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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Dec 22. 2021

우울한 것인가? 행복하지 않은 것인가?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는 언어 사용 습관

좋은 결과가 나와야만 하는 일 혹은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던 일의 끝이 좋지 않았을 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인간을 둘 중 하나로 분류하는 것은 과학자로서 경계해야 하는 일이지만,

어려운 심리학적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둘로 나눠보도록 하자.


결과나 나쁘다는 소식을 들은 후,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무기력감을 느끼며,

온몸의 힘이 빠지고, 밥 맛도 없어지며, 멍해질 때가 많고,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똑같은 일을 경험하고도

'일상을 빠르게 되찾고, 다른 전략을 세우며, 늘 하던 대로 공부와 자기 계발을 이어가고,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며, 정신 차리고, 더 부지런해질 뿐 아니라,

자존감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더 높아진다.


여러분은 첫 번째에 가까운가? 아니면 두 번째에 가까운가?

그리고 이 두 부류는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타고난 성격적 특성이 다르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부모의 양육방식이나 성장 환경이 다르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 사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여러분 생각이 모두 맞을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럼 혹시 이 모든 요소를 종합적 함수 관계를 보여주는 단일한 요소는 없는 걸까?

종합적 추론이 가능한 하나의 심리적 특성을 추출할 수는 없을까?

있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사고방식(mental attitude)이 그것이다.

유전적 특성과 환경적 특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만들어지는 것이

한 인간의 사고방식이다.


그럼 그 사람의 사고방식은 무엇을 통해 드러나는가?

이것이 바로 심리학자들이 측정하는 핵심 요소인 '행동'이다.

그 사람의 사고방식은 행동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와 관련된 대표적인 행동 중 하나가

바로 한 사람의 언어 사용 습관이다.



다시 오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부정적 사건이 벌어졌을 때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

언어 사용 습관이 다르다. 특히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두 집단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부정적 사건 후에 우울해지는 집단은 자신의 감정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진짜 짜증 나

-정말 우울하고 슬퍼

-나 자신에게 화가 나

-신경질 나, 최악이야

-이런 상황 정말 싫어


그런데 부정적 사건에도 불구하고 자존감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더 행복해지는 집단은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마음에 쏙 들진 않네

-썩 행복하진 않네

-진정하기 어렵네

-인내심을 유지하기 힘드네

-이런 상황 좋지 않아


무슨 차이인지 감이 잡히는가?

그렇다. 똑같은 부정적 사건을 겪고 완전히 다운되는 사람은 다운시키는 부정적 언어를 쓴다.

그런데 동일한 사건을 겪었지만 기운을 차리고 힘을 내는 사람은 긍정적 언어를 부정형으로 표현한다.


여기서 마법 같은 일이 발생한다.

부정적 언어를 그대로 사용할 때는 상황이 정말 최악인 것 같고,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반면 긍정적 언어를 부정형으로 표현하면, 사실 동일한 그 상황이 그렇게 최악은 아니게 된다.

그리고 여전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뭔가 여지가 있다고 할까?


생각해보라.

짜증 나는 것과 마음에 쏙 들지 않는 것이 동일한 강도로 느껴지는가?

우울하고 슬픈 것과 행복하지 않은 것이 동일한 강도로 느껴지는가?

화나고 분노가 일어나는 것과 진정하기 쉽지 않은 것이 동일한가?

싫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이 동일한가?


아직 모르겠다고?

나를 짜증 나게 하는 사람과 내 마음에 쏙 들지 않는 사람이 동일한가?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사람과 나를 행복하지 않게 하는 사람이 동일한가?


아직도?

우울한 것과 행복하지 않은 것이 동일하냐는 말이다.

불행한 것과 행복하지 않은 것이 동일하냐는 뜻이다.


행복하지 않다는 말은 불행하다는 뜻인가?

아니다.

not happy와 blue 다르다.

행복하지 않다와 불행하다는 전혀 다르다.

피곤해 죽겠다와 힘이 충분하지 않다는 매우 다르다.

급이 다르다. 행복하지 않다고 불행한 것은 아니며,

힘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피곤해 죽겠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언어 사용 습관의 차이가 부정적 사건에서 완전히 다운되는 사람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되찾고, 용기를 잃지 않는 사람의 차이다.


용기를 자주 잃어버리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언어 사용 습관을 돌아보라.


이겼다고, 자만하지 않고,

졌다고, 용기를 잃지 않는 삶.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에겐 낙관적인 언어 사용 습관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참고문헌

Gillies, J., & Neimeyer, R. A. (2006). Loss, grief, and the search for significance: Toward a model of meaning reconstruction in bereavement. Journal of Constructivist Psychology, 19(1), 31-65.


McIntosh, D. N., Silver, R. C., & Wortman, C. B. (1993). Religion's role in adjustment to a negative life event: Coping with the loss of a child.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5(4), 812-821.


Wortman, C. B., & Silver, R. C. (1989). The myths of coping with loss.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57(3), 349–357. https://doi.org/10.1037/0022-006X.57.3.349


Tait, R., & Silver, R. C. (1989). Coming to terms with major negative life events. In J. S. Uleman & J. A. Bargh (Eds.), Unintended thought (pp. 351–382). The Guilford Press.


Downey, G., Silver, R. C., & Wortman, C. B. (1990). Reconsidering the attribution-adjustment relation following a major negative event: Coping with the loss of a child.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9(5), 925–940. https://doi.org/10.1037/0022-3514.59.5.925


Pennebaker, J. W., & Smyth, J. M. (2016). Opening up by writing it down: How expressive writing improves health and eases emotional pain. Guilford Publications.


Pennebaker, J. W., & Evans, J. F. (2014). Expressive writing: Words that heal. Idyll Arbor, Incorporated.


*관련 홈페이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http://happyfinder.co.kr/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Leon on Unsplash


*행복을 읽어 주는 인지심리학자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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