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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Apr 13. 2022

객관적 성취를 외면하는 비교는 불행의 씨앗

객관적 성취가 낮을 때 더 낮은 사람과 비교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에 얼마나 동의하는가?


내 옆에 있는 직장 동료가 나보다 객관적으로 성과가 좋을 때 기분이 어떤가?

내 옆에 있는 직장 동료의 인센티브가 나보다 많을 때는?

내 고등학교 동창이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동네에 집을 샀다고 하면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다.


아마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기분이 나빠지는 분도 있을 것이다.

나 같은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비슷한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반응이 나뉘는 것 같은 상황을 정말 좋아한다.

누군가가 나보다 객관적으로 더 뛰어난 성취를 보인 상황 자체는 동일하다. 하지만 결과는 다르다.

누군가는 불행해졌는데, 누군가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류보머스키라는 심리학자가 궁금했던 것이 이거다. 왜 동일한 상황에 다르게 반응할까?

류보머스키는 이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진행한다.

첫 번째 실험부터 보자.

류보머스키는 대학생들을 실험실로 오게 했다. 그리고 바로 행복을 측정한다.

행복 측정 문항에는

‘나는 다른 사람보다 행복하다’

‘이 세상에는 보통 행복한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다’ 등의 문항이 있었고,

1점에서 7점 사이로 응답했다. ‘1점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7점은 매우 그렇다’이다.


행복에 응답한 참가자들은 과제를 하나 하게 된다. 바로 단어 철자 맞추기 과제다.

O G O D라는 철자가 제시 되면, GOOD이라고 맞추는 식이다.

스크램블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문제는 혼자서 푸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두 명이 나란히 앉아서 문제를 풀게 되면서

옆 사람이 나보다 빨리 푸는지 늦게 푸는지를 뻔히 알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합니다.


여기서 밝힐 것이 하나 있는데, 진짜로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 말고,

그 옆에 앉은 사람은 사실 연기자였다.

이 연기자의 역할을 어떨 때는 실험 참가자보다 빨리 푸는 척을 하고,

다른 때는 느리게 푸는 척을 하는 것이다.

물론 참가자들 중에 그가 연기자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철자 맞추기 과제가 끝나면, 참가자들은 다시 한 번 행복을 측정한다.

여기에 더해서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우수한 것 같은지 1점에서 7점 사이로 응답한다.

역시 1점은 '전혀 그렇지 않다'이고. 7점은 '매우 그렇다’이다.

여기까지 진행한 류보머스키는 수집된 데이터들을 분석한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예상대로 어떤 사람들은 옆에 앉았던 연기자가 자기보다 문제를 빨리 풀었을 때 더 불행해졌다.

자신의 능력도 형편없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 사람들은 옆에 앉았던 연기자가 자기보다 빨리 풀던 늦게 풀던 행복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자신의 능력도 괜찮다고 평가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차이를 설명할 수 있었을까?

그건 바로 과제를 수행하기 전의 행복이었다.

더 자세히 보자.

과제를 수행하기 전의 행복 점수가 평균보다 높은 집단은

옆에서 문제를 풀던 사람이 자신보다 잘하던 못하던 자신의 능력을 좋게 평가하고,

행복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과제를 수행하기 전의 행복 점수가 평균보다 낮은 집단은 좀 달랐다.

옆에서 문제를 풀던 사람이 자신보다 못했을 때는 자신의 능력을 좋게 평가하고,

행복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보다 잘 했을 때는 자신의 능력을 나쁘게 평가하고,

불행해졌던 것이다.


실험 1을 통해 류보머스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실험 참가자의 평소 행복 수준과 비교하는 성향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 말이다.

평소 행복 수준이 높은 사람은 타인과 성취를 비교하지 않지만,

평소 행복 수준이 낮은 사람은 타인과 성취를 비교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 하지만 실험 1만으로는 보여주기 힘든 부분이 하나 있다.

이 세상에 누군가보다 더 잘했다, 더 못했다라고 명확하게 구분되는 상황만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잘했지만, 누군가가 나보다 더 잘한 그런 상황도 있고,

객관적으로 굉장히 못했지만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이 있는 그런 상황도 있다.


내가 시험에서 90점을 받는 것은 굉장히 잘한 것이지만,

내 옆 사람이 100점 받는 그런 상황 말이다.

