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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Apr 20. 2022

자존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성장 가능성에 기뻐하는 것

20대 대학생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자존감(self-esteem)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교수님. 제가 자존감이 낮은데, 어떻게 해야 높일 수 있나요?' 이런 식이다.


10대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단점을 써보라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확인한 단점이 '자존감이 낮다'라는 말이다.


30대 정도의 대학원생들에게서도 많이 듣는다.

'지도교수님과 회의만 하고 나오면 자존감이 바닥을 칩니다!'


이런 개인적인 관찰 결과를 종합해보면,

10대 후반, 20대, 30대까지는 자존감에 문제가 있는 것 같고,

40대 이상부터는 자존감에 문제가 없는 모양이다.

(40대 이상에게서는 자존감이 어쩌니저쩌니하는 이야기를 잘 듣지 못했다)


신기한 것은 이런 개인적인 관찰 결과가 다수의 표본을 대상으로 한

과학적인 연구결과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행복과학 분야에서 굉장히 유명한 연구결과이자, 문화권과 관계없이 반복 관찰되는 결과인데,

바로 행복의 U-자형 생애주기라는 것이다.


X축에 연령을 놓고,

Y축에 행복(자존감이라고 해도 좋다)을 놓으면

'U'자 모양의 곡선이 나온다는 뜻이다.


왜 U자 모양이 나오냐고?

10대 초반에 자존감이 무척 높다.

초등학생 시기부터 해서 중학교 1학년 정도까지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부터 해서 자존감의 급격한 하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고등학교 때는 점점 더 나빠진다.

대학생 때는 점점 더더 나빠진다.

30대 때는 점점점 더더더 나빠진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40대부터 회복이 시작된다.

50대 때는 자존감이 쭉쭉 올라가고,

죽을 때까지 자존감이 계속 상승하다가 생을 마감한다.

(물론 신체적 건강을 잘 유지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대중들이 이런 구체적인 연구까지는 몰랐다 하더라도

행복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행복과 영향을 주고받는 개념인 자존감,

때로는 행복과 동의어로 쓰이는 자존감에 대한 관심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OECD 선진국 통계에서 성인과 청소년 자살률 1위를 놓치지 않고 있기에

자살률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낮은 자존감에 특히 더 관심이 많다.


Photo by Steve Halama on Unsplash


그럼 도대체 자존감이 뭘까?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역시 애매모호하다.

품위라는 말부터 의문이 든다. 그래서 좀 이해하기 쉽게

'개인이 인식하는 주관적 지위'라고 하면 좋겠다.

객관적 지위가 아니라, 주관적 지위라는 것이 중요하다.


즉 "내가 이 정도면 괜찮게 살고 있네"라는 주관적인 느낌이 자존감이다.

영어 단어에서는 'decent(디센트)'라는 단어가 정확하겠다.


다음으로 자신을 존중한다는 건 뭘까?

심리학자들이 좋아하는 표현으로 바꾸어 보자면,

'자신의 장점만이 아니라, 약점과 단점도 수용하고 개선하려는 마음가짐'이다.

존중이라고 하니까, 그냥 다 '우쭈쭈'해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존중은 현실을 직시할 때 나온다.

나에 대해 올바로 볼 수 있어야 나를 존중하는 것이다.

나의 단점과 약점을 회피하는 것은 나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에게서 멀어지는 것이다.

나를 존중한다면, 나를 올바로 봐야 한다.

나의 단점과 약점까지 올바로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단점과 약점을 어떻게 개선해나갈지 고민하면서 자신의 성장 가능성에 기뻐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의 약점과 단점을 수용하고, 개선 방법을 찾으며, 성장 가능성에 즐거워하는 것'

이것이 바로 심리학자들이 자기 수용(self acceptance)이라고 부르는 개념이다.


이제 종합해보자. 자존감이 뭘까?


'현재 자신의 역량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느끼고,

자신의 약점과 단점을 수용하며, 그것을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고,

자신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에 즐거워하는 것'


이것이 자존감이다.


자신의 현재 역량 안에서(역량이 낮은지 높은 지는 문제가 아니다)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자존감이 높을 것이고, 아니라면, 자존감이 낮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낮은 자존감에 대해 질문하는 대학생과 청소년에게 이렇게 반문한다.

"네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있니?"라고 말이다.


자신의 약점과 단점, 부족한 점, 개선할 점을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워 나가고 있는가?

동시에 자신의 성장과 진보를 매일매일 경험하면서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있는가?(성취감과 보람)

그렇다면, 자존감이 높을 것이고, 아니라면, 자존감이 낮을 것이다.


보시라. 자존감은 나의 문제이며, 나와 관련된 정의와 개념, 태도이다.

self라는 말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자존감은 타인(other)과 관계가 없는 개념이다.


그런데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10-30대는 자꾸 이런 실수를 한다.

타인과의 비교로 낮아진 자존감을 높이려는 실수 말이다.

자존감은 그 정의부터 타인과 별 관련이 없다.

나를 정의해야 하고, 나를 올바로 봐야 한다.


타인과 관계없이 내 역량으로 할 수 있는 걸 해야 높아지는 것이 자존감이고,

타인과 관계없이 내 성장 가능성을 보고, 실제로 성장해야 높아지는 것이 자존감이다.


'자신을 올바로 보며, 성장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


높은 자존감의 비결은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Blanchflower, D. G. (2021). Is happiness U-shaped everywhere? Age and subjective well-being in 145 countries. Journal of Population Economics34(2), 575-624.


Pyszczynski, T., Greenberg, J., Solomon, S., Arndt, J., & Schimel, J. (2004). Why Do People Need Self-Esteem? A Theoretical and Empirical Review. Psychological Bulletin, 130(3), 435–468. https://doi.org/10.1037/0033-2909.130.3.435


Leary, M. R., & MacDonald, G. (2003). Individual differences in self-esteem: A review and theoretical integration. In M. R. Leary & J. P. Tangney (Eds.), Handbook of self and identity (pp. 401–418). The Guilford Press.


Tesser, A. (2004). Self-esteem. In M. B. Brewer & M. Hewstone (Eds.), Emotion and motivation (pp. 184–203). Blackwell Publishing.


Rosenberg, M. (1979). Conceiving the Self. New York: Basic Books.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Goh Rhy Yan on Unsplash


*인지심리학자 이국희 교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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