스! 정말 간단하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해서 세상 모든 일이 잘 해결되었는가?

여러분이 균형이 딱딱 맞는 좋은 시스템을 가진 나라에서 살고 계신가?


아쉽게도 이 세상 그 어떤 나라도 이런 균형이 완벽하게 맞는 나라는 없다.

물론 이런 균형에 가까운 나라들이라고 칭송받는 국가들이 있긴 하다.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가 대표적이다.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행복 순위 1-3위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나라들이다.


Oishi & Kesebir (2015)


무엇을 근거로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균형의 지표가 하나 있다.

특별히 시장의 자유와 공정한 이익의 분배에 대한 균형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소위 지니 계수(Gini coefficient)라고 불린다.

복잡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간단하게 0에서 1 사이의 값을 가지는 것이 지니 계수인데,

숫자가 높을수록 공정한 분배보다는 시장의 자유가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다는 뜻이고,

숫자가 낮을수록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0에 가까울수록 좋은 것이고, 1에 가까울수록 나쁜 것이다.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의 행복한 나라들은

바로 이 지니 계수가 0에 가까운 나라들이다. 0.3 정도로 나타난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지니 계수가 낮은 나라들일수록

일인당 국민소득과 국민 행복 지수 사이의 상관관계도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소득 불평등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는

일인당 국민소득이 높을수록 국민 행복이 올라가는 관계가 강하게 나타난다.


소득 불평등이 낮은 국가에서는 일인당 소득이 느는 것이 국민 행복 증진에 도움이 된다.

국민 개개인이 노력하는 만큼, 실력을 쌓는 만큼 행복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도 볼 수 있다.

계층 이동이 상대적으로 많아 성취감도 높고, 삶의 의미와 가치도 높게 인식한다.

그래서일까? 전반적으로 이렇게 돈과 행복의 관련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나라의 국민이

그렇지 않은 나라의 국민보다 행복하다.


오히려 지니 계수가 높은 나라들일수록

일인당 국민소득과 국민 행복 지수 사이의 상관관계도 낮고, 전반적인 국민 행복 수준도 낮다.

불평등 수준이 높은 이런 나라들에서는

일인당 국민소득 증가가 국민 행복에 별로 연결되지 않는다.

노력해도, 실력을 쌓아도 행복 증진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계층 이동이 거의 없기에 성취감도 없고, 삶의 의미와 가치도 없다.

부자들 몇몇에게 부가 집중된 결과로 나타난 일인당 국민소득 증가이기에

대다수의 국민 개개인의 소득에는 실질적 증가가 없었고,

결국 국민 행복 증가와도 별로 관계가 없는 것이다.


온두라스, 칠레, 파라과이, 에콰도르 등 지니 계수가 0.5 이상되는 나라들이 대표적이다.


그럼 국민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소득 불평등지수를 완전히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그런 극단적인 이야기는 이미 균형에서 벗어난다.

지니 계수가 '0'인 세계가 과연 좋은 세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것을 추구했던 이념들이 만든 세상의 끝이 별로 좋지 않았음은 역사가 이미 증명했다.


지니계수 자체도 자유와 평등, 경쟁과 분배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자는 것이지,

한쪽의 힘을 지나치게 키우자는 것이 아니다.

아마 그 균형점은 지니계수 0.2에서 0.3 정도일 것이다.

이 정도 지니계수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이런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면,

부자들과 권력자들도 계속 노력하지 않으면 내려올 수 있다는 것을 늘 경고하면서

교만한, 건방진, 내로남불 하는, 거짓말하고 위선을 부리는,

할 수 있는 일과 해도 되는 일을 구분 못하는 부자와 권력자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부자와 권력자라 하더라도 늘 깨어서 자신을 성찰하고 정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또한 지금은 계층이 낮다고 하더라도

노력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수 있는 희망을 주는 시스템일 것이다.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미래에는 부자와 권력자들을 계속 성찰하게 함과 동시에

가난하고 힘이 없더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을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Oishi, S., & Kesebir, S. (2015). Income inequality explains why economic growth does not always translate to an increase in happiness. Psychological Science, 26(10), 1630-1638.


*관련 홈페이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http://happyfinder.co.kr/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Naassom Azevedo on Unsplash


*행복을 읽어 주는 인지심리학자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작가의 이전글 분명히 더 부자가 되었는데, 왜 더 행복하지 않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