반대로 내가 시험에서 60점을 받아서 사실 잘 못했지만, 내 옆 사람은 50점을 받는 그런 상황도 있다.

이럴 때 우리의 행복이 어떻게 변할까? 더 행복해질까? 아니면 불행해질까?


Photo by Stephen Leonardi on Unsplash


류보머스키의 실험 2에 이 질문의 답이 있다.

류보머스키는 실험 1과 마찬가지로 대학생들을 실험실로 불렀다.

그리고 이번에는 실험이라고 하진 않았다.

조금 더 현실감을 주기 위해 손가락 인형극 대회의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공고문을 냈던 것이다.

참가자들의 과제는

친구와 다툰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학생이 교훈을 얻을 만한 이야기를

손가락 인형극으로 표현해내는 것이었고, 심사위원처럼 보이는 연기자들이 심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런 손가락 인형극을 하기 전에 행복을 측정했고,

인형극 후에는 자신의 능력과 행복을 측정했다.


이런 측정이 이루어진 후, 참가자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심사결과 발표의 시간이 왔다.

그런데 눈치 채셨겠지만, 참가자들이 받은 건 진짜 심사결과가 아니었다.

연구 목적에 따라 적절히 만들어진 심사결과가 제공된 것이다.


심사결과는 총 네 종류로 제시되었다.


첫째, ‘당신은 7점 만점에 6점입니다.’라고만 쓰여진 심사결과지를 받은 참가자들이 있다.


둘째, ‘당신은 7점 만점에 6점입니다. 그런데 당신과 함께 온 사람은 7점을 받았습니다’라는

결과지를 받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잘 했지만, 옆 사람은 더 잘한 조건에 해당한다.


셋째, ‘당신은 7점 만점에 2점입니다’라고 쓰여진 결과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


마지막 넷째 ‘당신은 7점 만점에 2점인데, 당신과 함께 온 사람은 1점입니다’라는

결과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 이 네 번째가 바로 내가 못했지만, 옆 사람은 더 못한 조건에 해당한다.


만약에 사람들이 자신의 성취를 기준으로 자신의 능력과 행복을 평가한다면,

7점 만점에 6점을 받은 사람들은 능력을 좋게 평가하고, 행복해질 것이다.

반대로 7점 만점에 2점을 사람들은 능력을 나쁘게 평가하고, 불행해질 것이다.


손가락 인형극을 하기 전에 측정한 행복이 평균보다 높은 사람들이 딱 그렇게 했다.

나도 잘했지만, 다른 사람은 나보다 더 잘했다는 정보와

나도 못했지만, 다른 사람은 나보다 더 못했다는 정보의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손가락 인형극을 하기 전에 측정한 행복이 평균보다 낮은 집단은 아니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성취가 좋다는 정보만 제시될 때는 능력을 좋게 평가하고, 행복해졌지만,

자신보다 더 잘한 사람이 있다고 하니까 능력을 나쁘게 평가하고, 불행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사촌이 땅을 사니까 배가 아픈거다.


이게 전부가 아니에요. 행복이 평균보다 낮은 집단은

자신의 성취가 나쁘다는 정보가 제시될 때는 실력을 나쁘게 평가하고, 불행해졌지만,

자신보다 더 못한 사람이 있다고 하니까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좋게 평가할뿐 아니라, 행복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타인의 불행이 고소한 것이다.


평소 비교를 많이 하시는가?

내가 잘했어도 더 잘한 사람이 보이면 못 견디게 싫으신가?

내가 못했어도 더 못한 사람이 있으면 너무 기분이 좋은가?

아마 행복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비교를 전혀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그러나

-객관적 성취가 낮을 때, 더 낮은 사람과 비교하는 것

-반대로 객관적 성취가 높을 때, 더 높은 사람과 비교하려는 것

이런 식의 비교 습관은 한 개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씨앗이다.


행복한 사람은 타인의 성취와 비교하기보다 자기 자신의 객관적 성취를 바라본다.


*참고문헌

Lyubomirsky, S., & Ross, L. (1997). Hedonic consequences of social comparison: A contrast of happy and unhappy peopl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3(6), 1141–1157. https://doi.org/10.1037/0022-3514.73.6.1141


*표지 그림 출처

Photo by Mārtiņš Zemlickis on Unsplash


*관련 홈페이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http://happyfinder.co.kr/


*인지심리학자 이국희 교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pwfINPyNYaSKJX7Io2B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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