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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Dec 29. 2021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바꿀 방법은 없나요?

용기를 잃지 않는 생각 연습: ABCDE 기법

회사원 A씨는 기획서 초안을 인쇄해서 상사에게 보고하려는 중이다.

초안을 새 종이에 인쇄하는 것이 좀 그래서 이면지를 활용하려고

이면지함에서 종이를 꺼내 프린터기에 넣었다.

그리고 인쇄 버튼 꾹!


그런데 프린터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컴퓨터 화면에서도 에러 메시지가 뜬다.

어랏? 종이가 끼었단다.


프린터기로 가서 뭔가 문제인지 살펴본다.

헐~

누군가 이면지 함에 스테이플러를 뽑지 않은 이면지를 넣던 모양이다.

스테이플러가 박힌 종이가 프린터기 롤러에 걸려 있다.


A씨는 롤러를 살살 돌려서 걸린 종이를 빼내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약간 짜증도 나고 해서 종이를 확 잡아당겼다.

그런데 웬걸!

걸려 있던 스테이플러가 벌어지면서 삐죽한 부분이 튀어나왔고,

그것이 프린터기 드럼을 긁으면서 손상을 주었다.


덜컹! 프린터기가 고장 났다.

회사 프린터기를 고장 낸 것이다.

전산 부서에 알아보니, 30만 원 정도를 물어내야 한 단다.

다음 달 월급에서 깐다나...


A씨는 몹시 우울하고, 의기소침해졌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런 생각들이 떠돌아다녔다.


-내가 그렇지 뭐

-내가 하는 일이 다 이렇지

-난 왜 항상 이런 식으로 일이 꼬일까

-난 어딜 가든 이 모양 이 꼴이야

-나에겐 항상 저주가 따라다는 것 같아


이제 회사원 B씨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회사원 B씨는 A씨의 직장 동료이다.

A씨의 바로 위층에 근무한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A씨가 프린터기를 고장내면서 좌절을 경험한 그날

B씨도 바로 위층에서 똑같은 일을 경험했다.

이면지를 사용하다가 스테이플러를 뽑지 않은 종이 때문에

회사 프린터기를 고장내고, 월급에서 수리비를 차감하기로 한 것이다.


B씨의 감정 상태를 예측해보자. 어떨 것 같은가?

A씨처럼 완전히 다운 모드일까?

아니었다. B씨는 그런 일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처럼 정상적으로 살았고, 가볍게 일상을 회복했다.


B씨는 A씨와 같은 일을 겪었지만, 생각이 달랐다.

A씨처럼 나쁜 일이 항상 자신을 쫓아다닌다고 비관적이 되지 않았다.


-오늘은 좀 운이 없었군.

: 나쁜 일이 일어나는 시공간을 한정함


-다음부터는 이면지를 잘 살펴야겠다. 좋은 걸 배웠네.

: 나쁜 일이 아니라, 배움이나 좋은 실험으로 규정


-이번 기회에 운동이나 해야겠군. 지하철 한두 정거장이나, 버스 세네 정거장 정도는 걸어서 가면서 운동을 좀 해야겠군. 돈도 절약하고 일석이조야.

: 나쁜 일을 기회로 여기면서 좋은 일로 전환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면서 나와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해야겠군.

: 이타적 행동과 자신에게 일어난 나쁜 일을 유머러스한 일로 전환 시킴


B씨는 이런 식의 사고를 전개하면서 평정심을 되찾았고, 심지어 건강해지고, 행복해졌다.

일에서의 생산성도 오히려 더 증가하였다. 동료들에게 평판도 좋아졌다.


Photo by Johen Redman on Unsplash


여러분에게 묻겠다.

여러분은 A씨같은 사람인가? B씨같은 사람인가?


그리고 다시 묻겠다.

여러분은 A씨같이 되고 싶은가? B씨같이 되고 싶은가?


아마 여러분이 필자의 생각과 같다면, 지금은 A씨 같은 사람이더라도

B씨 같이 되고 싶을 것이다.

방법이 없냐고? 다행히 있다.


부정적 사건에 대한 비관적 해석을

긍정적 해석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하루 이틀 만에 혹은 한두 번 연습해서 되진 않는다.

최소 2개월 이상, 일주일에 3번 이상 연습을 해야 한다.


