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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Mar 16. 2022

동메달 리스트가 은메달 리스트보다 행복하다?

"~이 아니었다면, ~이 없었다면, 하마터면"이라고 가정하는 것의 효과

전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

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다는 것은 개인, 국가, 그 선수의 가족에게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심지어 그 선수를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낀 국민들에게도 영광스러운 일이자, 큰 힘이 된다.


금메달 리스트는 그 분야에서 세계 1위이라는 뜻이고,

은메달 리스트는 세계 2위, 동메달 리스트는 세계 3위라는 뜻인데,

어찌 영광스럽지 않겠는가.


아쉽게도 한국인은

금메달을 유독 좋아하고(금메달이 아니면 메달 취급을 안 해주시는 듯...),

은메달, 동메달 알기를 우습게 여기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과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졌긴 하지만

(한국인이 앞으로 개선해야 하는 의식이 아닌가 싶다)(Choi & Choi,  2017),

그것과 상관없이 세계 3위 안에 들었다는 것 자체도 굉장한 일이다.

신체조건, 재능, 노력(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노력), 운, 이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야 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그러나 이렇게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머리가 이해했다 하더라도

감정적인 반응은 이성과 약간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

머리와 가슴의 반응이 좀 다르다는 말이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경기가 끝나고, 모든 결과가 나온 직후, 메달 리스트들의 표정을 보라!


금메달을 딴 선수, 은메달을 딴 선수, 동메달을 딴 선수는 각기 표정이 다르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시상대에 오를 때는 더욱 그렇다.


blogs.scientificamerican.com/thoughtful-animal/why-bronze-medalists-are-happier-than-silver--winners


금메달 리스트는 정말 행복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노력에 보상을 받았다는 뿌듯함과 만족감도 엿보이고, 기쁨의 눈물도 보인다.


동메달 리스트도 정말 행복해 보인다. 물론 금메달 리스트와는 약간 다르다.

특히 금메달 리스트는 놀랐다는 표정이라기보다 당연하다는 표정에 가까웠는데,

동메달 리스트는 약간 놀랐다는 표정인 경우가 많다.

전혀 기대하지 못했는데, 메달 리스트가 되었다는 것이 나타난다. 그래서 기분이 좋은 것이다.



은메달 리스트는 대부분 표정이 좋지 않다. 분하다는 표정이 엿보이기도 하고,

너무 아쉽고, 짜증이 난다는 표정이기도 하다.

웃지 않거나, 약간 억지로 미소를 짓는 티가 난다.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웃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이 받은 메달을 창피한 듯 가리고 시상대에 오르기도 한다.

표정에서 금메달은 내 것이었는데, 빼앗겼다는 박탈감이 드러날 때도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올림픽 메달 리스트를 대상으로 했던,

메드백이라는 사회심리학자의 연구 결과이다(Medvec et al., 1995).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에는 사후가정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라는 심리가 작용한다.

반사실적 사고라고도 불린다.

쉽게 말해, ~했더라면,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식으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정해보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사후가정 혹은 반사실적 사고라고 부르는 것이다.


일단 금메달 리스트는 어떤 사후 가정을 할까?

으음... 실망하지 말라. 금메달 리스트는 별로 가정할 것이 없다.

그냥 세계 최고고 1등이다. 그 순간을 즐기면서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사후 가정할 것이 별로 없다.


그럼 동메달 리스트는 어떤 사후 가정을 할까?

여기부터가 흥미롭다. 동메달 리스트는

-오늘 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더라면, 메달이 없었을 텐데

-아까 4등 한 선수가 배탈이 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4등이었을 텐데

-4등 한 선수가 잠깐 실수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4등이었을 텐데

-4등 한 선수가 넘어지지 않았다면, 내가 4등이었을 텐데

라는 식의 사후 가정을 한다.


공통점을 눈치챘는가? 그렇다. "~하지 않았더면, ~가 없었더면"이라는 식의 가정이다.

이런 사후 가정을 빼기형 사고라고 부른다.

왜냐고? 있었던 사실을 없었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4등 한 선수가 배탈이 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배탈이 나지 않았더라면 하고,

있었던 사실을 제거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사고를 하면 굉장히 행복해진다.

심지어 감사한 마음도 가지게 된다.

나에게 없을 뻔했던 좋은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빼기형 사후 가정은 행복과 감사한 마음 가짐을 가지는 것에 유익하다.


이제 은메달 리스트 차례다! 은메달 리스트는 어떤 사후 가정을 할까?

은메달 리스트는

-내가 조금만 더 힘냈더라면, 금메달일 텐데

-내가 어제 일찍 잤더라면, 금메달일 텐데

-내가 오늘 아침을 적게 먹었다면, 금메달일 텐데

-내가 준비 운동을 좀 더 했더라면, 금메달일 텐데

-내가 아까 무릎을 더 폈더라면, 금메달일 텐데

이런 식의 사후 가정을 한다.


역시 공통점이 눈에 보이지 않는가?

맞다! "~했다면, ~했더라면" 이런 식의 가정을 한다.

이는 더하기형 사후 가정이라고 부른다.

눈치챘겠지만, 없었던 일을 더해보기 때문이다.

일어나지 않을 일을 일어났었다고 가정해 본다.

마치 시험을 망친 학생들이 후회하는 말과 비슷하다.

"공부 더 할 걸, 연습 더 할 걸" 이런 식이다.

이런 더하기형 사후 가정은 행복해지긴 어렵다.

감사한 마음을 품기도 어렵다.

없던 일을 더하는 과정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자책감, 후회가 밀려온다.


은메달 리스트와 동메달 리스트의 사고방식 차이는 범주화에서도 드러난다.

은메달 리스트는 자신은 당연히 메달 리스트 중 하나라고 범주화하고 있었다.

그래서 메달의 색이 중요하다. 금, 은, 동이라는 세부 범주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동메달 리스트는 메달 리스트와 나머지로 범주화한다.

즉 메달이 없는 사람과 메달이 있는 사람이라는 보다 거시적 수준에서 범주화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메달의 색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두 가지 정도가 아닐까 싶다.


사후 가정을 할 때는 빼기형 사고를 많이 해보면 좋겠다.

그것이 당신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게 할 것이고, 행복하게 할 것이다.


기대 이하의 성과가 있을수록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거시적으로 범주화를 해보자.

그런 큰 그림 안에서 보면,

새로운 방향도 보이고, 가능성도 보이고, 기분도 개선될 것이다.


*참고문헌

Choi, J., & Choi, I. (2017). Happiness is medal-color blind: Happy people value silver and bronze medals more than unhappy people.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68, 78-82.


Medvec, V. H., Madey, S. F., & Gilovich, T. (1995). When less is more: Counterfactual thinking and satisfaction among Olympic medalist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9(4), 603–610.


*표지 그림 출처

https://swimswam.com/rio-olympic-medalists-twitter-list-day-6-update/


*관련 홈페이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http://happyfinder.co.kr/


*행복을 읽어 주는 인지심리학자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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