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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Oct 20. 2021

행복의 공식

자발적 행동의 중요성

행복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내 삶에 대한 좋은 평가'이다.


영어로는 "Good mental state"라고 쓰고, 좋은 마음의 상태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가 2013년에 발간한 『행복 측정 가이드라인(Guidelines on Measuring Subjective Well-being)』에서 사용하는 정의이기도 하다.


그럼 좋은 마음의 상태는 어떻게 형성될까? 어떤 것들이 조합을 이루었을 때 좋은 마음 상태가 될까?

다양하게 설명할 수 있겠지만, 오늘은 수학적으로 접근해볼까 한다.

이름 하여 행복의 공식이다.


먼저 이야기할 것은 여기서 이야기할 행복의 공식은 필자의 개인적 입장이 아니다.

이건 행복 과학계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입장이다.

또한 행복의 공식은 어떤 하나의 케이스를 통해 도출된 것이 아니다.

이는 행복에 어떤 것들이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수많은 연구들을 종합하여 만들어졌다.


자. 그럼 행복의 공식을 확인해보도록 하자!


H = S(50%) + C(10%) + V(40%)


이것이 바로 행복의 공식이다.


각 알파벳의 의미는


H: Happiness(비교적 장기적인 좋은 마음의 상태)

S: Set point(설정점)

C: Circumstance(상황)

V: Voluntary Behavior(자발적 행동)


이렇다.


그리고 괄호 안의 숫자는 각 요소들이 'H'를 결정하는데 미치는 영향력을 비율이다.


즉 한 개인의 비교적 장기적인 좋은 마음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중 가장 영향력이 강한 요인은 바로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행복의 설정점이고(50%), 그다음은 개인의 자발적 행동(40%)이며, 가장 영향력이 낮은 것이 바로 상황, 즉 외적 환경(10%)이다.


하나씩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개인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힘센 요소는 설정점(set point)이다. 과학자가 아니면, 잘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기에 비유를 들자면, 에어컨디셔너의 설정된 온도 혹은 보일러의 설정된 온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떤 온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에어컨디셔너가 작동하여 다시 그 설정 온도로 돌아오게 만들고, 어떤 온도 이하로 내려가면 보일러가 작동하여 다시 그 설정 온도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처럼 모든 개인 안에는 이렇게 설정점으로 돌아오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아주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심리학적 개념으로는 회복탄력성이 있으며, 적응력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있겠다. 우리는 좋은 일을 경험하여 행복이 설정점 이상으로 올라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설정점으로 돌아오고, 반대로 나쁜 일을 경험하여 설정점 이하로 내려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설정점으로 돌아온다. 물론 나쁜 일의 정도에 따라 설정점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다를 수 있고, 영영 못 돌아올 수도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알아두도록 하자. 그래서 이 설정점이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 된다.


다음으로 개인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바로 상황(circumstance)이다. 상황은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말한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가정의 소득 수준은 어느 정도 되는지, 또래들의 수준은 어느 정도 되는지, 법과 제도는 어떠한지, 사회 기반 시설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지, 교육 제도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남녀평등과 관련된 문화와 제도는 어떠한지 등이 상황이며, 이 상황은 개인의 행복에 10% 정도의 영향력이 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상황의 영향력이 10%라는 것이 상황이 행복에 있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상황은 행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상황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고 싶다고, 바로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상황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어떤 나라에서 태어난 후, 그 나라를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고,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서 자랐는데 그 지역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상황 자체의 영향력이 낮아진 것이다.


Photo by Larry Crayton on Unsplash


세 번째로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바로 자발적 행동(voluntary behavior)이다.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 하는 노력,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일들, 개인이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 개인이 스스로 성장과 진보를 위해 배우는 지식, 개인이 만들어 가는 습관, 개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판단과 의사결정들, 개인이 스스로 전환할 수 있는 관점들이 모두 자발적 행동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것의 영향력은 40%로 매우 크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설정점은 평상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개인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것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서의 평상시 상태이며, 간혹 평상시를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평상시를 벗어나더라도 얼만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평상시로 돌아간다. 사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설정점은 그 영향력이 수학적으로는 50%지만, 평상시보다 더 행복해지는 것 혹은 불행해지는 것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상황에 대해서는 아까 이야기한 대로 실제로 인간의 행복에 중요하고, 더 중요하게도 설정점 자체를 이동시키는 것에 상황이 중요하지만, 상황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럼 인간의 행복에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할 뿐 아니라, 설정점 자체를 높이는 것에 기여하는 요소는 뭘까?


예상했겠지만, 바로 자발적 행동이다.


그래서 류보머스키(Lyubomirsky)같은 긍정 심리학의 대가도 자발적 행동을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표현한다. 우리의 행복은 개인마다 정해져 있는 설정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의 자발적 행동이 어떠한지에 따라 설정점 자체를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우리의 자발적 행동이 어떠한지에 따라 상황 자체를 좋게 만들어가면서 설정점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행복의 공식의 핵심은 설정점이 아닌,

"자발적 행동"이다.


이렇게 행복의 공식에서 자발적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은

행복은 만들어가는 것이고, 가꾸어 가는 것이며, 관리할 수 있고, 진보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행복은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이거나, 어딘가 숨어 있는 보물을 찾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발전시키고, 심화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역동적 실체다.


행복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참고문헌

Lyubomirsky, S., Sheldon, K. M., & Schkade, D. (2005). Pursuing happiness: The architecture of sustainable change. Review of General Psychology9(2), 111-131.


OECD. (2013). OECD Guidelines on Measuring Subjective Well-being. Paris, FR: OECD Publishing.


*관련 사이트

http://happyfinder.co.kr/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S&B Vonlanth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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