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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Apr 27. 2022

자존감은 자만과 자존심이 아니다

안정적으로 자존감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특징

국어에서

자존감이란,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영어에서는

"개인의 고유한 가치와 능력에 대한 자신감(confidence in one's own worth or abilities)"

혹은 "자신의 능력과 한계에 대한 느낌(how you feel about your abilities and limitations)"

으로 정의한다.


개인적으로는 국어의 정의가 더 마음에 든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국어의 정의에는 자존감에 개인 품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포함되어야 함을 제시한다.

자존감은 가만히 있다고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품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건강하게 자신의 신체를 가꾸고, 능력도 키우고, 역량도 높여야 한다.

이렇게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자존감이다.

그런데 영어에서는 약간 느낌적인 느낌이 강하고, 결과 중심적(과정은 생략되어 있음)이다.


둘째, 국어의 정의에서 자존감은 자존심이나 자만심과 명확하게 구분된다.

자존감은 '나'를 바라보는 개념이기에 타인과 비교하지 않지만,

'타인에게 굽히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으로 정의되는 자존심은 '타인과의 비교'가 들어간다.

또한 '스스로 자랑하며 뽐내는 마음'을 뜻하는 자만심은

'품위를 잃어버리는 행동'으로 자존심과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자존감에 대한 정의가 자존심이 될 수도 있고, 자만이 될 수도 있다.

크게 구분하지 않는다.

필자가 위에 제시한 영어의 두 번째 의미 능력과 한계에 대한 느낌에는

'한계'라는 단어 때문에 자존심과 자만이 자존감과 구분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만약 사람들 중에 한계를 무시하는 사람이 많다면? 한계를 무시하고 능력만 본다면?

결국 자만으로 흐르고, 자존심만 강해질 것이다.


셋째, 국어의 정의에서 자존감은 균형(balance)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존감은 자기 자신에 대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균형 있는 시각이다.

품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모자람을 안다는 뜻이고,

자신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강점은 자만이 되지 않게 하고,

자신의 약점은 보듬어 부양해야 한다.

옛 성현들이

억강부약(抑-억제할 억, 强-강할 강, 扶-도울 부, 弱-약할 약; 삼국지 위지 왕수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영어에서 자존감은 높을수록 좋다는 의미가 강하다.

무조건 높으면 좋다. 센 게 좋다. 강해야 한다. 약육강식(약하면 먹이가 되고, 강한 자는 먹는다)이다.

자존감이 지나치면 자만이 되고, 실력과 역량도 없이 자존심만 내세우게 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지나치게 자기애(나르시시즘, narcissism)가 강해서 자신만 옳고 타인은 그르다고 본다.

자신만이 정의고, 타인은 악이다. 영어식 자존감은 이런 위험에 빠지기 쉽다.


Photo by Komal Brar on Unsplash


과학적 연구 결과들도 지나치게 높은 영어식 자존감보다는 균형과 안정적 관리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자존감이 지나치게 높은 사람은 급격히 낮아지기도 쉽다.

점심에 측정할 때, 7점 만점에 6점이었다가, 저녁이 되면 1점이 된다.

그러다가 다음 날에 갑자기 또 7점이 되고, 몇 시간 후에 또 1점이 된다.

이런 사람은 불안정하다. 일시적으로 자존감이 높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자만이거나 자존심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자만을 깰 수밖에 없게 되고,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게 되면,

(대개 자신보다 훨씬 월등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

급격한 자존감 하락이 나타난다.

이는 이 사람의 7점과 1점이 모두 자존감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 사람에게는 자만과 자존심만 있는 것이지, 자존감은 없었다.


이렇게 자존감이 널뛰기하고 자만과 자존심으로 가득 찬 사람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1) 핑계를 댄다. 뭐 때문에 뭐를 못했다고 한다. 이것 때문에 저걸 못했어요. 이것이 있어서 그래요. 저것이 있어서 그래요. 전임자의 잘못이에요. 자만과 자존심, 허영과 허세로 가득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2) 자신을 비판하는 타인의 말에 지나치게 공격적이 되고, 견디지 못해 한다.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3) 실적이 없다. 말로만 일하고, 입으로만 일한다. 결과물이 없다.


그러나 자존감이 4점에서 5점 수준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사람은 다르다.

폭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태풍과 허리케인에도 그 변화를 감지하기 힘든 깊고 깊은 바다처럼 늘 잔잔하다.

자만에 빠지지 않고, 자존심만 강하지 않다.

자기애가 지나치지 않고, 자신의 성장 가능성만을 바라보며 기뻐한다.

타인을 보지 않고, 나를 본다. 타인과 비교하거나, 타인을 감시하지 않고,

나의 과거와 현재를 감시하고, 나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한다.

자기 감시(self-monitoring)이라고 할까?


이렇게 진정한 자존감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분들은

1) 핑계를 대지 않는다.

2)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수용한다. 과민 반응하지 않는다.

3) 실적이 있고, 결과물이 있다. 말은 적게 한다.


국희야 넌 어떤 사람이니?

항상 나에게 먼저 질문해보고, 나를 감시해보고자 한다.


*참고문헌

Kernis, M. H., Paradise, A. W., Whitaker, D. J., Wheatman, S. R., & Goldman, B. N. (2000). Master of one’s psychological domain? Not likely if one’s self-esteem is unstabl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6(10), 1297-1305.


Kernis, M. H. (2003). Toward a conceptualization of optimal self-esteem. Psychological Inquiry, 14(1), 1-26.


Kernis, M. H., Grannemann, B. D., & Barclay, L. C. (1992). Stability of self‐esteem: Assessment, correlates, and excuse making. Journal of Personality, 60(3), 621-644.


Kernis, M. H., Cornell, D. P., Sun, C. R., Berry, A., & Harlow, T. (1993). There's more to self-esteem than whether it is high or low: The importance of stability of self-esteem.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5(6), 1190-1204.


Colvin, C. R., Block, J., & Funder, D. C. (1995). Overly positive self-evaluations and personality: negative implications for mental health.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8(6), 1152-1162.


Baumeister, R. F., Campbell, J. D., Krueger, J. I., & Vohs, K. D. (2003). Does high self-esteem cause better performance, interpersonal success, happiness, or healthier lifestyles?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4(1), 1-44.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Tegan Mierle on Unsplash


*인지심리학자 이국희 교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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