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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Oct 13. 2021

소득 불평등이 높아진 해에 생긴 일

나는 국민행복이 낮아진 해에 생긴 일을 알고 있다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보다 보면,

한 나라의 순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우들도 있지만,

조금 때로는 많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순위가 바뀌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자국 요인과 타국 요인이다.

간단히 말해

다른 나라의 국민 행복 자체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면서 순위가 바뀔 수도 있고,

자국의 국민 행복에 변하면서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


물론

작년에 측정에 참여하지 않았던 나라가 올해는 측정에 참여하면서 순위가 바뀔 수도 있고,

작년의 기준과 올해의 측정 기준이 약간 달라지면서 순위가 바뀔 수도 있지만,

결국은 그 기준이 측정하는 자국 요인과 타국 요인이 순위를 결정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여기까지 살펴봤다면, 문제는 순위의 변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순위 변동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지만, 순위 변화는 현상의 본질이 아닌 껍데기에 불과하다.

진짜는 그 순위 변동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일 것이다.

이건 비단 국민 행복 순위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은 기업의 시가총액 순위, 기말고사 순위, 인사고과 순위,

연봉 순위, 야구팀 순위, 농구팀 순위에 관심이 많고,

그것만으로도 세상에 대해 많이 알았다고 착각하곤 하지만,

사실 순위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정보는 거의 없다.

뭔가 알았다는 느낌은 주지만, 순위에서 느낌 그 이상의 정보를 알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과학이고, 과학적 사고이고, 과학자이다.

행복 순위 변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행복 순위 변동이 진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과학자가 필요하고,

과학자가 수행한 별도의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럼 행복 순위 변동이 내포하고 있는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Oishi & Kesebir (2015)


여러 가지 요인이 생각날 수 있지만, 그 여러 가지 요인이 모두 중요한 것은 아니다.

먼저 타국 요인은 아니다.

월드컵 축구 본선 출전권을 가리는 예선 경기에서 타국이 이기고 지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면 그건 이미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

행복에서도 마찬가지다. 타국 요인에 의해서 즉 타국이 잘하냐 못하냐에 따라

우리의 행복이 결정되는 나라는 이미 굉장히 불행한 나라일 것이다.

이건 개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내 행복을 내가 개척해나가고 만들어야 가야 하는데,

누군가에 의해서 내 행복이 결정되고, 조종된다면 그 삶을 좋은 삶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자국 요인에 주목한다.

그중에서도 과학자들이 연도별 국민 행복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주목하고 있는 지표는 바로 지니 계수, 즉 소득 불평등 지수다.


지니 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으로, 1로 갈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한 것이다.

(0의 완전 평등, 1은 완전 불평등)


무슨 이야기냐고?

소득 불평등 지수가 높아진 해에는 행복한 사람의 수가 줄어든다!

그리고 당연히 국민 행복 지수가 내려가고 순위가 떨어진다.


반대로 소득 불평등 지수가 낮아진 해에는 행복한 사람의 수가 증가한다!

그리고 국민 행복 지수가 올라가고 순위도 올라간다.


그럼 도대체 소득 불평등 지수가 뭐길래 이렇게 중요한 예측자로 작용하는 걸까?

소득 불평등 지수는 일단 그 사회의 계층 이동이 얼마나 이루어지는지 보여준다.

불평등 지수가 높을수록 그 사회는 계층 이동이 힘들다는 뜻이다.


그럼 계층 이동이 힘들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그건 그 사회가 노력한 만큼 보상받기 어려운 사회라는 뜻이다.

과거 귀족과 왕족 사회처럼

귀족과 왕족은 노력과 상관없이 계속 귀족과 왕족이고,

평민과 서민은 아무리 노력해도 계속 평민과 서민이다.


이렇게 노력이 쓸모없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사회가 정체되고, 불공정하고, 사회적 신뢰가 낮다는 뜻이다.

동기 부여가 되지 않고, 개인들의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노예 같은 상태라는 뜻이다.


그래서 소득 불평등이 높아진 해에는 행복이 낮아지고,

소득 불평등이 낮아진 해에는 행복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소득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사용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말이다.


그럼 국민은 어떻게 해야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경제 체계를 선택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이 바로 선거이다.

정치라는 것은 경제와 분리할 수 없다.

국민에게 유리한, 더 정확하게는 개개인에게 유리한 경제 체제를 선택하는 것이 곧 정치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국민은 선거를 통해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경제 체계를 선택할 수 있다.


국민은 정부 구성원들이 혹은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들이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말에 휘둘리기보다

실제로 소득 불평등을 해소했는지와 해소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나는 국민 행복이 낮아진 해에 일어난 일을 알고 있다.


*참고문헌

Oishi, S., & Kesebir, S. (2015). Income inequality explains why economic growth does not always translate to an increase in happiness. Psychological Science, 26(10), 1630-1638.


*관련 홈페이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http://happyfinder.co.kr/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Helen Cheng on Unsplash


*행복을 읽어 주는 인지심리학자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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