비관적 해석은 배우지 않아도 쉽게 할 수 있었는데,

왜 B씨 같은 낙관적 해석은 연습을 2달이나 빡세게 해야 하냐고?


그건 간단하다. 비관적 해석은 인간이 누구나 타고나는 보편적 성향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이 부정 편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이건 배우지 않아도 된다. 그냥 자동이다.

나쁜 일을 잘 기억해놨다가 다시는 경험하지 않기 위해 진화가 만들어놓은 장치랄까.

그런데 아무 때나 이것이 발휘되면 우리를 다소 불행하게 하기에 통제가 필요하다.

이걸 통제하는 방법이 낙관적 해석을 배우는 것이다. 이걸 연습해야 한다.

낙관적 해석은 보편적 성향이 아니다.

이게 되려면 노력해야 하고, 학습해야 하고, 공부해야 하고, 반복해야 한다.


어떻게 연습하냐고? ABCDE 모델이라는 것이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여기서 A, B, C는 당신이 경험했던 일을 사실에 입각해서 쓰는 것이고,

D와 E가 바로 낙관적 설명양식으로 바꾸는 연습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Adversity(부정적 사건)

: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친구가 오랜 시간 답장을 하지 않는다.


Belief(왜곡된 신념)

: 이 친구는 날 싫어한다. 내 관계는 항상 이 모양이다.


Consequence(잘못된 결론)

: 이 관계는 이제 끝이다. 난 누구와도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여기까지가 인간의 부정편향이 자동적으로 이끌어오는 생각이다. 이제 반격이 시작된다.

반격할 때는 이런 질문을 해보길 권장한다.

-결론이 사실인가? 정말 항상 언제나 관계가 이 모양인 것인가?

-다른 가능성은 없는가?

-다르게 볼 여지는 없는가?


그리고 부정적 사건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라고 다시 규정해보자.

이것이 과학적 사실이니까 말이다.


Disputation(반박)

: 생각해보니 어제는 연락을 잘 받았었고, 문자 답장도 잘해줬었지, 오늘 아침까지도 그랬어, 심지어 지난 주말에는 먼저 나에게 연락해서 놀자고도 했었지, 오늘 뭔가 바쁜 일이 있나 보다, 나중에 물어봐야겠어, 바쁜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답장을 달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남겨봐야겠군, 나는 많은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진 않지만 그래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다른 친구들도 있어, 모처럼 다른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해보자, 나도 과제를 하면서 바쁠 땐 누군가에게 문자 답장을 못하곤 하잖아.


Energization(활력 얻기)

: 내가 너무 지나치게 생각했어, 좀 피곤하고, 졸리고, 배가 고파서 예민해졌었나 보다. 나는 공동체 구성원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야. 앞으로는 이런 비관적인 사고방식에 매몰되지 않겠어.


어떤가? 참고가 되었는가?

그럼 일주일에 3-4번 정도 연습을 시작해보자.

컴퓨터로 해도 좋고, 연습장에 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연습하는 것이다.


이런 연습은 여러분을 '운' 좋은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다.

'운'이 좋다고 생각해야 행운이 온다는 것이 과학적 사실임을 알고 있는가?

자신이 불운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진짜 불운이 찾아오고,

자신이 행운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진짜 행운이 찾아온다.


운이라고 하니까 너무 비과학적이라면, 기회가 찾아온다는 뜻이다.


넘어져도 용기를 잃지 않는 연습!

용기 있는 낙관적 설명양식을 가지는 연습!


행복해지는 연습은 당신을 행운아로 만들 것이다!

행복해지는 연습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자! 해보자!


*참고문헌

Ellis, A. (1991). The revised ABC's of rational-emotive therapy (RET). Journal of Rational-Emotive and Cognitive-Behavior Therapy, 9(3), 139-172.


Muran, J. C. (1991). A reformulation of the ABC model in cognitive psychotherapies: Implications for assessment and treatment. Clinical Psychology Review, 11(4), 399-418.


Bernard, M. E. (2009). Dispute irrational beliefs and teach rational beliefs: An interview with Albert Ellis. Journal of Rational-Emotive & Cognitive-Behavior Therapy, 27(1), 66-76.


*관련 홈페이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http://happyfinder.co.kr/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Jamie Brown on Unsplash


*행복을 읽어 주는 인지심리학자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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